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노동 현장의 현주소 보여줘
카트는 강력한 저항의 도구로

 

최근 대법원은 쌍용자동차회사 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노동자 해고가 정당했다는 판결을 내렸다. 피해를 과도하게 부풀려 노동자들을 부당하게 정리해고 했다고 판결한 고등법원의 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이 판결은 현재 우리나라의 노동자 인권이 얼마나 촛불 앞의 등불과도 같은가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카트’는 이러한 시기에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서 우리에게 다가왔다. 어떤 이들은 모두가 힘든데 왜 여자들 이야기만 하느냐고 인상을 찌푸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 영화는 여성들의 노동 현장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다양한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노동자들을 함께 일하는 동료로 보지 않고 ‘일하는 도구’로 전락시키기는 ‘고용 외주화’, 노동운동을 와해시키기 위해 노동자들에게 엄청난 손해보상금을 요구하는 회사, 국민의 세금으로 전투경찰을 동원해 노동운동을 진압하는 정부, 과도한 감정노동을 강요당하는 서비스업 노동자들 그러나 그 안에 숨겨졌던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들이 있다.

부지영 감독은 이들이 우리들의 엄마, 친구, 이웃 그리고 세상의 모든 여성이라는 것을 잘 드러낸다. 청소부로 분한 김영애는 밀양의 할머니들처럼 저항의 중심을 잡아주고, 입사시험에 떨어진 천우희는 88만원 세대를 나타내며, 싱글맘인 문정희는 돈을 벌기 위해 저임금 노동시장으로 되돌아 갈 수밖에 없는 많은 경력단절 여성들의 현실을 보여준다. 그녀는 파업이라곤 해 본 적 없는 사람들에게 전문적 노동법 지식을 동원해 파업을 이끌어간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영화 속에서 염정아가 분한 선희의 변해가는 모습을 보는 것은 관객으로서 신나는 일이다. 착하고 순하고 조심스러운 그녀가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그녀의 눈빛은 생기 있게 변해간다.

축제와 같은 촛불시위 장면이나 할머니를 쓰러뜨리며 진압하는 전투경찰의 모습, 회사의 입장만 말하는 일방적 방송 보도 등은 어디서 본 듯하다. 감독은 이 시대의 이야기를 영화에 기록하고 있었다.

 

처음에 ‘카트’라는 영화 제목이 차갑고 거대한 마트의 상징인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물대포와 맞서고, 전투복을 입은 전투경찰과 마주설 때 카트는 이것을 돌파할 수 있는 유일하고 강력한 저항의 도구가 된다. 모두 카트 뒤로 모여 함께 손을 잡고 돌진할 때, 그 막강하게 조직화된 폭력은 흔들리기 시작한다. 자본의 힘이 우리를 지배할 수 없다고 아우성 치고 있었다.

이 이야기가 무거운가? 어쩌다 노동자들의 파업 이야기가 불편하다고 말하는 시대에 살게 되었나? 우리는 무슨 가치로 위로를 받고 어떤 언어로 이야기하고 있었던 것일까? 이 시대를 이해하기 위해서 이 영화를 찾아보기를 권한다. 새로운 언어를 만들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가고 있는 우리 시대의 유쾌한 꿈틀거림을 기록하고 있다. 어쩌면 말하지 못하고 눌렸던 그 소중한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영화를 통해 펼쳐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영화를 보는데 옆에 앉은 젊은 연인이 함께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영화 속에 면면히 흐르는 인간에 대한 이해와 사랑은 그들의 사랑을 더욱 풍요롭게 할 것이다. 함께 훌쩍이며 내 마음도 맑아지고 있었다. 누군가의 슬픈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를 위로하고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리라. 승강기에 함께 탄 중학생 아이들이 수다를 떨었다. “영화 진짜 재밌지 않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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