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의원실 제공
박남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의원실 제공

‘너희 때문에 많이 힘들고 울었던 게 이제 없어질 것 같아.’

얼마 전 학교폭력으로 괴로워하던 여학생이 아파트에서 투신하기 전 남긴 유서의 내용이다. 최근 4년간 학교폭력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아이들만 7명이다. 조금만 관심을 가졌다면, 이 아이들의 고통을 누군가 알아채지 않았을까. 고통을 멈출 수 있는 방법이 자살 외에는 없었던 것일까. 왜 이 아이들은 꽃다운 나이에 도와달란 말 한마디 하지 않고 스스로 세상을 등졌을까….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학교폭력 문제만은 제대로 된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왔다. 박근혜 정부 역시 학교폭력을 4대악 중 하나로 규정, 임기 내 반드시 뿌리 뽑겠다고 선언했고, 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경찰청 예산만 내년에 63억원이 정부안으로 반영돼 있다. 우리 아이들 중에 학교폭력 전담 경찰관을 모르는 아이가 없고, 학교폭력 신고전화 117을 모르는 아이가 없을 정도로 학교폭력 피해 아이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은 쉽고 간단하다. 그런데 왜 아이들이 주위에 피해 사실을 말하지도, 신고도 하지 않고 혼자 학교폭력의 고통을 감내하고 있는 것일까.

지난해 감사원에서 학교폭력 신고와 처리 절차 전반을 감사했는데 감사 결과를 통해 학교폭력 대책이 얼마나 겉돌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가장 큰 문제는 학교폭력을 ‘117신고센터’ 등에 신고해도 학교 측에 제대로 통보되지 않을 뿐 아니라 학교 역시 피해 사실을 숨기고 축소하기에 급급한 경우가 많았다. 또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가 학교폭력 진행 상황에 대해 피해자 측에 제대로 된 설명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신고를 한들 제대로 된 처리가 되지 않는다면 아이들은 신고할 필요성을 느낄 수 없다.

올 상반기 실시한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학교폭력 피해 아이들이 피해 사실을 신고하지 않는 큰 이유 중의 하나는 ‘신고해도 해결될 것 같지 않아서’이다. 피해 사실을 신고한 아이들 3명 중 1명은 ‘신고 효과가 없었다’고 답했다. 아이들이 한 줄기 희망을 가지고 신고를 했음에도 제대로 처리가 되지 않는다면 아이들은 더 큰 절망의 늪으로 빠질 수밖에 없다. 이는 전적으로 우리 어른들의 잘못이다. 

이번에 발의한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그래서 학교폭력 신고와 처리에 있어서 피해 아이들의 입장에서 관련 규정을 개선하고자 했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의 진행 상황을 피해자가 잘 알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보완했고, 관계 기관이 학교폭력 신고를 받은 경우 피해자가 원하지 않는 경우를 제외하고 학교 측에 통보해 학교가 학교폭력 사실을 인지하여 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

또 현재 2인 이상이 따돌리는 경우만 학교폭력으로 인정됐으나 1인이 지속적으로 따돌리는 경우도 학교폭력으로 인정되도록 따돌림의 정의를 수정했다. 우리 아이들이 학교폭력 사실을 주위에 말할 수 있도록, 좀 더 세심하고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피해 아이들이 더 이상 아픔을 숨기지 않고 드러낼 수 있도록, 그래서 그 상처가 치유될 수 있도록 더 노력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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