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요나스 요나손·열린책들)
'나는 자유로운 영혼' 어떤 굴레도 막을 수 없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요나스 요나손 장편소설) ⓒ열린책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요나스 요나손 장편소설) ⓒ열린책들

세상이 좀 심드렁하거나 울적한가? 마음 달래줄 무언가를 찾고 있는가? 이와 비슷한 증세가 있는 사람이라면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이라는 책을 손에 드는 게 좋겠다. 이 책 속에 있는 황당무계할 만큼 자유로운 영혼이 그런 우울한 증세들을 치유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1905년부터 2005년까지 100년 동안 어떤 틀에도 매이지 않고 신나게 자기 멋대로 살아온 한 노인이 이런저런  ‘같잖은’ 규칙들로 가득찬 양로원을 탈출하는 데서 시작된다. 걸음도 시원찮은 100세 노인이 슬리퍼 바람으로 양로원 창문에서 뛰어내려 무작정 가출을 해야 했던 이유는? 1시간 뒤에 있을 100세 생일 파티 때문이다. 양로원의 원장과 그 도시의 언론이 총출동하는 ‘백수생파(100세 기념 생일파티)’를 너무나 끔찍해하는 이 노인의 정체가 궁금해지면서 독자는 소설 속으로 빠져들어가게 된다.

알란 칼손이라는 이 노인은 복지국가 스웨덴의 작은 마을의 빈곤한 가정에서 태어나 조실부모하고, 학교도 못 다니고 폭약공장에 들어가 일하다가 결국 세계적인 핵폭탄 전문가가 된다. 알란 칼손은 종교와 이념을 자유로이 넘나들며 전쟁과 갈등으로 얼룩진 현대사 100년을 경험하게 된다. 아무도 자신을 보호해주지 않은 험난한 세상에서 오로지 살아남기 위해 애쓰다보니, 때론 공산주의 혁명군를 돕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반공 진영의 핵심에 서 있기도 했고, 소련의 핵 개발을 도왔지만 미국의 원자폭탄 개발의 공을 세우기도 했다. 스페인 내전과 중국 내전, 제2차 세계대전의 주요 현장에서 폭탄 전문가로 살았던 그는 프랑코 총통부터 미국의 트루먼, 러시아의 스탈린, 북한의 김일성과 소년 김정일에 이르기까지 가히 ‘세기의 인맥’을 가졌던 인물이기도 하다.

알란 칼손이 누구의 편인지, 혹은 그의 신념이나 종교가 무엇인지 묻지 말라. 왜냐하면 그의 모든 선택은 ‘그때그때 달라요’였고 살아남기 위한 ‘생계형 처신’이었을 뿐이다. 그는 ‘내 한 몸 지키는 것보다 중요한 가치는 없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인물이다.

양로원을 도망친 100세 노인은 우연히 갱단의 현금 트렁크를 훔치게 된다. 그 트렁크는 ‘네버 어게인’이란 갱 조직의 소유로 5000만 크로나, 한화 75억원의 현금이 들어 있다. 이 돈을 다시 찾으려는 갱단의 추적과, 실종된 100세 노인을 찾으려는 경찰의 추적이 얽히고설키면서 흥미진진한 코미디 수사극이 펼쳐진다.

이 책은 전 세계에서 500만 부 이상이 팔렸다. 인구 900만의 나라 스웨덴에서 100만 부가 팔린 대단한 세계적 베스트셀러다. 이 책이 데뷔작인 작가 요나스 요한슨(54)은 15년간 기자로, 20년간 미디어 사업가로 살았다. 스웨덴 교육의 효과인지, 오랜 기자 경험의 산물인지 이 작가는 세계사를 손안에서 장난감 갖고 놀 듯 마음대로 주무른다. 덕분에 독자들은 현대사를 개그콘서트 보듯 쉽게 조망할 수 있다.

저자는 주인공의 일생을 세계사의 현장과 연결시키고 그 현장의 결정자였던 역사적 인물과 조우하게 한다. 현대사 100년이 주로 전쟁과 권력투쟁을 통해 강대국들이 지구촌을 ‘말아먹는’ 과정이었다고 고발하는 코미디적 해석이 재미있고 통쾌하다.

이 장편소설은 독자에게 초긍정 에너지의 승리를 전한다. 어떻게 해야 초긍정적인 생각을 할 수 있을까? 100세 노인을 통한 작가의 처방은 ‘세상만사 아무것도 아님! 따라서 ‘나대지 말고 너나 잘하고 살 것!’이다.

대부분의 ‘안달형’ 인간들에게 100세 노인은 자신의 행복에 집중하라고 말한다. “어차피 일어날 일은 일어나게 되어 있고, 세상은 어떻게든 살아가게 되어 있어. 그러니까 고민하느라 시간을 낭비하며서 살지는 말렴.”

100세 노인의 모험기는 자유로운 영혼은 자유롭게 내버려둘 때 가장 행복하다고 말한다. 그는 이렇게 외치는 듯하다. ‘우리의 몸이 좀 노쇠하거나, 시간이 한 100년쯤 흘러갔다고 해서 우리의 자유로운 영혼을 가둘 수 있는 권한은 그 어디에도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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