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가족'은 배제
'진짜 가족'은 배제
  • 엄수아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14.11.14 09:49
  • 수정 2018-01-25 17: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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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여가위·대한변협 여성특위, 연말까지 릴레이 간담회
세월호로 본 가족정책
여성 변호사들 “현행 민법, 정의도 법 감정에도 반해”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와 대한변협 여성변호사특별위원회가 10월 27일 가족정책에 대한 간담회를 열고 비양육 부모에 대한 상속제한에 대해 논의했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와 대한변협 여성변호사특별위원회가 10월 27일 가족정책에 대한 간담회를 열고 '비양육 부모에 대한 상속제한'에 대해 논의했다. ⓒ국회 여성가족위원장실

27년 동안 연락을 끊었던 친모가, 12년 동안 연락이 없던 친부가 나타나 자녀의 사망보험금을 요구한 일이 있었다. 이 일이 언론에 보도되자 “부모도 아니다”라며 많은 이들이 분노했다. 지난 4월 세월호 참사 후 장례식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발생한 일들이다. 하지만 이들의 요구는 법적으론 아무런 문제가 없다. 현행 민법상 친부모는 공동으로 사망한 미혼 자녀의 사망보험금이나 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위원장 유승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와 대한변호사협회 여성변호사특별위원회가 공동으로 지난 10월 27일 국회에서 가족정책에 대한 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현행법상 문제점은 없는지 논의했다. 가족 형태가 빠르게 변화하는 시점에 여성 변호사들이 법 현장에서 느끼는 문제점은 입법기관인 국회가 귀담아 들을 내용이다.

이번 간담회는 지난 9월 시작한 여성, 청소년, 가족과 관련한 릴레이 간담회의 두 번째 포럼으로 첫 포럼에선 가출 청소년을 주제로 진행했으며, 이번에는 세월호 참사 후 가족정책에 집중했다. 권익 증진(11월 24일), 여성정책(12월 29일)까지 두 차례 더 진행된다.

‘가족정책-비양육 부모에 대한 상속 제한 가능한가’란 주제로 진행된 이번 간담회에선 김현 변호사 등 대한변호사협회(대한변협) 여성 변호사들이 참여했다. 유승희 위원장은 가족정책 간담회를 시작하며 “양육과 돌봄에 대한 노동 가치를 인정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된 만큼 간담회를 통해 이를 제도화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규모 희생자를 낸 세월호 참사를 비롯해 대형 재난 이후 비양육 부모의 보험, 배상, 보상금 수령 문제로 법적 분쟁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희생된 단원고 학생 중 한부모 가정, 조손 가정, 재혼 부모 가정은 총 50여 가정으로 추정된다. 지난 5월 보건복지부와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자료에도 세월호에 탑승한 단원고 학생 325명 중 21명이 기초생활수급자 가정 출신, 한부모 가정은 19명이라고 밝혔다. 사회 전체적으로도 이혼율 증가로 한부모 가정은 전체 가정의 10%에 달한다.

하지만 차미경 변호사는 세월호 침몰사고 후 법정 분쟁 사례를 보면서 여전히 양육과 돌봄에 대한 가치를 법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 민법상 배우자와 헤어지고 양육 의무를 다하지 않은 부모라도 자녀 사망보상금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법 제1009조 제1항에 따르면 미혼 자녀가 사망 시 상속이 발생한 경우 부모는 50%의 지분으로 자녀의 재산을 상속하게 된다. 조손 가정이나 제3의 타인이 돌봐줬다 하더라도 이들은 아예 상속 대상에서 배제된다. 차 변호사는 “구체적 타당성이나 정의의 관념에 비추어 부당하고 국민의 법 감정에도 반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토론자들은 ‘기여분 제도’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행 민법상 균등공동상속제이지만 실질적인 공평을 도모하기 위해선 ‘기여분’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험 수익자를 상속인 중 부양이나 동거를 하고 있는 자로 제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다른 법도 볼 필요가 있다. 국민연금법, 공무원연금법상의 유족연금, 산업재해보상보험금에서의 유족보상금 제도 등은 모두 생계를 같이하는지, 부양 여부에 따라 수급권자를 정한다. 오스트리아는 유언이나 상속계약으로 상속인을 지정하고, 독일은 유언 등으로 자녀의 유류분권을 상실시킬 수 있고, 일본도 상속권 발탁 제도가 있다.

전영순 한국한부모연합 대표는 “이혼 증가 등으로 한부모·조손 가정이 급증하는 현실에서 양육 기여도를 단순히 ‘기른 정’ 차원에서 접근할 게 아니라 법적 보호가 필요한 권리로 적극 보호해줘야 한다”며 “현행 민법과 상속법은 양육 기여분을 반영하도록 현실에 맞게 고쳐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제는 가족이 더 이상 혈연이나 혼인으로만 이뤄지는 ‘정상 가족’의 개념을 넘어 다양한 형태의 가족 구성원 형태를 띠고 있다”며 “다양한 가족 형태가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 ‘기여분’이란 공동 상속인 중에서 상당한 동거 기간, 간호, 그밖의 방법으로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하거나 피상속인의 재산의 유지, 또는 증가에 기여한 자가 있을 경우 상속분의 산정에 관해 고려하는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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