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잘 놀아야 합니다”
“무조건 잘 놀아야 합니다”
  • 이소영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14.10.20 11:13
  • 수정 2018-01-25 17: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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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신나는 언니들’ 윈윈(WINWIN) 홍보기획단 멘토 인터뷰
서명혜 미술감독과의 만남
드라마 ‘응답하라 1994’ ‘괜찮아 사랑이야’ 작업

 

“응답하라 1994를 무척 재밌게 봤는데, 실제로 소품을 작업하신 감독님을 뵙고 이야기를 나눠 정말 좋았습니다.”(김소리·20·상명대 가족복지학과)

“힘든 상황에서도 성장한 감독님이 존경스러워요.”(정원주·25·명지대 디지털미디어학과 졸업)

‘신나는 언니들’ 윈윈(WINWIN) 홍보기획단은 서명혜(41·사진) 미술감독이 자리에 앉자 끊임없이 질문을 쏟아냈다. 서 감독은 지난해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던 tvN의 ‘응답하라 1994’에서 미술과 소품을 담당, 다양한 소품들로 시청자들의 향수를 불러 일으켰다.

영화 ‘접속’ ‘미술관 옆 동물원’ ‘몽정기’ ‘여자 정혜’ 등에서 미술과 소품을 담당했던 그는 작은 것 하나도 놓치지 않는 눈썰미로 드라마를 성공의 반열에 올려놓는 데 한몫했다. 드라마의 숨은 주역이라 할 수 있다. 이날 멘토링은 드라마 속 에피소드와 미술감독의 세계에 대해 들을 수 있는 기회였다. 

 

양말공장에서 입수한 486컴퓨터. 드라마 응답하라 1994는 미술감독을 비롯한 미술팀이 직접 발품을 팔아 소품을 구했다.
양말공장에서 입수한 486컴퓨터. 드라마 '응답하라 1994'는 미술감독을 비롯한 미술팀이 직접 발품을 팔아 소품을 구했다. ⓒtv N 캡처

-드라마 ‘응답하라 1994’를 재밌게 봤다. 

“기억에 많이 남는다. 특히 시청자들이 옥에 티를 골라내주실 때 정말 감사했다. 그래서 항상 한 번 더 생각하면서 작업을 할 수 있었다. 감독님 또한 항상 열심히 모니터링을 하셨다. 소품도 주인공처럼 나온 드라마다 보니 쉽지 않았다. 클로즈업을 하니까…. 더군다나 1990년대의 자료나 서적이 정말 없더라. 못 구할 때가 훨씬 많아서 실제 수작업을 해야 했다. 소품들에서 실수한 것들이 있을까봐 두근거렸다. 아직도 ‘저 공간에 하나만 뭘 더 올려놓을 걸’ 하는 아쉬움이 드는 장면이 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게 쉽지 않을 텐데 일할 때 노하우가 있나. 

“주인공이 움직이는 동선을 그려본다. 그걸 일순위로 생각한다. SBS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의 조인성(장재열 역) 집을 기억하나. 감독님께 복도식 구조를 제안했다. 슬라이딩 도어를 활용해 가변성을 도입했다. 정신질환이 있는 조인성의 마음이 열리고 닫히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서였다. 그나마도 아이디어가 안 떠오르면 생각을 전환하기 위해 책을 읽는다. 컬러가 떠오르는 경우도 있다. 영화 ‘우와한녀’에서는 주인공의 집을 파랗게 칠했다. ‘독특하다’는 느낌을 줘야 했기 때문이다.” 

-영화만 하다가 드라마를 하게 됐다. 다른 점이 있나. 

“tvN ‘이웃집 꽃미남’으로 처음 드라마 일을 하게 됐다. 당시 PD님이 저 말고도 미술감독 여러 명을 눈여겨보고 계셨다. PT(프레젠테이션)이라도 열심히 하고 빠져야겠다 싶어 하고 싶은 것을 다 던졌는데, 됐다. 드라마 현장에 와서 가장 놀라웠던 건, 직위 자체를 인정받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영화는 감독이 하나의 시리즈를 가지고 몇 년을 연구하기 때문에 전문가가 얘기를 해도 자신의 주장을 고집하는 경우가 있다. 드라마는 대본이 지도다. 대본대로 따라가면 된다. 작가님 역시 미술 쪽 부분까지 큰 관여를 안 하신다. 대개 작은 부분 정도만 이야기를 할 뿐이다. 그래서 자신의 영역이 명확하다. 물론 스케줄은 타이트하다. ‘응답하라 1994’의 경우 12명이 움직였는데도 하루에 4시간 이상을 자는 것이 소원이었다.” 

-미술감독이 된 계기가 있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영화가 좋아서 시작했다’고 말하지만, 제 경우는 그렇지 않았다. 미술감독을 꿈꾼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가구디자인을 전공했고 모델하우스, 백화점 MD로 일을 시작했다. 졸업 당시 고급 아파트들이 지어지기 시작할 때여서 어떻게 더 멋지게 꾸미느냐가 경쟁이었다. 아파트 도면을 보고 어떤 소품을 넣고 어떤 커튼을 달까 생각하는 일이었다. 당시 함께 일하던 실장님이 영화사에 가구를 협찬해준 적이 있어 그 인연으로 영화일을 제안하셨다. 그게 바로 영화 ‘접속’이었다. 처음에는 ‘이걸 내가 다시 하면 사람이 아니야’라고 장담을 했는데 다시 영화가 너무 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사람들이 ‘마약같다’고 하는 것 같다. 안 하고 있으면 계속 하고 싶어지니까.” 

-여자라서 힘든 점이 있었나.

“여자라서 ‘장점이 없다’고 말할 만큼 영화판은 여자가 일하기 힘든 현장이다. 아직도 우리나라는 (일터에서) 성평등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특히 미술파트라는 직업이 몸을 써야 하는 직업인데, 이들과 동등한 대우를 받으려면 짐을 한 번 더 들 수밖에 없다.” 

-직업병이 있나.

“한동안 스트레스가 심해 영화를 안 봤다. 스토리에 집중할 수 없을 뿐더러 할리우드 영화를 보면 좌절감이 몰려왔다. 한국에는 미술감독들이 할 수 있는 부분이 너무나도 적어 스트레스가 심했다.

소품은 웬만큼 밖에서 볼 수 있는 건 일하면서 다 보기 때문에 탐나는 것은 없다. 다만 어느 곳에 가더라도 구조나 인테리어를 살펴보게 된다. 어떤 카페에 가더라도 ‘구조가 좋네?’ ‘이 컬러랑 이 컬러를 배합했는데 안 촌스럽네’ 등의 생각은 많이 한다.”

-이 일을 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능력이 있나.

“끈기나 인내는 한번 일을 해보면 바로 보인다. 강조하고 싶은 건 프로그램을 다루는 것이다. 포토샵, 일러스트, 스케치, 캐드(CAD) 이게 기본이다. 도면을 그려야 할 때 캐드가 필요하다. 사교성이 좋으면 훨씬 좋다. 현장에서 미술 파트는 모든 스태프와 부딪치며 협의해야 한다.” 

-앞으로 해보고 싶은 것은.

“사극을 해보고 싶다. 보통 (사극) 경력이 있어야 들어가는 경우가 많아 기회는 오지 않았다. 꼭 한번 해보고 싶다. 드라마 ‘응답하라’ 다음 시리즈는 내년 정도로 얘기가 나오고 있다.” 

-미술감독을 꿈꾸는 청춘들에게 조언 부탁드린다.

“무조건 잘 놀아야 한다. 사랑도 하고, 여행도 하고, 무엇을 해도 도움이 된다. 이 일은 둘 중 하나다. 정말 개인적인 생활을 할 수가 없어서 바쁘거나, 정말 할 일이 없거나. 아무것도 안 한다면 도태된다. 영어를 배워도 되고, 술만 마셔도 된다. 저 같은 경우에는 돈도 없었고 전기세만 나가도 되는 게 뭔가 해서 찾은 게 일러스트와 포토샵이었다. 고양이 장난감도 직접 다 만들어줬다. 놀면서 실력을 키웠다. 학원에 다니지 않아도 누구나 독학으로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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