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차고 빠르고 올바르게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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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효선 / 여성신문 발행인
  • 승인 2018.01.30 17:25
  • 수정 2018-01-30 17: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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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26주년에 부쳐

 

정론 향해 청마의 기상으로 달립니다 ⓒ박방영 작가
정론 향해 청마의 기상으로 달립니다 ⓒ박방영 작가

여성신문은 ‘여성이 평화다’ 라는 슬로건으로 창간 26주년인 2014년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올해는 누구나 ‘유난히 불안했던 한 해’로 기억할 것 같습니다.

특히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입장에서는 가장 힘들고 어려운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대학생 아이들이 폭설로 건물 지붕이 무너지는 사고를 만났고, 고등학생 아이들은 기대에 부풀어 수학여행을 떠났다가 바다 한가운데 수장되었고, 군대 간 아이들은 폭력과 사고로 허무한 죽음을 맞았습니다. 아동학대와 성폭력 사건도 많았습니다. 상사의 성폭력으로 고통받다가 자살에 이른 여군이나 비정규직 여성들의 비보도 있었습니다.

세상을 살면서 아이의 죽음만큼 비통하고 암울한 소식이 또 있을까요?

불경기에 살아가기도 힘든데, 옆집 아이, 앞집 아이가 눌려죽고, 빠져죽고, 맞아죽는 걸 계속 보아야 하다니요? 여성신문 신년호의 평화기원과는 너무나도 동떨어진 현실 앞에서 엄마들은 한없는 비탄과 공포와 싸워야 했습니다.

지면과 인터넷 판을 온통 고통스런 기사로 채워야 했던 여성신문 기자들도 힘든 한 해를 보내야 했습니다. 4.16 세월호 사건 이후 여성신문은 ‘기본은 지키자’라는 슬로건을 다시 내걸고 ‘우리 속의 세월호’를 경계하며 원칙준수에 의한 안전을 촉구했습니다. 비극적인 사건의 희생자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그 아픔을 함께 딛고 일어서서 나가기를 바랐습니다.

이번 주 어떤 출판기념회에서 아동학대 피해자들의 처절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생각했습니다. 26년 전 여성신문이 주장했던 이슈들이 어쩜 저렇게 그대로 다시 반복되고 있을까요? 장애인에 대한 학대, 성폭력, 은폐, 피해자들의 고달픈 삶 등등. 26년 전 여성신문은 일명 ‘성폭력 신문이냐?’는 비난을 들어가면서 성폭력 피해자들의 인권을 주장했습니다. 그 때의 판박이 같은 사건이 지금도 구조적으로 되풀이 되고 있는 현실을 보며, 역사는 진보한다는 일반적인 가설에 의문이 들었습니다. 또 앞으로도 여성신문은 고통 받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더 충실히 전해야 한다는 창간 때의 사명을 다시 한 번 돌아보는 계기도 되었습니다.

일하는 엄마들은 더 안절부절 하는 한 해를 보내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아직도 일․가정 양립을 위한 환경이 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난 3년간의 워킹맘 고통지수 연구를 올해 마무리 하면서 워킹맘 고통지수가 제 자리 걸음이라는 결론을 내려야 했던 건 또 하나의 유쾌하지 않은 결실입니다.

우리 경제력은 그동안 많이 발전했다는데, 왜 여성들의 인권과 안전은 답보상태일까요? 여성대통령을 배출한 대한민국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세미나를 여는 나라들이 많다고 합니다. 여성대통령을 비롯한 소위 ‘알파걸’ 영역에서 여성들의 성취는 눈에 띄게 커졌지만 그 효과가 저변으로 확대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동안 여성신문은 ‘여성의 눈으로 세상을 변화시켜’ 왔습니다. 많이 변한 줄 알았지만 우리 사회에는 고질적인 부조리와 그에 희생되는 많은 여성들의 고통이 남아 있습니다.

1988년 창간 당시 여성신문은 ‘지면’을 통한 여성운동을 표방했습니다. 26주년을 맞는 지금의 여성신문은 실시간 보도가 가능한 온라인 미디어로 발전했습니다. 온오프 통합형 여성언론으로서 여성의 문제를 독자들에게 더욱 신속하고 힘차게 전달할 것입니다. 여성신문 30주년에는 보다 안전하고 공정한 세상에서 여성이 더 행복해지기를 기원합니다. 그 때를 위해 여성신문은 더 단단해지고 더 낮아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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