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출산휴가제도, 취지는 좋으나 현실과 달라
성별에 따른 임금 불평등도 심각...일자리의 양뿐만 아니라 질을 높여야

 

11일 서울 영등포구 하이서울유스호스텔 대강당에서는 한국여성단체연합(이하 여성연합)이 주최하고 여성가족부가 후원한 ‘베이징+20과 post 2015, 젠더 관점에서 본 한국 사회의 변화’ 심포지엄이 개최됐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11일 서울 영등포구 하이서울유스호스텔 대강당에서는 한국여성단체연합(이하 여성연합)이 주최하고 여성가족부가 후원한 ‘베이징+20과 post 2015, 젠더 관점에서 본 한국 사회의 변화’ 심포지엄이 개최됐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남녀 고용 평등 정책이 시행된 지 8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많은 여성들이 일자리 문제로 차별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이 주관하고 여성가족부가 후원하는 'Beijing+20, Post-2015 여성운동 미래전망 만들기' 심포지엄이 11일 하이서울유스호스텔에서 열렸다. 이날 심포지엄은 경제, 건강, 환경 등 분야에서 한국 여성이 처한 현실을 분석, 향후 여성운동의 방침과 정책을 제언하는 자리였다. 한국여성노동자회 배진경 사무처장이 여성의 고용 여건 분석 및 관련 정책 평가를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한국 여성 노동의 주요 문제로는 경력단절, 성별에 따른 직종 분리, 임금 및 근로조건 차별, 비정규직 등 나쁜 일자리 증가, 낮은 여성 취업률이 뽑혔다. 한국여성노동자회 배진경 사무처장은 이로 인해 "여성 일자리 문제는 수십년 째 제자리걸음"이라고 말했다. 

 

11일 열린 Beijing+20, Post-2015 여성운동 미래전망 만들기 심포지엄에 참석해 발제 중인 한국여성노동자회 배진경 사무처장.
11일 열린 'Beijing+20, Post-2015 여성운동 미래전망 만들기' 심포지엄에 참석해 발제 중인 한국여성노동자회 배진경 사무처장.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06년 3월부터 도입된 적극적 고용개선조치(AA)는 실효성이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AA는 현존하는 남녀 간의 고용차별을 없애거나 고용평등을 촉진하기 위해 잠정적으로 특정 성별을 우대하는 조치다. 

배 사무처장은 "드라마 '미생' 속 여성 출연자는 단 세 명"이라며, "여성은 여전히 대기업 등 '좋은 일자리'로부터 배제되고 있다"고 말했다. 채용 시 남성을 여성보다 선호하는 현상, 유리천장 등 성차별이 아직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작년 이코노미스트 지에 따르면 한국은 '일하는 여성이 가장 살기 힘든 나라' 1위였다. 이에 배 사무처장은 "일하는 여성이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싸우는 나라"라고 일침했다. 육아휴직, 출산휴가 등의 제도도 "취지는 좋으나 현실과 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성별에 따른 임금 불평등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중 남녀 임금 격차 1위, 사회임금 OECD 꼴찌를 기록했다. "성별에 따른 임금 격차도 심한데, 사회가 충분한 급여를 보장해 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노동자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인 가사노동자 문제도 언급됐다. 근로기준법상 가사노동자는 노동자로 인정되지 않아 4대보험 등 혜택을 받지 못한다. 이 문제가 세계적인 관심사로 떠오르며, 2011년 ILO에서 '가사노동자를 위한 양질의 일자리 협약'이 채택된 바 있다. 배 사무처장은 이를 언급하면서 국내 가사노동자의 처우 개선을 위해 하루빨리 법제도를 다듬어야 한다고 말했다 .

최근 노동부는 비정규직 고용제한 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배 사무처장은 "노동자를 고려하지 않은 발상"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시간제 일자리 확대는 최악의 선택"이라며 여성 비정규직 확산과 이에 따른 고용의 질 하락을 경고했다. "최저임금이 획기적으로 오르지 않으면 여성 생활이 나아지지 않는다"고도 주장했다. 

이어 "일자리의 양뿐만 아니라 질을 높여야 한다"며 "사용자를 위한 정책이 아닌 노동자를 위한 정책 도입"을 촉구했다. 비정규직 차별을 막기 위해 공공기관이 앞장서 모범을 보이기를 당부했다. AA, 직장 내 성희롱 등에 대해서도 현 제도가 현실에 맞게 다시 정비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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