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 방영된 미혼모 관련 뉴스는 단 15건
불법입양·영아유기 등 부정적 내용 대다수
선정적 사건보단 양육 미혼모 현실 다뤄야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키우는 여성, 흔히 ‘미혼모’로 불리는 이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사회의 냉대다. 미혼모에 대한 편견을 깨부수기 위해 당당히 싸우고 있는 엄마들을 만났다.  이들이 직접 조사한 언론 모니터링 결과를 소개하고 미혼모들이 양육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발로 뛰는 현장을 찾았다.

 

서울 관악구 난곡동에 설치된  ‘베이비박스’. 베이비박스는 버려지는 아기들의 생명을 위해 꼭 필요하다는 의견과 아기를 버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는 이유로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서울 관악구 난곡동에 설치된 ‘베이비박스’. 베이비박스는 버려지는 아기들의 생명을 위해 꼭 필요하다는 의견과 아기를 버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는 이유로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지상파 뉴스가 오히려 미혼모에 대한 뿌리 깊은 고정관념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지상파 3사 메인 뉴스를 모니터링한 미혼모 등 모니터 요원들은 미혼모 관련 보도들이 대부분 부정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다며 이렇게 지적했다. 사단법인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는 총 6명의 모니터링 팀원을 구성해 지난해 9월부터 올해 8월 31일까지 1년간 방영된 MBC 뉴스데스크, KBS 9시뉴스, SBS 8시뉴스 등 지상파 방송 메인 뉴스를 모니터링했다. 모니터링 요원들은 언론 모니터링을 위해 전문 교육도 이수했다. 

이들이 지상파 방송의 뉴스를 모니터링한 결과, 전체 뉴스 2만9400건 중 미혼모 관련 이슈를 다룬 뉴스는 15건에 그쳤다. 방송사별로는 KBS가 4건, MBC가 7건, SBS가 4건이었다. 미혼모에 대한 낮은 관심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게다가 미혼모 관련 뉴스 내용을 살펴보면, 영아 유기, 베이비박스, 불법 입양 등 부정적인 것이 대부분이다. 언론 모니터링 결과를 보면, KBS가 보도한 4건 중 2건이 영아 유기·살해 관련 뉴스였고, MBC는 7건 중 3건이 영아 유기·살해 관련 보도였다. SBS는 4건 중 3건이 영아 유기 관련 보도였고, 나머지 1건은 채동욱 전 검찰청장의 혼외 아들 건과 관련된 것이었다.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는 언론 모니터링 결과에 대해 “지상파 3사 뉴스가 보도한 미혼모 관련 뉴스는 모두 미혼모는 아이를 제대로 양육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기존의 고정관념을 강화하고 있다”며 “미혼부의 책임을 다룬 뉴스도 단 1건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KBS의 경우, ‘미혼모는 학력이 낮고, 가난하고 불쌍하며, 미혼모들은 출산을 하면 불가피하게 아이를 포기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드러냈고, SBS도 ‘미혼모는 모성애가 부족한 사람이며, 아이를 유기하면 그 아이들은 모두 입양을 간다’는 잘못된 정보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MBC의 경우 ‘베이비박스’가 어느 지역에 설치됐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하며 영아 유기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 점을 지적했다. 다만 MBC는 미혼부의 책임 부분을 다루고, 양육비 지급 의무에 대해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직접 언론 모니터링에 참여한 한국미혼모가족협회 가족회원 정선옥씨는 “방송에서 충격적인 사건과 관련된 미혼모만 다룰 것이 아니라 양육하는 미혼모들의 현실적인 목소리를 담아 제도 개선과 인식 전환이 되도록 힘써달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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