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노드 예비문서 동성애·이혼·피임 등 수용 시사
동성애 단체 “환영”, 보수 가톨릭 반대의 벽은 높아
내년 10월 시노드서 최종 결정…최종 결정권은 교황에

 

프란치스코 교황이 16일 오전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123위 시복 미사를 집전하기 위해 광화문까지 차량 퍼레이드를 하며 신자와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16일 오전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123위 시복 미사를 집전하기 위해 광화문까지 차량 퍼레이드를 하며 신자와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역사상 가장 개혁적인 교황으로 꼽히는 프란치스코 교황 때문일까. 동성애와 동거, 이혼과 재혼 등 가톨릭에서 ‘비정상적 가족’이라 규정했던 이들에게 바티칸이 포용의 메시지를 전해 눈길을 끌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취임 후 교회가 이 세상의 실제적인 문제, 특히 ‘상처받은 가족들’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지난 5일부터 전 세계 주교 200여 명이 참석해 토론 중인 세계주교대의원회(시노드)의 공식 예비문서가 13일(현지시간) 공개됐다. 시노드가 끝나는 19일 공개될 최종 문서의 예비보고서 성격인 12장짜리 예비문서는 “결혼은 이성 간에 이뤄지는 신성한 것”이라는 기본 원칙을 재확인하면서도 “동성애 커플도 가톨릭 공동체에 기여하는 바가 있으며 파트너의 삶에 귀중한 도움을 주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또한 “우리가 이들을 환대할 수 있겠는가? 가톨릭 공동체가 가족과 결혼에 대한 신성한 가르침과 타협하지 않으면서 그들의 성적 지향을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라고 질문하며 동성애에 대한 포용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동거에 대해서도 “시민적 결합의 긍정적 측변”을 언급했으며, 가장 큰 논란거리였던 교회의 허가를 받지 않은 이혼과 재혼 커플에 대해서는 의견의 분열을 인정하면서도 “이들이 차별받는다고 느낄 수 있는 언행을 피해야 한다”며 동일한 존중을 보여줄 것을 요청했다. 뿐만 아니라 ‘자연적 방법’을 이용하는 피임에 대한 허용 입장도 내비쳤다.

예비문서가 공개되자 언론은 ‘혁명적인 변화’라며 놀라움을 표했다. ‘바티칸 다이어리’의 저자인 바티칸 전문가 존 트래비스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문서에서 동성애에 대한 교회의 태도를 ‘지진’에 비유하며 “결혼과 가족 이슈에 대해 좀 더 자비로운 접근 방법을 채택하려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 평가했다.

인권단체 및 성소수자, 여성계 등은 일단 지지 입장을 보였다. 미국 동성애 권리보호 단체인 휴먼라이츠캠페인(HRC)의 채드 그리핀 회장은 성명을 통해 이번 예비문서는 “잠재적인 지각변동”이며 “어둠 속의 한 줄기 빛과 같다”고 말했다. 동성애차별반대연합(GLAAD)의 로스 머레이 대변인은 이번 예비문서가 “희망의 빛”이라면서도 “동성애를 말하는 어조의 변화가 교회의 진짜 변화로 이어질 지는 두고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의 말처럼 가톨릭 전체의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아 보인다. 13일 시노드에서 예비문서가 낭독됐을 때 41인의 주교가 교황 앞에서 공식적인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수파로 통하는 미국의 레이먼드 레오 버크 주교는 라이프사이트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동성애에 대해 “본질적으로 장애이며 해로운 것”이라 표현하며 “그런 관계가 실제로 존재한다 해도 우리 아이들을 노출시키지는 않을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또한 예비문서가 공개된 이튿날 바티칸은 보도자료를 통해 “비전통적인 가족형태를 환대한다는 것이 그러한 가족들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핵심적인 가르침을 바꾸겠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확실히 하며 “예비문서는 요약본일 뿐 시노드 전체의 의견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번 시노드는 19일 최종보고서를 끝으로 막을 내리며 교구별 토의를 거쳐 내년 10월 열리는 2차 시노드에서 최종안을 확정짓게 된다. 많은 반대가 예상되지만 최종 결정권은 교황이 쥐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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