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균군 시리얼·세균 웨하스 버젓이 유통
허점 드러난 ‘자가품질검사’ 보완책 마련해야

 

유통과 판매가 잠정 중단된 제품들.
유통과 판매가 잠정 중단된 제품들.

먹거리에 대한 안전불감증이 심각한 수준이다. 크라운제과에 이어 동서식품까지 오염된 제품을 유통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소비자들은 세균 검출 사실을 알고서도 불량 제품을 유통시킨 기업들의 뻔뻔함에 분노하고 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허점이 드러난 식품안전 관리를 강화하기 위한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13일 동서식품의 ‘포스트 아몬드 후레이크’의 유통과 판매를 잠정 금지한 데 이어, 14일 ‘그래놀라 파파야 코코넛’ ‘오레오 오즈’ ‘그래놀라 크랜베리 아몬드’ 등 시리얼 3개 품목에 추가로 유통·판매를 잠정 금지했다고 밝혔다. 서울서부지검 부정식품사범 합동수사단(단장 이성희 부장검사)도 해당 제품을 생산한 진천공장을 압수수색했다.

동서식품은 진천공장에서 해당 제품들을 생산하면서 ‘자가품질검사’를 통해 대장균군(대장균과 비슷한 세균 집합)을 확인하고도 폐기하지 않고 다른 제품에 10%씩 섞어 완제품을 만든 혐의를 받고 있다. 식약처는 동서식품 진천공장의 시리얼 제품들을 수거·검사하고 있으며, 대장균군 검사 결과에 따라 회수 여부를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동서식품은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대장균군은 쌀을 포함한 농산물 원료에 일상적으로 존재하는 미생물로서 동서식품은 해당 제품 제조 과정 중 품질 검사와 적절한 열처리를 통해 ‘대장균군 음성’으로 판명된 제품만 출고·판매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미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동서식품 불매운동이 일어나는 등 불신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크라운제과 ‘유기농 초코 웨하스’
크라운제과 ‘유기농 초코 웨하스’

지난 9일에는 크라운제과가 자가품질검사를 통해 세균이 검출된 걸 알고서도 ‘유기농 웨하스’ 제품을 5년간 시중에 유통시킨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식약처는 해당 제품에 대한 유통과 판매를 잠정 금지시켰고, 서울서부지검 부정식품사범 합동수사단도 크라운제과 생산담당이사 신모씨 등 임직원 3명을 구속 기소하고 공장장 김모씨 등 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식품안전 관리에 ‘구멍’이 뚫리면서 자가품질검사 제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두 기업 모두 자가품질검사를 실시했지만 불량품을 그대로 유통시켰기 때문이다. 자가품질검사란, 식품 제조회사가 출고 전 식품기준과 규격적합 여부 등을 검사하는 제도로, 부적합 제품이 발견되면 해당 제품을 전량 회수 또는 폐기하고 식약처에 보고해야 한다. 문제는 품질검사를 식품업체 자율에 맡기면서, 업체가 검사 결과를 제대로 보건 당국에 보고하는지를 확인하기가 사실상 어렵다는 점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업체들도 제대로 된 보고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보건 당국의 관리감독이 소홀한 것 아니냐는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이번 사건을 담당한 서울서부지방검찰청도 식약처에 자가품질검사의 실태와 문제점을 통보하고 법무부에 형사처벌 규정의 보완에 대한 입법을 건의했다. ‘솜방망이’ 처벌도 문제로 지적된다. 자가품질 검사 후 부적합 결과를 보건 당국에 보고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보고할 경우,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식약처는 이런 지적에 대해 업체의 자가품질검사 과정에 대해 관리감독과 점검을 한층 강화하는 쪽으로 관련 법을 개정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