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여성, 문화적 권리 누릴 길 트여
이란 여성, 문화적 권리 누릴 길 트여
  • 최희경 국제무형문화도시연합(ICCN) 사무국장
  • 승인 2014.10.22 16:25
  • 수정 2018-01-29 16: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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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CN, 이란 이스파한에서 국제여성포럼 열어

 

여성포럼에 참석한 80대의 한 이란 여성은 지난 수십년 간 이란에서 이렇게 많은 여성들이 한자리에 모여 여성의 역할에 대한 논의의 장이 마련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여성포럼에 참석한 80대의 한 이란 여성은 지난 수십년 간 이란에서 이렇게 많은 여성들이 한자리에 모여 여성의 역할에 대한 논의의 장이 마련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국제무형문화도시연합(ICCN)은 이란 이스파한 시정부와 공동으로 지난 10월 8일부터 12일까지 ICCN 국제여성포럼과 총회, 세계무형문화축전을 열었다.

ICCN은 세계 무형문화유산 보존과 발전을 위해 세계 도시들이 힘을 합쳐 결성한 국제기구다. 현재 40개국 44개 도시와 35개 기관이 회원이며 대한민국 강릉시(시장 최명희)가 대표와 사무국을 맡고 있다. 국내 도시로는 강릉과 함께 정선이 가입돼 있다. ICCN은 2012년 유네스코 자문기구로 정식 승인을 받았다.

ICCN은 매년 회원도시를 순회하며 국제회의와 청소년포럼을 열며, 세계무형문화축전을 2년마다 개최한다. 올해는 세계무형문화축전이 열리는 해로 지난 8일 이란 이스파한에서 개최됐다.

이스파한은 화려한 페르시아의 유·무형 자산을 보유한 세계적 관광지다. 그러나 주변국과의 갈등, 경제제재로 부정적 이미지를 가지고 있어 이번 ICCN 축전과 국제회 유치를 통해 이를 쇄신하고자 노력을 기울였다. 이번 ICCN 축전 중에는 전 세계 회원도시 대표, 전문가, 국제기구 대표들이 참여한 총회 및 국제여성포럼이 열렸다. 또한 사파비왕조의 화려한 왕궁을 배경으로 이란 내 31개 주에서 참가한 수공예 전시 및 전통음식전을 비롯해 전통의상 변천사, 전통놀이, 구전, 공연 등 이란 도시들의 다양한 문화행사가 이스파한 전역에서 펼쳐졌다. 한국에서는 강릉단오제와 정선아리랑 공연팀이 참가했다.

특히 시리아, 이라크 등 중동지역의 불안한 정세 가운데 이란으로 모인 전 세계 지방정부·관련 기관, 국제기구, 이란 지방정부 대표들, 여성 대표들은 무형문화를 통한 지역 발전과 문화 간 대화를 통해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다.

ICCN 국제여성포럼은 축전 중 가장 중요하고 의미 있는 행사 중 하나였다. 10월 9일 ‘무형문화 보호·진흥·재생에 있어 여성의 역할’이라는 주제 아래 이란의 정부 관계자와 31개 주에서 온 여성 대표들, ICCN 회원도시 여성 대표들, 전문가 등 500여 명이 참가했다.

 

이란 몰라베르디 부통령과 면담을 하고 있는 필자(오른쪽)
이란 몰라베르디 부통령과 면담을 하고 있는 필자(오른쪽)
이란 여성가족문제 담당 몰라베르디(Shahindokht Molaverdi) 부통령은 오프닝 연설에서 이란의 대표적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인 ‘노루즈’의 전통을 전수하는 데 있어서 여성의 역할과 남성 중심의 스토리텔링 ‘나컬리’의 경우 문학적 정신을 심어주는 것은 결국 어머니인 여성의 역할임을 강조했다. 또한 몰라베르디 부통령은 국제기구인 ICCN이 문화를 통한 국가 간 화해 노력에 있어 여성의 중요한 역할을 부각시킬 수 있기를 당부했다. 필자와의 단독 면담에서는 이번 이스파한에서 개최된 여성포럼을 계기로 여성과 남성으로 구성된 위원회를 구성해 무형문화 보호 및 진흥에 있어 여성 역할의 향상을 위해 공동으로 노력할 것을 제안했다.

필자는 포럼에서 한국에서도 강릉의 대표적 여성 인물인 ‘신사임당과 허난설헌’을 통해 무형문화 보호 및 전승에 있어 여성의 역할을 논했다. 두 인물 모두 여성 역할이 제한됐던 조선 유교 사회에서 달란트와 열정으로 상황을 뛰어 넘어 후대에 길이 남는 문화적 자산을 남긴 점을 소개했다. 더불어 각계각층에서 활약하고 있는 이란 여성들의 예를 들며 문화 분야에서 더 많은 여성 리더십이 발휘돼야 함을 강조했다. 이 연설은 원래 여성포럼 오프닝에서 하기로 돼 있었으나 일정이 변경되는 바람에 축전 오프닝에서 하게 됐다. 덕분에 청중 중에는 이란 남성들이 꽤 많이 자리해 있었고, 필자는 여성과 남성이 함께 협력함으로써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음을 말할 수 있었다.

유네스코 2003 무형문화유산 보호협약의 탄생에 있어 주도적 역할을 한 세계적 학자 재닛 블레이크(Janet Blake) 박사는 무형문화 보호에 있어 여성의 역할이라는 주제를 크게 환영하는 한편, 여성과 무형문화라는 주제를 다룰 때에 여성과 남성이라는 분리된 관점으로 접근하는 방식은 피해야 한다는 점을 지목했다. 또한 문화와 사회, 발전모델에 있어 여성의 공헌에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관심을 촉구했다.

회의 기간 중 만난 이스파한 여성 시의원과는 ICCN 국제여성포럼이 이란 여성들에게 어떤 의의를 갖는지에 대해 의견을 나눌 수 있었다. 이 여성 의원은 포럼을 통해 문화 전달자이자 교육인으로서 여성의 역할을 재발견할 수 있었다는 점과, 이란 전역에서 모인 여성들이 국내외 참가자들과 열띤 토론을 벌이고 의견을 나눌 수 있었다는 점에 의의를 부여했다. 포럼 중 80대의 한 이란 여성은 지난 수십 년간 이란에서 이렇게 많은 여성이 한자리에 모여 여성 역할에 대해 논의한 것은 처음이라고 언급하면서 앞으로 이러한 기회가 더 많아져야 함을 강조했다.

ICCN 국제여성포럼의 성공적 개최의 결과로 ICCN 총회 선언문에서는 이스파한시가 무형문화 보호에 있어 여성의 역할에 대한 연구를 활성화하는 데 주도적으로 지원한다는 조항을 포함하게 됐다. ICCN을 통해 이란 여성들의 문화 및 사회적 권리를 한층 더 강화해 나갈 수 있는 하나의 길이 보이는 순간이었다. 앞으로 나아가는 길은 결코 쉽지 않겠지만 ICCN을 비롯해 다양한 국제 네트워크와의 교류가 이란에서 활발하게 이뤄진다면 문화적 다양성을 인정하고 나아가 상호 자극을 통해 더 큰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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