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상한액 30만원, 15%만 자율 줘
고객 차별 사라졌으나 모두 비싸게 사는 꼴
통신비·휴대전화 출고가 인하론 힘 실려

 

이동통신 시장의 불법 보조금 차단과 소비자 이익 증대를 위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시행된 1일 서울 용산구 휴대폰 판매 대리점 밀집지역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이동통신 시장의 불법 보조금 차단과 소비자 이익 증대를 위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시행된 1일 서울 용산구 휴대폰 판매 대리점 밀집지역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이동통신시장 유통질서 확립을 위해 시행된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일명 ‘단통법’의 후폭풍이 거세다. 정부 당국이 “천차만별로 지급되던 불법보조금을 차단하겠다”며 야심차게 법을 시행했지만 시행 초기부터 휴대전화 출고가는 높아진 반면, 보조금은 줄어들어 우려하던 단말기 가격 폭탄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단통법은 같은 휴대전화를 같은 날 사더라도 언제, 어디서 사는지에 따라, 또 번호 이동이냐, 기기변경이냐 등에 따라 가격이 몇 배씩 차이가 나는 차별을 없애겠다는 것이 법의 핵심이다. 실제로 단통법 시행 이전에는 같은 휴대전화를 법정 보조금 상한액인 27만원만 받고 100만원에 달하는 스마트폰을 사는 사람이 있는 반면, 보조금 정보에 밝은 사람은 70만원에 달하는 보조금을 받는 경우도 있었다. 

단통법이 시행되면서 이동통신사가 휴대전화를 구입하는 소비자에게 지급하던 보조금을 공시해야 한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정한 지원금 상한선은 30만원이지만 대리점에 따라 15% 한도 내에서 추가 지원금을 제공할 수 있어 소비자는 최대 34만5000원까지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9만원 요금제(2년 약정 기준 7만원) 이상을 기준으로 그 아래는 요금제에 비례해 차등적으로 지급받게 된다. 다만 출시된 지 15개월이 지난 단말기는 보조금 상한선을 적용받지 않는다. 

그러나 이동통신사가 공시한 보조금은 소비자들의 기대를 충족하기에는 너무 적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동통신 3사가 8일 공시한 보조금은 지난 1일 공시한 보조금보다는 10만원가량 올랐다. “법 시행 이후 모든 소비자가 비싸게 사게 됐다”며 “전 국민이 ‘호갱님’(호구+고객님)이 돼버렸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고가의 최신형 제품인 갤럭시 노트4의 경우, 11만~16만2000원 안팎의 적은 보조금이 실리면서 단통법 시행 이전과 견줘 판매 가격이 오히려 상승했다. 이러한 불만은 신규 가입자가 절반가량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에 따라 단통법의 본래 취지인 소비자들의 통신비 부담 감소와 보조금 과열 경쟁으로 혼탁했던 이동통신 시장의 안정을 위해서는 통신비와 출고가 인하가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참여연대와 통신소비자협동조합 등 시민단체들은 휴대전화 가격을 낮추기 위해 ‘보조금 분리 공시제’를 반드시 도입할 것을 주문했다. 시민단체들은 “보조금을 분리해 공시하면 소비자가 제조사 장려금과 통신사 보조금을 구분하게 되므로 결국 제조사 단말기 가격에 껴 있는 거품을 추산할 수 있다”며 “단말기 제조사의 국내외 소비자 차별을 막는 조항도 넣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도 7일 “해외와 비교할 때 국내 휴대전화의 기본 출고가가 높고 약정 가입 비도 높은 편”이라며 “출고가가 인하되지 않으면 소비자가 중국산 중저가 쪽으로 이동하거나 중고 단말기 시장이 활성화돼 최신 제품이 안 팔리는 현상이 벌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다만 “그래도 출고가 인하가 잘 안 되면 알뜰폰이나 외국 제품을 불편 없이 쓸 수 있도록 뒷받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일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단통법 폐지를 위한 서명운동도 벌어지고 있다. 시민단체 컨슈머워치는 지난 2일 부터 광화문 앞에서 단통법 폐지를 위한 소비자 1만명 서명운동에 나섰다. 온·오프라인에서 시작한 서명운동에는 현재 1000여 명이 넘는 시민들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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