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유성구 갑동 국립대전현충원 장교4묘역에서 지난해 10월 직속상관의 성관계 요구 등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고 오혜란 육군대위 동료 여군들이 안장식에 참석한 가운데 한 여군이 흐르는 눈물을 손으로 훔치고 있다. ⓒ뉴시스 여성신문
대전 유성구 갑동 국립대전현충원 장교4묘역에서 지난해 10월 직속상관의 성관계 요구 등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고 오혜란 육군대위 동료 여군들이 안장식에 참석한 가운데 한 여군이 흐르는 눈물을 손으로 훔치고 있다. ⓒ뉴시스 여성신문

최근 여군 장교들이 군대 고위직들의 상습적이고 심한 성희롱에 시달리다 자살하는 사건들이 잇달아 발생하고, 현역 사단장이 성희롱을 당해 다른 부대로 전출된 여성 장교를 강제 추행한 혐의로 긴급 체포되는 사건도 창군 이래 처음 발생했다. 심지어 그 현역 사단장이 여성 장교의 자살을 부른 성희롱 행위자(중령)를 군사법원의 심판관(재판장)으로 임명해 성범죄의 재판을 진행하게 한 사실도 드러났다.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10월 14일 군대 내 성희롱·성추행 사건이 증가하고 있는 문제를 지적하고 국방부에 인권의식과 양성평등의식을 고양하는 인권교육과 강력하고 실효적인 재발 방지와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성희롱은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성적 언동(말과 행동)을 하거나 그러한 성적 언동을 거부한 것을 이유로 불이익을 주는 행위와 성적 언동에 따를 것을 조건으로 이익을 주겠다고 제안하는 행위를 말하는데 주로 권력의 남용과 남녀 불평등한 관계, 인권의식의 부재에서 발생한다. 군대는 조직의 특성상 성희롱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최근에는 남성 군인에 대한 성희롱도 문제가 되고 있다. 여군에 대한 성희롱 관련 3가지 판례를 살펴본다.

#사례1 의무근무대장이 회식 자리에서 여군 간호장교들에게 여자가 성행위할 때 해서는 안 되는 행동에 관해 말하고 임신한 간호장교에게 “나는 힘쓴 적 없는데 언제 임신했지”라고 말하는 등 여군 간호장교들에게 성적 굴욕감, 불쾌감을 주는 발언을 한 후 견책처분을 받자 국방부 장관에게 징계처분 취소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행정법원(2006.4.27. 선고)은 “이 사건 비위행위의 경위, 내용, 정황 등에 비추어볼 때 원고의 행동은 이를 듣는 여군 장교들이 원하지 아니하는 행위로서 이에 의하여 여군 장교들로서는 충분히 성적 굴욕감과 혐오감을 느꼈다고 볼 것이어서, 이 사건 비위행위는 성희롱에 해당하여 육군의 징계규정 소정의 징계사유 중 품위유지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하였다. 징계양정의 적정 여부에 대하여는 “원고는 부대 내 성희롱의 예방교육을 시켜야할 책임이 있는 지위에 있으면서도 평소에 성적인 농담을 해왔고, 이 사건 징계처분은 가장 경미한 견책 처분인 점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이 사건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은 것이라거나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다고 할 수도 없으므로 적법한 처분이다”라고 하였다.

#사례2 서울행정법원(2007.10.10. 선고)은 육군대령이 성희롱으로 전역조치를 당한 사건에서 “하급자인 여군 장교에 대해 수차례에 걸쳐 성적 혐오감과 수치심을 유발하는 부적절한 언어와 행동을 했을 뿐 아니라 심야에 여군 장교의 독신자 숙소 출입문을 뜯게 하는 등 합리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과도한 조치 등을 행하였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원고는 고급 지휘관으로 하급자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할 직위에 있음에도 부임한 지 불과 1개월 만에 여러 차례에 걸쳐 소속 여군 장교에 대해 언어적·육체적 성희롱을 하여 고급 장교로서의 품위를 손상시키고 군 기강을 문란하게 한 점, 이로 인한 부하 장교들의 사기 저하 및 신뢰 상실로 인해 정상적인 부대 지휘가 불가능하다고 보이는 점, 나아가 군 전체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저해시킬 수 있는 점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처분이 지나치게 가혹하여 재량권을 일탈, 남용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사례3 부산지방법원(2007.6.12. 선고)은 피고인이 누나가 여군 중위로 근무할 당시 그 부대 대대장으로부터 성희롱을 당하였고 그 대대장의 처로부터 뺨을 얻어맞은 사실, 대대장이 근신 3일의 솜방망이 처분을 받은 사실을 국방부 홈페이지 열린게시판에 게시한 후 명예훼손의 혐의로 기소되어 원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사건에서 “비록 게재 내용이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할 염려가 크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피고인의 행위는 다시는 군 내부에서 이와 유사한 성희롱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피해자의 성희롱 행위에 대한 군 내부의 철저한 진상조사 및 적절한 징계 등의 조치를 촉구하고자 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므로 거기에 피해자들을 비방할 목적이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따라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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