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선 '마마보이', 자식을 마마보이로 만드는 엄마 그려

모성을 신성하고 가치 있는 것을 보는 태도는 옳다. 하지만 대중예술에서 종종 그것은 ‘이데올로기’라 할 만큼 경직된 모습을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이기적이거나 어리석어 자식을 고통에 빠뜨리는 엄마도 ‘다 너를 사랑하기 때문이다’라는 말 한 마디로 용서받고, 일에 몰두하는 워킹맘은 ‘독하고 나쁜 여자’로 단죄되기 일쑤였다. 

대중예술에서 이런 모성의 이데올로기화는 도대체 깨어질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1990년 초부터 여기에 도전장을 내미는 노래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아직까진 너에겐 모든 일에 엄마가 필요해 모든 것을 엄마에게 물어봐야 해 /…/ 나는 세상에 모든 것이 두려워요 엄마 / 언제까지나 내 곁에 있어 줘 / 모든 걸 엄마에게 물어봐 사랑하는 사람까지도 / 혼자 할 수 있는 건 없잖아 우와아 어른이 될 수 없는 마마보이 (하략)

                      김준선 <마마보이>(1993, 김준선 작사‧작곡)

이런 노래가 나오는 것을 보면, 1990년대 신세대문화 출현은 엄청난 문화적 격변이었음이 분명하다. 이 노래는 여태껏 사랑과 헌신으로만 설명되어 왔던 어머니의 모습을, 자식을 마마보이로 만드는 일그러진 사랑으로 그려낸다. 

바로 이 시점부터 마마보이와 헬리콥터 엄마(자녀의 주변을 맴돌며 돌보는 엄마)는 분명한 사회현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 시대에 청소년기를 맞은 신세대들은 1970년대 중반을 전후해 태어난 사람들이다. 산아제한 정책으로 한두 자녀의 가정에서 태어나 아파트에서 집중적인 돌봄을 받으며 귀하게 컸고, 오랫동안 입시 중심의 교육을 받았던 세대다. 노래 가사대로 ‘어디 있든지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지 엄마가’ 도와주며 살았던 것이다. 

엄마도 예전 엄마가 아니었다. 1950~60년대에 젊은 시절을 보낸 이 시대의 엄마들은, 남자들과 똑같이 중등·고등교육을 받으며 욕구·욕망을 키워 왔다. 하지만 대부분 이를 직업활동을 통해 사회적으로 해결하지 못했고, 대신 소소한 지출부터 재테크까지 가정경제를 책임지며 경영자이자 자녀교육의 사령탑이 되어, 남편과 자녀를 통해 자신의 욕망을 대리 충족하려는 경향을 보였다. 

이에 비해 세계적으로 길고 긴 노동시간의 한국 땅에서 벌어먹고 살자니 가정에 머물 시간이 태부족한 아빠들은 가정에서 자잘한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고, 자녀들은 엄마들의 욕망 속에서 성장했다. 엄마들 역시 남편에게 해결하지 못한 애정결핍을 자녀에게 집착함으로써 해결하려는 경향을 보였다. 마마보이는 이런 조건들이 만들어 낸 필연적 결과다. 

 

가수 DJ DOC ⓒ뉴시스·여성신문
가수 DJ DOC ⓒ뉴시스·여성신문

슈퍼맨 슈퍼맨 슈퍼맨 / 어젯밤 우리 아빠 엄마 부부싸움에 잠을 잘 수가 없네 / 요리조리 따지시는 우리 엄마 아빠에게 뭐라고 쉴 새 없이 따다다다다다다 요! / 변명도 제대로 못한 우리 아빠 무슨 잘못 하신 게 아닌가 걱정이네 / 무서운 우리 엄마 뭐가 불만이실까 엄마가 필요한 건 혹시 슈퍼맨 / (하략)

            DJ DOC <슈퍼맨의 비애>(1994, 강은경·김현수 작사, 김창권·박선주 작곡)

이 시기 가요 속의 엄마는 남편과 자녀에게 폭압적인 존재로 그려지기 일쑤였다. 아빠와 자녀가 자신의 욕망에 미달할 때에 다그치는 엄마의 형상화는 ‘마마보이’만큼 현실감 있다. 부부싸움 장면을 ‘따다다다다’로 묘사한 것은, 이 노래의 재기발랄함의 절정이다. 

 

가수 패닉 ⓒ뉴시스·여성신문
가수 패닉 ⓒ뉴시스·여성신문

이러한 욕심 많은 어머니를 다룬 노래의 종결자는 패닉의 ‘마마’(1996)다. 래퍼 김진표가 짓고 부른 이 노래는, 엄마에 대한 비판적 형상화로서는 아직까지도 이를 능가할 수 없을 정도로 파격적이고 강하다. 이 노래에서는 엄마를 욕심 많은 ‘뚱뚱한 돼지’라 욕하고, ‘허영, 너의 꿈, 너의 욕심, 모든 걸 내가 만족시켜 줘야만 하는 거니’ ‘나를 갖고 모두에게 자랑하고 싶은 거지. 이런 젠장. 잘 키웠단 소리 듣기 위해 날 이렇게 키우는 거니’라고 반문한다. 이 노래의 마지막 부분은 ‘왜 당신과 단지 얘기만 하는 것도 싫어지지’ ‘당신의 뱃속에서 나온 이유로 난 닥쳐야 하지’이다.

당장 방송금지가 될 정도로 충격적인 가사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로 틀린 말도 아니라는 사실이 더 충격적이고 뼈아프다. 과연 지금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