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주민과 이주민의 소통하는 축제의 장
다문화여성들이 문화기획자로 참여해
17개 커뮤니티 144명 참여, 400여명 모여 교류

 

지난 10월 26일 서울 광진구 자양동 광진문화예술회관 나루아트센터에서 ‘2014 희망날개 다문화여성 문화축제 윙크 페스티벌’이 개최됐다. ⓒ한국여성재단
지난 10월 26일 서울 광진구 자양동 광진문화예술회관 나루아트센터에서 ‘2014 희망날개 다문화여성 문화축제 윙크 페스티벌’이 개최됐다. ⓒ한국여성재단

“요리를 통해 우리나라를 소개할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오늘 ‘슈크리아’라는 아프리카 바비큐 꼬치 요리를 만들어 왔는데 사람들이 맛있다고 했어요. 자부심을 느낍니다. 이런 페스티벌이 더 많이 생기길 바랍니다.”

코트디부아르에서 온 싱글맘인 샤니(가명·20대 후반) 씨는 부스에서 아프리카 전통 음식을 나눠 주느라 여념이 없었다. 지난 10월 26일 서울 광진구 자양동 광진문화예술회관 나루아트센터에서 열린 ‘2014 희망날개 다문화여성 문화축제 윙크 페스티벌’에서 샤니 씨는 난민 여성들로 구성된 ‘맘셰프(Mom Chef)’의 일원으로 축제에 참여해 요리 솜씨를 뽐냈다. 맘셰프 외에도 ‘말하는 도시락 톡 투 미’ ‘아시아 요리 봉사단’ ‘미디어 자조모임’ 등 다문화 여성 커뮤니티들이 자신들의 활동을 소개하는 부스를 마련해 여러 다문화 가족들과 교류했다.

한국여성재단과 아모레퍼시픽복지재단이 지원하는 ‘윙크 페스티벌’은 올해 4회째로 공연과 전시를 통해 다문화여성들의 문화 역량 성장과 가능성을 선보이는 행사다. ‘희망날개’ 사업은 다문화 여성 커뮤니티 활성화를 위해 활동비와 활동 콘텐츠 향상을 지원하는 프로젝트로, 다문화 여성들이 문화 생산자로 활동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 정서적 지지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우리는 같이하면 하나입니다’라는 주제로 열린 올해 행사는 특히 다문화 여성들이 문화 기획자로서 축제의 기획 단계부터 참여했다. 한국여성재단 박기남 사무총장은 “자조모임을 통해 지역에서 아마추어적으로 공연자로만 참여하는 게 아니라 문화기획자 과정을 공부하고 기획자로서 축제에 참여한 것이라 지난해와 올해는 큰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 사무총장은 “앞으로 지역에서 스스로 다문화를 내용으로 하는 공연을 기획하는 역량이 생기지 않을까”라며 기대를 나타냈다.

 

지난 10월 26일 서울 광진구 자양동 광진문화예술회관 나루아트센터에서 열린 ‘2014 희망날개 다문화여성 문화축제 윙크 페스티벌’에서 톡 투 미 회원들이 부스 행사를 하고 있다.
지난 10월 26일 서울 광진구 자양동 광진문화예술회관 나루아트센터에서 열린 ‘2014 희망날개 다문화여성 문화축제 윙크 페스티벌’에서 '톡 투 미' 회원들이 부스 행사를 하고 있다. ⓒ한국여성재단

400여 명의 다문화 여성들과 가족들이 참여해 성황리에 치러진 이날 축제에서는 베트남, 필리핀, 몽골 등 다양한 국가의 전통춤을 비롯해 다문화밴드, 난타, 합창, 댄스 등 뛰어난 수준의 공연이 펼쳐졌다. 다문화 여성의 시각으로 바라본 한국에서의 삶을 영상으로 제작해 상영하기도 했다. 한국여성재단 조형 이사장은 “다문화 여성의 내면의 당당함과 문화 역량은 우리 주변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하다”며 “희망날개 프로젝트를 통해 자신의 문화를 즐기고 전파하는 사회구성원으로 당당히 자리잡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응원했다. 아모레퍼시픽복지재단 배동현 이사장은 “윙크 페스티벌은 다문화 여성들이 본연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지역사회의 한 일원으로서 건강하고 당당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마련한 축제의 장으로 아모레퍼시픽복지재단은 앞으로도 그들이 희망의 날개를 펼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밝혔다.

‘톡 투 미’ 회원으로 부스 행사에 참여한 호지완(34) 씨는 회원들이 만들어 온 고국의 음식을 나눠주며 톡 투 미에서 하고 있는 활동을 설명하느라 분주했다.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이주한 지 10년이 되었다는 그는 결혼이주 여성들이 뜻을 모아 만든 단체인 ‘톡 투 미’에서 초기부터 함께 했다. 전국적으로 1000명 이상의 회원이 있는 ‘톡 투 미’에서는 버려진 헝겊으로 ‘모니카’라는 인형을 만들어 저소득층이나 고아원 아이들에게 나눠 주거나 판매한 수익금으로 독거노인을 돕는 활동을 하고 있다. 호지완 씨는 “한국에 처음 왔을 때 이주 여성들이 많은 도움을 받아서 그것을 돌려주고 싶다”며 “작은 힘이지만 이 사회에 이바지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26일 서울 광진구 자양동 광진문화예술회관 나루아트센터에서 열린 ‘2014 희망날개 다문화여성 문화축제 윙크 페스티벌’에서 맘셰프 회원들이 부스 행사를 하고 있다.
지난 10월 26일 서울 광진구 자양동 광진문화예술회관 나루아트센터에서 열린 ‘2014 희망날개 다문화여성 문화축제 윙크 페스티벌’에서 '맘셰프' 회원들이 부스 행사를 하고 있다. ⓒ한국여성재단

안산에서 미디어 자조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이지니(47) 씨는 “하고 싶은 이야기를 영상으로 제작하고 상영할 수 있어 재미있다”고 말했다. 이지니 씨를 비롯해 9명의 이주 여성이 모인 이 커뮤니티에서는 직접 시나리오부터 촬영, 편집까지 전담한다. 짧게는 8분짜리 영상부터 20분이 넘는 다큐멘터리와 뮤직비디오까지 장르를 불문하고 활발한 영상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들은 일주일에 단 2시간만 모여 작업을 진행한다.

“내가 만든 걸 보고 사람들이 좋아하니까 기분이 좋아요. 최근에 만든 ‘왕따 이야기’는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학교에서 왕따당하는 상황을 고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만든 것입니다. 이런 페스티벌을 통해서도 알리고 그래서 나아지는 효과를 발휘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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