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가지 없는 진보-진보의 최후 집권 전략
“성찰하고, 존중하라”
“적대적 프레임 버리고, 풀뿌리로 함께하라”

 

‘선한 중에 악이 있다’는 말이 있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 살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특히 잊지 말아야 할 말이다. 대의명분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동안, ‘나는 옳은 일을 하느라 고생하므로 나를 반대하는 것은 다 나쁜 것’이라는 도그마가 생겨나기 쉽다. 

강준만 교수의 ‘싸가지 없는 진보-진보의 최후 집권 전략’은 사회 변화를 위해 애써온 진보세력이 극복해야 할 자기 중심적 이미지, 이른바 ‘싸가지 없음’를 진단한다. 일종의 ‘진보 클리닉’ 같은 책이다. ‘싸가지 없는 진보는 진보에 해가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전적으로 ‘싸가지’는 어떤 일이 잘 될 것 같은 조짐을 뜻하는 ‘싹수’의 강원·전라 방언으로 ‘싸가지 없다’는 말은 ‘버릇이 없어 사람 기분을 상하게 한다’는 뜻이다. 평소 어떤 사람에게 대해 ‘싸가지 없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내린다면, 그 사람에게는 마음의 문을 닫겠다는 뜻이다. 

우리 사회의 진보세력은 역사 발전에 기여해왔는데, 왜 ‘싸가지 없다’는 부정적 이미지를  얻게 됐는가? 왜 선거에서 내리 패배하게 됐는가? 재집권을 위해 진보는 어떻게 변해야 하는가? 

‘자기 자신은 변하지 않으면서 남만 비판하고 심판’하는 습관은 국민의 마음의 문을 닫게 만든다. 진보가 승리하기 위해서는 겸허한 자기 성찰과 자신 자신부터 변화하려는 자기 혁신이 필수라는 것이다. 

저자의 진단은 직설적이다. “언행이 일치하지 않는 위선을 저지르면서 무례하게 도덕적 우월감을 과시” “ 스스로 잘난 척하는 우월감” “ 심판을 받아 마땅한 사람들이 미안해하는 표정조차 짓지 않은 채 오만불손하게 적반하장을 일삼는다면…” 등.

이념의 ‘빠’ 현상에 대해서도 모질게 지적한다. “그것(정치 노선)이 의인화·개인화되어 정치적 ‘빠’ 문화로 발전하면, 그 ‘빠’의 대상 인물이 행사하는 권력을 대리만족 하고자 하는 참여자들의 ‘권력감정’ 욕구가 발생해 원래의 선의는 실종되고 거의 종교적 성격을 갖게 된다.”(124쪽)

그의 직설적인 ‘싸가지 없음’에 대한 분석은 민주당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리는 얘기다. 이 아킬레스 건을 그대로 둔 채로는 어떤 마케팅이나 당내 개혁도 필패한다는 지적이다. 적대 진영인 새누리당과 보수를 존중하는 마음자세 위에 서야 민심을 제대로 읽어 집권할 수 있다고 강조하며, 성찰을 통해 인격과 도덕을 회복하라고 주문한다. 품위 있는 진보가 되어 국민의 생활 속에서 ‘풀뿌리로 함께하라’고 요청한다.

저자는 풀뿌리 전략의 비젼을 ‘미완성 새 청치’의 주창자 안철수 의원에게 기대한다. 그동안의 실패 요인은 기성 정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 ‘사람 중심의 사고’라며 ‘정책과 의제를 중심으로 물갈이’하고 “모든 것을 버리고 풀뿌리 건설에 기여하라”(241쪽)는 것이다.

무엇보다 아군에게 회초리를 들고 역지사지의 거울을 들이미는 저자. 지적은 차갑고 날카롭지만, 그 안에는 따뜻한 애정이 흐른다. 진보의 아름답고 단단한 성장을 간절히 원하기에 쓸 수 있는 책이다. 그러나 이 문제를 분석하는 데 과연 책 한 권의 분량까지 필요했을까? 좀 장황한 감이 있다. 결론 부분 안철수에 대한 기대는 논거가 충분치 않아 설득력이 약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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