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여가위·대한변협 여성특위, 연말까지 릴레이 간담회
세월호로 본 가족정책
여성 변호사들 “현행 민법, 정의도 법 감정에도 반해”
27년 동안 연락을 끊었던 친모가, 12년 동안 연락이 없던 친부가 나타나 자녀의 사망보험금을 요구한 일이 있었다. 이 일이 언론에 보도되자 “부모도 아니다”라며 많은 이들이 분노했다. 지난 4월 세월호 참사 후 장례식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발생한 일들이다. 하지만 이들의 요구는 법적으론 아무런 문제가 없다. 현행 민법상 친부모는 공동으로 사망한 미혼 자녀의 사망보험금이나 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위원장 유승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와 대한변호사협회 여성변호사특별위원회가 공동으로 지난 10월 27일 국회에서 가족정책에 대한 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현행법상 문제점은 없는지 논의했다. 가족 형태가 빠르게 변화하는 시점에 여성 변호사들이 법 현장에서 느끼는 문제점은 입법기관인 국회가 귀담아 들을 내용이다.
이번 간담회는 지난 9월 시작한 여성, 청소년, 가족과 관련한 릴레이 간담회의 두 번째 포럼으로 첫 포럼에선 가출 청소년을 주제로 진행했으며, 이번에는 세월호 참사 후 가족정책에 집중했다. 권익 증진(11월 24일), 여성정책(12월 29일)까지 두 차례 더 진행된다.
‘가족정책-비양육 부모에 대한 상속 제한 가능한가’란 주제로 진행된 이번 간담회에선 김현 변호사 등 대한변호사협회(대한변협) 여성 변호사들이 참여했다. 유승희 위원장은 가족정책 간담회를 시작하며 “양육과 돌봄에 대한 노동 가치를 인정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된 만큼 간담회를 통해 이를 제도화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규모 희생자를 낸 세월호 참사를 비롯해 대형 재난 이후 비양육 부모의 보험, 배상, 보상금 수령 문제로 법적 분쟁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희생된 단원고 학생 중 한부모 가정, 조손 가정, 재혼 부모 가정은 총 50여 가정으로 추정된다. 지난 5월 보건복지부와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자료에도 세월호에 탑승한 단원고 학생 325명 중 21명이 기초생활수급자 가정 출신, 한부모 가정은 19명이라고 밝혔다. 사회 전체적으로도 이혼율 증가로 한부모 가정은 전체 가정의 10%에 달한다.
하지만 차미경 변호사는 세월호 침몰사고 후 법정 분쟁 사례를 보면서 여전히 양육과 돌봄에 대한 가치를 법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 민법상 배우자와 헤어지고 양육 의무를 다하지 않은 부모라도 자녀 사망보상금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법 제1009조 제1항에 따르면 미혼 자녀가 사망 시 상속이 발생한 경우 부모는 50%의 지분으로 자녀의 재산을 상속하게 된다. 조손 가정이나 제3의 타인이 돌봐줬다 하더라도 이들은 아예 상속 대상에서 배제된다. 차 변호사는 “구체적 타당성이나 정의의 관념에 비추어 부당하고 국민의 법 감정에도 반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토론자들은 ‘기여분 제도’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행 민법상 균등공동상속제이지만 실질적인 공평을 도모하기 위해선 ‘기여분’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험 수익자를 상속인 중 부양이나 동거를 하고 있는 자로 제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다른 법도 볼 필요가 있다. 국민연금법, 공무원연금법상의 유족연금, 산업재해보상보험금에서의 유족보상금 제도 등은 모두 생계를 같이하는지, 부양 여부에 따라 수급권자를 정한다. 오스트리아는 유언이나 상속계약으로 상속인을 지정하고, 독일은 유언 등으로 자녀의 유류분권을 상실시킬 수 있고, 일본도 상속권 발탁 제도가 있다.
전영순 한국한부모연합 대표는 “이혼 증가 등으로 한부모·조손 가정이 급증하는 현실에서 양육 기여도를 단순히 ‘기른 정’ 차원에서 접근할 게 아니라 법적 보호가 필요한 권리로 적극 보호해줘야 한다”며 “현행 민법과 상속법은 양육 기여분을 반영하도록 현실에 맞게 고쳐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제는 가족이 더 이상 혈연이나 혼인으로만 이뤄지는 ‘정상 가족’의 개념을 넘어 다양한 형태의 가족 구성원 형태를 띠고 있다”며 “다양한 가족 형태가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 ‘기여분’이란 공동 상속인 중에서 상당한 동거 기간, 간호, 그밖의 방법으로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하거나 피상속인의 재산의 유지, 또는 증가에 기여한 자가 있을 경우 상속분의 산정에 관해 고려하는 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