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고통지수 3년간 분석해 보니
'여성의 삶' 관심없는 출산 보육정책
예산만 쏟아붓고 출산율은 제자리

 

‘일과 가정생활을 잘하고 싶지만 몸은 힘들고 퇴근 후에는 아이를 돌봐야 하니 제대로 쉴 수 없고 아이를 더 낳고 싶어도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곳도 없고 시간 선택제로 일하고 싶지만 급여가 줄어들 것이 뻔해 그럴 수도 없고….’

대한민국의 워킹맘은 고통스럽다.

2012년부터 올해까지 지난 3년간 (사)여성․문화네트워크가 여성가족부와 여성신문 후원으로 매년 워킹맘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워킹맘 고통지수를 분석한 결과다.

‘5세 이하 자녀를 둔 30대 정규직 워킹맘’이 가장 고통스러운 것으로 나타났고, 10명 중 8명의 워킹맘이 ‘일과 가정 양립 자체가 힘들다’고 답했다. 워킹맘들은 여전히 정책적 지원이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보육과 육아중심의 휴가, 휴직 제도로 접근한 일·가정 양립 정책을 일하는 여성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워킹맘 우선 정책으로 전환돼야 함을 의미한다. 

연구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워킹맘 고통지수를 낮추기 위해서는 여성들이 경력단절 없이 지속 가능하게 일 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과 사회적 여건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홍승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가족다문화센터장은 “스웨덴처럼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이 높은 나라는 여성이 일하는 것이 당연해 고용이 안정되고, 믿을 수 있는 보육시설에서 국가가 아이를 잘 돌봐주고 노동시간을 탄력적이고 유연하게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취업맘의 렌즈로 고용, 여성, 보육, 가족정책, 조세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강남식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교수도 “북유럽의 경우 고학력 정규직일수록 출산율이 높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한국은 여성의 대학 진학률은 남성보다 높지만 고용률은 남성보다 낮고 임금격차도 68%다. 여성고용률을 높이고 가사노동과 육아에 남성이 더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남성 육아휴직을 확대해야 한다”며 궁극적으로 우리 사회가 남녀 모두 함께 일하는 것이 당연한 일·가정 양립 사회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정아 경기도 여성능력개발원 소장은 “우리 사회는 워킹맘에는 관심이 없고 출산과 보육 대책에만 관심이 있다. 워킹맘은 증가할 수밖에 없는데 워킹맘 정책부족은 결국 보육예산을 엄청나게 쏟아 부어도 출산율은 증가하지 않는 문제로 연결된다”며 여성의 삶에 대한 통합적 관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치원에 다니는 5세 아이를 둔 워킹맘 임윤정(38세) 씨는 “결혼하지 않은 후배들에게 아이 낳고 키우며 행복하게 일하는 모습을 보여줘 좋은 롤 모델이 되고 싶지만 하루하루가 힘겹다. 일하는 엄마들의 고통지수가 낮아져야 행복지수를 얘기할 수 있지 않겠는가”라고 토로했다.

정부는 여성 고용률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쏟아냈지만 현장 체감률이 떨어져 지난 10월 15일 ‘여성고용 후속·보완 대책’과 ‘시간 선택제 일자리 활성화 후속·보완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번 정책 역시 여성의 경력단절 예방과 맞벌이 부부 중심의 보육·돌봄 서비스라고는 하지만 실효성이 높을지는 의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여성 대통령 시대에도 워킹망 고통 지수가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여성 고용 정책에 대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정부 각 부처에 나눠져 있는 여성 정책들을 통합 조정할 수 있는 정부 조직 개편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여성 부총리제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지난 3년간의 워킹맘 고통지수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워킹맘들은 ‘일과 가정 병행 자체가 힘들다’ ‘일․가정 양립으로 몸이 축나는 것을 느낀다’ ‘퇴근 후에도 집에서 쉴 수가 없다’ ‘회사에서 눈치가 보여 개인 휴가를 쓰기 불편하다’ ‘둘이 벌어도 가정경제는 나아지지 않는다’ 등을 어려운 점으로 꼽았다.

워킹맘 58%만이 워킹맘으로서 자부심이 있다고 답해, 워킹맘으로서의 자존감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안정이 된다면 워킹맘은 아이를 더 낳겠다고 답했다. 워킹맘이 아이를 더 낳을 수 있는 조건으로는 고용안정, 합리적인 양육 환경과 교육비용 등을 우선으로 꼽았다. 워킹맘 92%가 배우자의 출산휴가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지 못했으며 시간 선택제로 전환할 때 가장 큰 걸림돌은 전일제보다 낮은 급여 수준이라고 답했다.

그동안 연구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강남식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교수, 강선미 하랑성평등교육문화연구소장, 김형준 명지대 교수, 이영민 숙명여대 인적자원개발대학원 교수, 장혜경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가족사회통합실장, 조정아 경기도여성능력개발원 소장, 홍승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가족다문화센터장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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