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여성 진행자는 어디로 갔을까
그 많던 여성 진행자는 어디로 갔을까
  • 이소영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18.01.30 16:59
  • 수정 2018-01-30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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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MC 전면에 내세운 프로그램 줄어들어
집단 남성 진행자 고착화
여성진행자 스스로 틀을 깨는 노력 필요

 

김구라·이경규·유재석·강호동·신동엽…. 이들의 공통점은? 요즘 잘 나가는 남성 톱 사회자들이다. 방송가는 지금 여성 사회자 기근이다. 

현재 MBC ‘황금어장 라디오스타’, KBS ‘나는 남자다’ ‘불후의 명곡’, SBS ‘스타쥬니어쇼 붕어빵’ ‘놀라운 대회 스타킹’ 등 방송3사 연예오락 프로그램 대부분을 남성 진행자가 이끌고 있다.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 KBS ‘해피투게더 3’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를 제외하고는 ‘남녀 투톱’보다 ‘남남 투톱’ 강세 현상이 두드러진다. 

 

 

여성 진행자의 퇴조현상은 여성 진행자를 전면에 내세울 만한 프로그램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드라마는 여성 시청자들을 중심으로 기획되지만, 쇼․오락 예능은 남성 중심의 기획화를 추구, 방송 프로그램 포맷 자체가 남성 진행자 중심으로 틀이 맞춰져 있다. 여성 진행자는 뷰티나 요리 분야 등을 제외하면 남성 주도의 예능에서 ‘홍일점’ 역할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이 같은 현상은 ‘무한도전’ ‘1박 2일’ 등 장시간의 야외 촬영과 현장 중심의 예능이 트렌드화되면서 집단 남성 진행자가 대세가 됐다.

여성 진행자들이 설 자리가 처음부터 없었던 것은 아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박경림·이경실·박미선·이영자·조혜련·정선희·송은이 등은 ‘진실게임’ ‘여걸6’ 등 방송사 간판 프로그램의 메인 진행자 자리를 꿰차며 승승장구했다. 이후 여성들을 전면에 내세운 프로그램인 KBS ‘여걸식스’, SBS ‘골드미스가 간다’와 ‘무한도전’의 여성판인 MBC 에브리원 ‘무한걸스’가 케이블 채널에서 시도됐지만 최근에는 전무하다. 

여성 진행자들은 웃음을 유발하는 리얼 버라이어티에 약하다는 선입견도 여성 진행자 기근 현상에 한몫 했다. 레크리에이션 강사 출신의 한 아나운서는 “‘액티브하고 파워 에너지를 가지는 건 남자밖에 없다’ ‘여성 진행자들은 웃음을 유발하면서 진행을 하는 점이 약하다, 역량이 부족하다’는 선입견이 (현장에) 있다”며 “개그우먼 출신 진행자가 많은 이유도 인지도와 함께 이 점도 작용한 것 같다”고 털어놨다.  

얼마 전 여자라는 이름보다 아내, 엄마, 며느리라는 이름으로 자주 불리는 대한민국 여성들을 응원하자는 취지로 토크 콘서트를 연 방송인 박경림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방송가에 여성 진행자가 없는 것은 ‘공감’을 넘어 ‘인정’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방송의 생리적 특성상 단시간에 결과물이 나와야 하고, 현재 시청자들이 좋아하는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 현상이 한동안 지속될 것 같다”면서 “안타까운 건 시청자들의 호응에 따라 움직이다 보면 다른 반응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 방송사에서 시간을 투자한다든가, 새로운 기획을 만들지 않게 된다. 하지만 여성 진행자들도 분명히 잘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여성 진행자들도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계속 발맞춰서 준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편향된 현재의 진행자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방송계의 여성 진행자 포섭, 다양한 기획화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대경대 김건표 방송진행과 교수는 “현재 여성들을 위한 프로그램보다는 가족 아니면 남성의 소비 문화를 다루는 방송이 대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시청자가 인지했을 때 여성 진행자보다 남성 진행자가 좀 더 편하고 익숙해져 있다”며 “PD 입장에서도 여성 진행자 단독은 상당히 어려운 선택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종편도 많아지고 채널이 다양화되면서 여성을 위한 예능·버라이어티·삶을 다루는 교양이 많아졌으면 한다”면서 “방송사들도 익숙한 진행자의 패턴보다는 여성들의 수다라든가, 남성 사회를 파헤쳐 보는 토크쇼를 만들어 다양화를 추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남성 MC가) 편향되서 나오는 형태는 문제가 있다고 보여진다. 방송 기획에 있어서 기획자나 PD들이 신경을 써야 한다”면서도 “그렇다고 그냥 세워 놓는다고 해결될 것은 아니다. 트렌드가 급변하고 있는 상황에 여성들도 넘어서야 할 부분도 있는 것 같다. 여성 스스로 틀을 깨고 준비된 부분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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