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 특수성 때문에 보육시설 이용 어려워
공연예술인 맞춤형 자녀돌봄 서비스, 대학로 한 곳뿐

 

뮤지컬배우 조수빈씨가 아들을 반디돌봄센터에 보내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뮤지컬배우 조수빈씨가 아들을 반디돌봄센터에 보내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여성 공연예술인에 있어 출산은 곧 경력단절로 통한다. 일·가정 양립은 꿈꾸기 힘든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저녁 늦게야 공연이 끝나고, 주말이나 공휴일에 더 많이 무대에 서야 하는 직업 특수성 때문에 기존 보육시설 이용 등 육아지원을 받기 어렵다. 열악한 경제상황 또한 발목을 잡는다. 여성 공연예술인은 대부분 불안정한 고용과 저임금·장시간 근로 구조 속에서 기존 근로복지의 사각지대에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실시한 ‘2012 문화예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문화예술인의 창작활동에 따른 월평균 수입이 100만원 이하인 경우가 66.5%에 이른다. 월평균 수입이 하나도 없다는 예술가도 무려 26.2%다.

여성 무용단원인 김소은(가명·31)씨는 “여성 무용단원은 임신을 꺼린다”며 “무용계는 1년에 한 번씩 재계약 오디션을 보는데 임신을 하면 시험도 못 보고, 아이를 낳고도 복귀가 사실상 어렵기 때문에 경력단절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산다”고 털어놨다. 

4살 딸을 키우는 뮤지컬 배우 이은주(가명·34)씨는 “시간의 제한으로 많은 여성 문화예술인 워킹맘들이 아이들을 맡기고 근무할 수 있는 여건이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다”며 “친정과 시부모님이 근처에 살지 않았으면 작품을 절대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여성 공연예술인 육아부담 경감 방안 연구에 따르면 여성 공연예술인 44.2%가 실업의 원인으로 육아를 꼽았다. 

보육시설에 대한 만족도 역시 떨어졌다. 지난 2010년 문화예술 분야 보육과 관련된 시설이나 지원체계 지원 여부를 조사한 결과, 시설이나 지원체계가 마련돼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전체 13.3%에 불과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예술인복지재단, 한국연극인복지재단은 공연예술인들이 공연 또는 연습 시간 중에 자녀를 맡길 수 있는 시간제 돌봄 센터인 ‘반디돌봄센터’를 지난 4월 대학로에 열었다. 화요일부터 일요일 오후 1시에서 밤 11시까지 운영되는 공연예술인을 위한 맞춤형 자녀돌봄 서비스다. 이용 요금은 시간당 500원으로 저렴하다. 예술강사가 직접 연극, 무용, 음악놀이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센터를 이용하는 여성 공연예술인들의 만족도도 높아졌다. 

 

뮤지컬배우 조수빈씨가 아들을 반디돌봄센터에 보내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뮤지컬배우 조수빈씨가 아들을 반디돌봄센터에 보내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5살 난 아이를 센터에 보내는 뮤지컬 배우 조수빈씨는 “아이를 낳은 후 2년가량 작품이 들어와도 하지 못했는데, 센터 덕분에 자신감이 생겼다. 아이도 적응을 잘 하고 있다”면서 “문화예술 발전에도 기여를 하는 부분이 있고, 여성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거니까 의미가 있다. 정말 예술인을 위해 존재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공연예술인들을 위한 돌봄센터는 대학로에 있는 반디돌봄센터 단 한 곳뿐이다. 문체부는 대학로에 이어 음악인들이 많은 홍대 인근에 추가로 돌봄센터를 여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지만 무소식이다. 공연예술인들은 이 시설을 지역별로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조수빈씨는 “연극영화과 출신이다 보니 결혼하고 임신을 하는 순간부터 일과 멀어진 친구들이 정말 많다. 정말 하고 싶은데, 반디돌봄센터가 전국적으로 있는 것도 아니라 맡길 곳이 없어 다들 힘들어한다”고 말했다. 물론 여성 공연예술가들이 품앗이를 하며 서로를 독려하는 움직임도 있다. 그러나 이런 자구책은 어디까지나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맞춤형 대안적 보육서비스, 사회보험 지원 확대 등의 기본적인 정책지원 확대가 우선이라고 말한다. 공동거주, 공동작업, 공동육아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예술인 대상의 임대주택을 개발하자는 목소리가 나오는가 하면, 시간제 보육시간의 확장, 임신·육아기의 여성 공연예술인들의 예술활동 지원 등이 해결책으로 나오기도 한다. 

이수연 한국여성정책연구원 평등문화정책센터장은 “임대주택 단지 중에 우선 한두 군데라도 예술인에게 할애한다면 예술인 육아협동조합이 실현될 수 있을 것”이라며 “거주 지역을 기반으로 육아협동조합이 형성되면 반드시 그 임대주택에 거주하지 못하더라도 이를 중심으로 예술인들이 주변에 모여들면서 공동육아의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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