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손 맨발 아동학대에서는 첫 ‘살인죄’

 

지난해 12월 11일 계모의 학대로 숨진 고 이서현양의 49재를 맞아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계모학대 사망 고 이서현 49재 추모행사가 열렸다.
지난해 12월 11일 계모의 학대로 숨진 고 이서현양의 49재를 맞아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계모학대 사망 고 이서현 49재' 추모행사가 열렸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8살 의붓딸을 때려 숨지게 한 ‘울산 계모’에 대해 살인죄가 적용됐다.

부산고법 형사합의1부(구남수 부장판사)는 16일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1심 판결을 뒤집고 가해자 박모(41)씨에게 살인죄를 적용해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살인의 고의가 없다고 판단해 상해치사죄를 적용하고 징역 15년을 선고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한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박씨가 의붓딸을 주먹과 발로 약 35분간 무자비하게 폭행한 후 얼굴에 핏기가 없어 창백해 보이는 피해자를 다시 주먹과 발로 피해자의 머리, 옆구리, 배, 다리 등을 폭행했다”며 “전문적인 의학지식이 없는 피고인이라 하더라도 이 모습을 지켜보면 생명에 심각한 지장이 초래되었음을 충분히 인식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살인죄 적용은 흉기를 사용하지 않고 맨손 맨발로 아동을 학대·사망케 한 사건에서는 처음으로 살인죄를 인정한 것이라 주목되고 있다. 피해자 측 공동변호인단에 참여한 황수철 변호사는 “1심 재판부에서 살인죄로 인정하지 않은 이유가 머리를 직접 가격하지 않고 흉기를 사용할 수 있었는데 사용하지 않아 사람을 죽일 의도까지는 없었다고 봤던 것”이라며 “이번에는 아동의 특수성을 고려해 맨손 맨발로도 충분히 아동을 살해할 수 있다는 판결에 이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황 변호사는 “이번 판례로 인해 맨손 맨발 아동학대에 대해 앞으로 검찰에서도 자신감 있게 기소할 수 있을 것이고, 사람들 인식도 아이를 때려 죽게 했다가는 살인죄로 처벌을 받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경각심을 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박씨는 지난해 10월 “소풍 가고 싶다”는 의붓딸의 머리와 가슴을 주먹과 발로 때려 갈비뼈 16개를 부러뜨렸고, 부러진 갈비뼈가 폐를 찔러 숨지게 했다. 살인죄가 적용되지 않은 지난 1심 판결 이후 엄마들을 중심으로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과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여론이 빗발쳤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