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갈등 해법 모색하며 여성 역할 고민

 

한국여성단체협의회가 11월 10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 호텔 아트홀에서 전국여성대회를 열고 1부로 토론회를 진행했다. 토론회에는 김민정 서울시립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이명숙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 김정숙 여협회장,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박경귀 한국정책평가연구원 원장(왼쪽부터)이 토론자로 참여,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이 발제를 맡았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한국여성단체협의회가 11월 10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 호텔 아트홀에서 전국여성대회를 열고 1부로 토론회를 진행했다. 토론회에는 김민정 서울시립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이명숙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 김정숙 여협회장,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박경귀 한국정책평가연구원 원장(왼쪽부터)이 토론자로 참여,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이 발제를 맡았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국민 10명 7명 이상은 우리 사회의 갈등 수준이 매우 심각하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정치 갈등을 가장 심각하게 여겼으며 여야 정당과 정치인들의 책임이 가장 크지만 해결에는 가장 노력하지 않는 집단이라고 인식했다. 고려대학교·한국사회연구소·BK21 갈등사회교육연구단이 2014년 ‘한국인의 갈등 인식’을 설문조사한 결과다. 이런 때일수록 갈등 해결에 여성 리더십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11월 10일 한국여성단체협의회(회장 김정숙·이하 여협)가 서울 양재동 더 케이 호텔 아트홀에서 개최한 제49회 전국여성대회 1부는 사회갈등 해법을 모색하는 ‘통(通)·감(感)·한(韓) 문화정착 여성의 힘으로!’ 대토론회로 시작됐다. 발제를 맡은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 사회에 나타난 공공 분쟁, 집회 및 시위 추이, 갈등 인식 조사 결과 등을 토대로 한국사회 갈등 빈도와 유형을 설명했다

우리나라 공공분쟁의 유형은 1990년부터 2008년까지 노동분쟁(185회)이 가장 많았고, 지역분쟁(199회), 계층분쟁(111회), 환경분쟁(89회), 교육분쟁(76회), 이념분쟁(44회) 순으로 나타났다. 김대중 정부인 1998년 IMF 외환위기 후, 2004년 참여정부 때 사회 갈등이 정점에 달했고, 2008년 이명박 정부 때는 미국산 쇠고기 파동 등으로 다시 증가했다. 경찰청이 2001년부터 2012년까지 수집한 집회 및 시위 현황을 보면 연평균 1만1035회, 하루 평균 30회 발생했다.

사회 갈등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 정도는 심각했다. 윤 교수가 한국사회연구소, BK21 갈등사회교육연구단과 함께 지난 2007년, 2010년, 2014년 세 차례 ‘한국인의 갈등 인식’ 정도를 조사한 결과 사회 갈등은 풀리지 않았다.

2014년 조사에서 갈등의 책임은 응답자의 76.4%가 '여당과 야당'에 있다고 답했으며, 그 다음으로 중앙정부(75%), 언론(70.7%), 지방정부(68.7%), 대통령(62.9%), 법조계(54.8%), 노동계(53%), 진보단체(50.6%), 보수단체(50%), 종교계(36.1%), 학계(32.8%)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0년 조사에서 중앙정부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고 답한 결과와 달랐다.

윤 교수는 갈등의 순기능을 위해선 갈등관리기구 설립, 중앙정부를 포괄하는 갈등관리기본법 제정이 필요하다며, 갈등을 조정·관리할 수 있는 전문 인력 양성, 갈등 조정형 시민단체들의 역량강화 등을 제안했다. 그는 그러면서 "갈등 저변엔 불평등의 문제가 남는다"며 "성장 패러다임으로선 문제를 풀 수 없다. 이제는 공존 패러다임으로 바뀌어야 한다. ‘큰누나’ 리더십은 책임과 포용, 소통, 배려가 아니었다 싶다. 이 리더십이 주요한 역할을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가 11월 10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 호텔 아트홀에서 전국여성대회를 열고 1부로 토론회를 진행했다. 토론회에는 김민정 서울시립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이명숙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 김정숙 여협회장,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박경귀 한국정책평가연구원 원장(왼쪽부터)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한국여성단체협의회가 11월 10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 호텔 아트홀에서 전국여성대회를 열고 1부로 토론회를 진행했다. 토론회에는 김민정 서울시립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이명숙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 김정숙 여협회장,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박경귀 한국정책평가연구원 원장(왼쪽부터)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토론자들은 자신의 전문성을 토대로 갈등에 대한 분석을 내놨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인간의 뇌구조를 보면 자신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집단에 대한 비판점을 찾기 때문에 갈등이 심화된다며 갈등 해소 방법으로 존중, 배려하는 사회 분위기, 진정한 토론 문화와 연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명숙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은 세월호 참사 후 사회 갈등에 주목했다. 이 변호사는 "세월호 사태 후 갈등을 부추기고 확산시킨 정말 많은 요소가 있었다"며 정부·정치권에 대한 불신, 언론보도, 가족관련 유언비어, 중재자의 부재 등을 거론했다. 그는 “초기에 갈등이 커지지 않도록 대처해야한다. 갈등이 커진 다음에는 굉장히 힘들다”며 “갈등을 해소하는 빠른 방법은 상대방의 입장을 들어주는 것이고 여성들이 어떤 남성보다 그 역할을 잘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민정 서울시립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특히 "한국 정치는 승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는 소선거구 다수제"라며 "대통령이 안 되면 정치 주도권을 잃는 '위너 테이크스 올(winner takes all)'이기에 토론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정치문화를 바꾸고, 비례대표제 등 선거구제를 바꿔 여성들이 나아 갈 정치제도를 확대하면 이념 갈등이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큰누나 리더십을 말씀 하셨는데 '큰누나' 하면 희생과 양보만이 강요될 수 있다"며 "큰누나, 즉 여성이 사회 공동체의 주역이 되고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의 중심에 설 때 큰누나 리더십이 발휘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 대통령 소속 국민대통합위원회 갈등관리포럼 위원인 박경귀 한국정책평가연구원 원장은 “갈등을 줄이려면 사회·개인적 요인만 얘기해선 안 된다. 즉 사회 탓만 해선 안 된다”며 “우선 자기 책임이 굉장히 중요하다. 부족한 것은 사회 제도로 접근해야한다. 먼저 사회에 기대려는 것은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 좌장이었던 김정숙 여협 회장은 “여성의 따뜻하고 헌신적이고, 사랑으로 배려·공감하는 자세로 사회 갈등을 해소하는 역할을 하자는 것”이라며 “반부패 청렴사회도 여성의 힘으로, 사회 통합으로 하나 되는 것도 여성이 나서서 해보자. 양성평등 국가도 대한민국 대통령만 여성이면 뭐하나? 대통령이 통치에 성공하도록 양성평등 국가가 실현되도록 모두가 힘을보태 이뤄 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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