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은 비례대표 강화 방안 요구
새누리 혁신위 “비례대표 줄여야”
여성정치세력 확대에 긍정적 효과 기대

 

헌재 판결에 따라 국회의원 선거구제 재획정이 불가피하다. 여야는 비례대표 강화 방안을 중심으로 서로 다른 입장을 나타냈다. 사진은 11월 12일 중앙선거방송토론회 주최로 열린 2차 정당정책 토론회에 앞서 새정치민주연합 원혜영 정치혁신실천위원장, 새누리당 김문수 보수혁신특별위원장, 정의당 심상정 정치똑바로특별위원장, 통합진보당 오병윤 원내대표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오른쪽부터) ⓒ뉴시스·여성신문
헌재 판결에 따라 국회의원 선거구제 재획정이 불가피하다. 여야는 비례대표 강화 방안을 중심으로 서로 다른 입장을 나타냈다. 사진은 11월 12일 중앙선거방송토론회 주최로 열린 2차 정당정책 토론회에 앞서 새정치민주연합 원혜영 정치혁신실천위원장, 새누리당 김문수 보수혁신특별위원장, 정의당 심상정 정치똑바로특별위원장, 통합진보당 오병윤 원내대표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오른쪽부터) ⓒ뉴시스·여성신문

국회의원의 소위 ‘밥그릇’이 달린 문제인 선거구 획정 논의가 한창이다. 현행법상 선거구 조정은 국회의원들이 하도록 돼 있어 얼마나 공정성을 담보할지도 의심스럽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현행 제도를 유지하자는 의견이 48%가 넘게 나왔다. 바꿔봤자 소용이 없다는 소리다. 하지만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선거구 재획정은 피할 수 없게 됐다. 발등에 떨어진 불이지만 결국 논의해야 한다면 국회의원이 지역구 이익에 매몰되지 않는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김문수 새누리당 보수혁신특별위원장, 원혜영 새정치민주연합 정치혁신실천위원장, 심상정 정의당 정치똑바로특별위원장, 오병윤 통합진보당 원내대표가 지난 11월 12일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의 주관으로 ‘정치개혁, 어떻게 이룰 것인가’ 토론회에서 미룰 수 없는 선거제도 개혁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새정치연합 등 야당 참가자는 비례대표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일식 정당명부제, 중대선거구제 등을 대안으로 거론하며 지역구를 줄이더라도 비례대표 의원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김문수 새누리당 위원장은 지역구는 줄일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현행 소선거구제가 1위만 살아남는 승자 독식이라는 비판에 대해선 “승자 독식이 뭐가 나쁘다는 것이냐. 민주주의는 과반이 결정권을 갖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중국 방문 도중 기자들과 만나 “중대선거구제냐 석패율로 가느냐의 선택”이라고 대안을 둘로 모았고, 정의화 국회의장은 중대선거구를 대안으로 거론했다. 더 나아가 정태근 전 한나라당 의원은 11일 국가디자인연구소 주최 ‘보수대혁신, 어떻게 할 것인가’ 세미나에서 새누리당이 기득권을 내려놓고 독일식 비례대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새누리당 성북갑 조직위원장에 신청했다. 

이들이 거론하는 중대선거구, 독일식 비례대표제는 모두 여성 정치세력 확대에 어느 정도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중대선거구제의 경우 한 지역에서 2~3인을 뽑는 방식이다 보니 한 명씩 뽑던 때보다 여성 정치진입 문이 넓어진다. 물론 과거 4·5공화국에서 실시했을 만큼 집권 여당에 유리한 제도지만 적어도 각 당이 후보를 2명 이상 낼 수 있기 때문에 남녀 동수 후보를 내도록 요구할 수 있다. 선거법으로 지역 선거에서 30% 이상 여성을 공천하라는 권고 조항을 현재 아무 당도 지키지 않지만 요구할 여지도 생긴다. 선거 때마다 지역위원장을 제치고 여성을 공천하거나, 전략공천 지역으로 정할 경우 불복·탈당·해당 행위가 발생하는 것도 어느 정도 피할 수 있다.

독일식 정당명부제는 지역구 의원보다 비례대표를 강화하는 제도로 조직 등 지역 기반이 열세인 여성 정치인들에게 유리하다. 유권자가 1인 2표를 행사해 정당 득표율에 따라 총 의석을 배분하는 것으로 정당 득표율과 정당 의석수가 일치하게 된다. 지역 숫자로 승패를 가리는 현 제도와 달리 정당득표율로 의석수를 정하기 때문에 비례대표 의원들이 더 중요해진다. 

유럽의 많은 국가들이 적어도 중앙정치는 국가 주요 정책을 논의해야 한다는 믿음으로 비례대표를 중시한다. 영국이 소선거구제이지만 소속 정당이 당선에 훨씬 영향을 주는 것도 그런 이유다. 물론 지역이나 조직이 없는 여성 정치인들이 비교적 합리적인 방식으로 큰 저항 없이 정치권에 진입할 수 있다. 

국회의원이 신뢰를 못 받다 보니 ‘300명도 너무 많다’는 비난도 있지만 실제 비슷한 인구 규모인 프랑스 인구는 6000만이 넘고 국회의원은 650명이다. 헌재가 결정한 대로 적용하면 246개 선거구를 그대로 둔 상태로는 비례대표 의석은 123명, 국회의원은 369명이 된다. 학계에선 비례대표 확대가 필요하다며 그 방식은 국회의원 주도가 아닌 국민적 합의라고 강조한다. 

김민정 서울시립대 교수는 “지금은 있는 국회의원, 당협위원장 대신 여성을 공천해달라고 하면 당이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그러다 보니 여성 의원들이 그나마 많은 비례대표 의원에 대해선 2등 국회의원 이미지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독일 방식으로 가게 되면 지역구 선거에서 당선이 안 돼도 비례대표 의원이 많이 당선되기 때문에 정당이 평소 좋은 정책을 내고 이미지 쇄신을 위해 굉장히 많은 일을 하게 된다. 한 나라의 정치가 정당정치로 갈 확률이 높아지고 정치적 뜻을 같이하는 여성들이 비례대표로 정당에 들어갈 확률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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