자공공 조한혜정, 또하나의문화
'자공공' 조한혜정, 또하나의문화

‘자공공’? 제목만 봐서는 뭔지 모를 책이다. 제목을 풀어놓은 한자를 보니 조금 알겠다. “스스로 돕고(자조·自助) 서로 도우면서(공조·共助) 새로운 공공성을 만들어 가자(공조·公助)”는 게 이 책의 제목이자 핵심 내용이다. ‘우정과 환대의 마을살이’라는 부제는 ‘자공공’으로 완성해 가야 할, 우리 모두가 삶으로 살아내야 할 과제인 셈이다.

책 서문에서 저자인 조한혜정 연세대 명예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스스로 돕는다는 것을 아는 개인은 자신의 성장과 수양, 성숙을 도모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협동적 자아를 키우게 됩니다. 그런 개인들이 만들어 내는 공조 관계는 자연스럽게 새로운 공공 영역을 만들어 냅니다.”

실제 사례도 많다. 돈거래 없이 함께 아이를 키우다 보니 훌륭한 어린이집이 생겨나기도 했고, 새로운 먹거리 운동과 의료 활동이 등장했다. 언젠가는 목수들이 중심이 되어 만든 에너지 자립 마을이 탄생하기도 했다. 문제는 마을 자체가 사라져가는 오늘의 상황이다. 삭막한 아파트에서 전 국민의 절반 이상이 살고 있는 요즘, 그 장막을 걷어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그럼에도 조한혜정 교수는 기대를 놓지 않는다. 처음부터 끈끈한 유대감이 나올 수 없음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권한다. “준거 집단과 비슷한 느슨한 관계망”으로 시작하라고. 느슨한 관계망은 융통성을 뜻한다. “새로운 시대를 상상하기 시작한 사람들이 모여서 머리를 맞대고 서로 돌보면서 살아가는” 꿈만 있다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한 가지 오해는 풀고 가자. 마을이라고 해서 꼭 전통 혹은 농촌 마을로 들어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한정된 장소에서 지속적으로 상부상조하는 신뢰와 협동의 네트워크”를 만들면 된다. 조한혜정 교수의 말이 걸작이다.

“(마을은) 사회적 상호작용이 활발하게 일어나기에 당연히 협력과 함께 갈등도 일어나는 곳입니다. 크고 작은 갈등을 덮어 두기보다 생산적인 갈등으로 만들어 가는 곳입니다. 이 마을살이는 ‘나’의 용기 있는 선택에서 시작됩니다. 마을살이를 선택하는 사람은 이타적인 사람이라기보다는 이기적인 사람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속가능한 삶을 선택하는 ‘이기적인’ 사람 말입니다.”

우정과 환대의 마을을 만드는 일은 마을에서 끝나지 않는다. 마을이 확장되면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 수 있는 기반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현대인들은 자기만의 방으로 숨어들고 있다. 물론 성찰을 위해 자기만의 방은 꼭 필요하다. 그러나 요즘 사람들은 성찰이 아닌 욕망의 배설을 위해 자기만의 방을 찾는다. 이제 그 욕망을 내려놓고 '우리들의 식탁/마을'을 차려야 할 때다. 함께 둘러앉은 그 자리에서 사랑이 싹트고, 우정이 피어나며, 결국 살맛 나는 세상으로 화할 것이다. 지금 바로 주변을 둘러보자. 우정과 환대의 마을살이를 시작하려는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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