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배우가 사라졌다
여배우가 사라졌다
  • 이소영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18.01.29 16:48
  • 수정 2018-01-29 16: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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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예술 전반, 남자 배우 위주 작품
여성 관객만 겨냥한 작품도 나와
“여배우 원톱 영화 흥행·수익성 떨어져”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의 프레스콜에서 배우 한지상(왼쪽부터), 이건명, 유준상, 박은태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은 신이 되려 했던 인간과 인간을 동경했던 괴물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의 프레스콜에서 배우 한지상(왼쪽부터), 이건명, 유준상, 박은태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은 신이 되려 했던 인간과 인간을 동경했던 괴물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뉴시스·여성신문

공연예술 전반에 여자 주인공이 사라지고 있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그날들’ 등 남자 주인공을 내세운 뮤지컬과 연극이 대세다.   

현재 인터파크에서 뮤지컬 예매 순위 1∼10위를 차지하는 작품(10월 22일 현재) 대다수는 남성 배우 중심이다. ‘황태자 루돌프’ ‘지킬 앤 하이드’ ‘그날들’ ‘조로’가 대표적이다. 창작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의 주연 배우는 다섯 명이다. 빅터 프랑켄슈타인 역의 유준상·류정한·이건명과 괴물 역의 한지상·박은태 등 모두 남자 배우다.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누나와 약혼자 등 여배우들도 등장하지만 조연에 그친다. ‘마리 앙투아네트’와 ‘레베카’처럼 ‘타이틀’이 여주인공인 작품이 있긴 하지만 타이틀에 머물 뿐 남자 출연진의 비중이 높다. 

 

이한위·서현철·심원철, 연극 월남스키부대
이한위·서현철·심원철, 연극 '월남스키부대' ⓒ뉴시스·여성신문

이 같은 여주인공 기근 현상은 연극계에서 더욱 심하다. 연극 ‘월남 스키부대’ ‘늘근 도둑 이야기’ 등  무대에 오르고 있는 상당수 연극도 주인공이 남자다. 이들 작품에선 갈등·화해·대결 등이 모두 남성끼리 이뤄진다. 여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연극은 세 여자의 사랑을 그린 연극 ‘러브 이즈 타이밍’뿐이다. 작품을 기획한 최대성 연출가는 “여배우들이 배우로서 설 무대가 없는 게 안타까워 기획하게 됐다”면서 “당장은 힘들지만, 계속해서 좋은 작품을 만들려는 시도를 하는 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상황이 이렇자 티켓 파워를 쥔 여성 관객을 겨냥한 포석이라는 말도 나온다. 아예 ‘여성 관객 전용 19금 공연도 탄생했다. 박칼린의 ‘미스터 쇼’다. ‘남성 출입 불가(Ladies Only)’라는 문구를 내걸고 70분 공연 시간 내내 8명의 남성 출연진만 등장한다. 근육질 남성들은 순식간에 셔츠를 찢고 바지를 내리는 등 과감한 퍼포먼스를 서슴지 않는다.  

 

박칼린 감독이 연출한 미스터쇼의 한 장면
박칼린 감독이 연출한 '미스터쇼'의 한 장면 ⓒ미스터쇼 제공

여배우들은 자신이 설 무대가 없어 ‘성형’을 감행하거나 작품에 대한 고민에 빠진다. 얼마 전 영화배우 손예진은 기자간담회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남자 위주의 영화가 많다보니 여배우로서 섭섭한 측면이 있다. 여배우들의 선택 폭이 참 좁다”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연극 ‘라이어’에 출연 중인 뮤지컬 배우 노은경(29)씨는 “연극 라이어 또한 남자 배우는 7명인 데 반해 여배우는 달랑 2명이다. 여배우는 로맨스물에서 커플로 나오는 경우가 많다”면서 “여배우들의 이미지도 거의 정해져 있다. 귀엽거나 상큼하거나, 남자를 돋보이게 할 뿐 개성 있고 다양한 캐릭터가 없다. 오랫동안 배우로 활동한 나도 여자들이 주를 이루는 작품 하면 ‘메노포즈’ ‘넌센스’밖에 생각이 안 난다”고 토로했다.  

여성 주인공이 등장하지 않는 이유는 결국 ‘돈’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제작자는 관객의 80%이상이 여성 관객인 상황에서 그들의 요구에 맞춰 작품을 만들 수밖에 없다. 익명을 요구한 소극장 뮤지컬 공연 제작 프로듀서는 “관객에 맞춰 작품을 만들다보니 남자들이 위주인 작품이 나올 수밖에 없다”면서 “소재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여배우들이 설 자리가 사라지면서 능력 있고 카리스마 있는 여성 스타가 나타나기가 어려운 구조로 가고 있다. 여성들이 젊었을 때 잠깐 미모로 극의 분위기를 띄워주는 역할로만 소모되고, 어머니 역할로 넘어가기 때문에 성적 불균형이 너무 심하다. 알게 모르게 여성 연기자에 대한 차별이 이뤄진다고 볼 수 있다”면서 “제작자나 작가나 연출가들의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여성 캐릭터를 내세운 드라마틱한 스토리도 신경을 좀 더 쓰면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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