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동수정치토론회, ‘동수민주주의를 논쟁하다’ 열려
남녀동수 원칙의 설득력 높여야

 

동수정치에 대한 이해는 다양하다. 11월 19일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주최로 열린 제2차 동수정치토론회에선 동수정치에 대한 이론적 배경과 한국 정치에서의 전략들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동수정치에 대한 이해는 다양하다. 11월 19일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주최로 열린 제2차 동수정치토론회에선 동수정치에 대한 이론적 배경과 한국 정치에서의 전략들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국회를 남녀 동수로 구성하라’는 외침은 아직 우리 사회에서 크게 들리지 않는다. 법으로 또는 당헌당규로 정한 30% 여성 할당도 제대로 채우지 못하는 현실에서 동수가 웬말이냐는 반응부터 여성들은 왜 특별 대우를 원하냐는 비아냥거림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동수 정치에 대한 의미를 정확하게 알고 있는 이는 많지 않다. 남녀 동수는 30%에서 50%로의 숫자 확대가 아닌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이다. 한 토론회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치열한 목소리들이 나왔다.

11월 19일 서울 마포구 롯데시티호텔에서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주최로 제2차 동수정치토론회가 열렸다. 지난 6·4지방선거 전 발족한 동수정치연구회의 1차 토론회에 이어 ‘동수민주주의를 논쟁하다’라는 주제로 열린 두 번째 토론회다.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소장은 “토론회의 제목처럼 논쟁을 자처하는 것은 동수민주주의에 대한 자기 이해를 높이고 문제제기가 가능한 쟁점들에 대한 이론적 점검을 통해 남녀동수원칙의 설득력을 높이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날 두 시간 넘게 토론회 자리를 지킨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위원장인 유승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동수전략은 진보·보수의 가치 대립을 어떻게 보면 뛰어넘는 좀 더 본질적인, 그래서 더 진보적인 가치적 측면의 전략”이라고 말했다. 참석한 새누리당 간사인 류지영 의원은 중앙여성위원장 경험을 말하며 “유리천장이 곳곳에 있었다. 우리나라가 진정으로 양성평등 국가로 거듭 태어나기 위해선 그간 논의된 방법과 다른 정말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동수정치의 이론적 바탕부터 전략적 방법에 대한 고민까지 다양하게 나왔다. 첫 발제자인 문지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근대 서구 시민권 논의, 민주주의 연구에서부터 여성들이 사회 구성에서 배제된 과정을 분석한 페미니스트들의 이론들을 제시했다. 남녀동수법을 통과시킨 프랑스의 예를 들며 프랑스는 여성할당제가 프랑스 헌법위원회에서 위헌 판결을 받자 ‘인간 종의 이원성’, 즉 모든 인간은 남성과 여성으로 구성된다, ‘개인=남성’이 아니라 ‘개인=여성과 남성’으로 사고를 전환했다고 말했다.

이진옥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부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과정, ‘준비된 여성 대통령’이란 슬로건을 중심으로 접근했다. 특히 여성 대통령이 여성주의 정치를 하지 않는 것에 대해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여성의 정치 진입이 과연 여성들의 삶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의문을 던졌다. 그는 그러면서 “여전히 성차에 기반한 여성 정치세력화나 여성대표성 담론이 전략적으로 긍정적일 수 있을 것인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김은경 세종리더십개발원 원장은 “남녀의 평등한 참여가 근대 민주주의의 얼굴”이라고 강조하며 과연 ‘동수민주주의가 민주주의 원칙에 위배되는가’ ‘동수민주주의는 자유의 원리를 침해한다?’는 주장에 대해 제대로 반박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김경희 대전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 김은희 녹색당 공동정책위원장 등은 오히려 동수정치는 일반적으로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이라며 ‘괜찮은 여성’이 더 많이 들어가도록 생활 속 언어로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민정 서울시립대 교수는 프랑스 남녀동수 운동을 통해 “동수운동은 할당제적 접근의 실패에 대한 대안적 전략”이라며 “어떤 결과에 기대한 출발이 아니라 본질적 차이에서 출발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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