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여성운동가 알 샤리프 고백 화제
“종교적 광신이 복장규정…여성 억압 키웠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변화의 물결 일어

 

사우디아라비아의 여성운동가 마날 알-샤리프가 10월 30일 칼럼을 통해 베일을 벗고 여성 차별금지 운동을 벌이는 이유를 밝혔다. ⓒ마날 알-샤리프의 페이스북
사우디아라비아의 여성운동가 마날 알-샤리프가 10월 30일 칼럼을 통해 베일을 벗고 여성 차별금지 운동을 벌이는 이유를 밝혔다. ⓒ마날 알-샤리프의 페이스북

부르카, 히잡, 니캅 등 이슬람 여성들의 베일은 역사상 가장 많은 논란을 빚어온 의상이라 할 수 있다. 베일이 여성에 대한 차별이라며 금지시키려는 움직임이 있는 반면, 종교의 자유라며 이를 지키려는 주장도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의 여성운동가 마날 알 샤리프가 베일을 벗기로 결심하게 된 결정의 배경과 그동안의 경험을 털어놓아 화제를 모으고 있다. 10월 30일 미국 뉴스 웹사이트인 더데일리비스트에 게재한 글에서 그는 “특정한 의상을 강요하는 것은 사람들의 욕구와 환경의 변화에 따라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패션의 진화를 막고 평범한 삶을 방해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사우디는 이란에 이어 가장 엄격한 여성의 베일 규정이 있는 나라로 베일의 형태와 색상까지 지정하고 있다. 얼굴과 몸을 모두 검은색으로 가린 베일만 허용된다.

하지만 예전부터 이랬던 것은 아니다. 알 샤리프에 따르면 사우디에도 지역마다 다양한 문화와 방언, 종교적 배경이 있고 1970년대까지만 해도 여성들은 원하는 의상을 자유롭게 입을 수 있었다. 이슬람 여성들은 색깔 있는 히잡을 썼고 비이슬람 여성은 베일을 쓰지 않기도 했다. 그는 “종교적 광신(196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극단적인 와하비즘 운동)이 이 나라를 강타하면서 모든 것이 바뀌어버렸고 이는 ‘오일머니’의 힘을 받아 사우디 밖으로 확산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검은 베일에 싸여 있던 사우디 사회도 인터넷과 스마트폰이라는 ‘통신 혁명’을 피해갈 수 없었다. 그는 “오랫동안 유일한 선택이라 믿었던 것들에 대한 의문과 의심이 생겨났다”면서 “그 첫 번째는 와하비즘에 대한 좁은 해석, 또 한 가지는 베일이 가진 상징성의 변화”라고 설명했다.

알 샤리프는 히잡을 영원히 벗기로 결심했고 물론 많은 반대에 부닥쳤다. 거리를 걷다가 사람들에게 심한 모욕을 당하기도 했고 성전 주위를 도는 ‘타와프’ 기도를 하다가 관리인과 언쟁을 벌이고 쫓겨나기도 했다. 거리나 일터에선 히잡을 벗었지만 정부 기관이나 법정에 들어갈 일이 생겼을 때에는 친구의 것을 빌리고 신원 증명인으로 남성 두 명을 동반해야 입장할 수 있었다.

그는 이런 도전을 감행하는 여성이 자신뿐만이 아니라고 했다. 제다의 여성들은 색깔 있는 베일을 쓰기 시작했고 상점에서도 회색이나 남색, 갈색 등의 색깔 있는 베일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베일 제작을 전문으로 하는 패션 디자이너까지 나타나 계절마다 새로운 아이템을 선보이며 패션쇼를 열기도 한다. 그는 “베일은 더 이상 종교적·사회적 의미를 지닌 도구가 아니라 패션 아이템으로 여겨지고 있다”면서 베일의 상징성이 변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알 샤리프는 사우디의 석유회사 ‘아람코’의 인터넷보안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는 공학자이며 ‘사우디 여성 운전 캠페인’의 창시자로 유명한 인물이다. 2012년 ‘타임’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차를 운전하기 위한 투쟁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운명의 운전석에 앉기 위한 투쟁이다”라는 글귀가 쓰여진 마날 알-샤리프의 페이스북 대문 화면. ⓒ마날 알-샤리프의 페이스북
“차를 운전하기 위한 투쟁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운명의 운전석에 앉기 위한 투쟁이다”라는 글귀가 쓰여진 마날 알-샤리프의 페이스북 대문 화면. ⓒ마날 알-샤리프의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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