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현주 의원, 경력단절 여성 282명 조사
육아휴직 사용 근로자는 10명 중 1명
임신하면 사표 써야 하는 현실부터 바꿔야

 

7일 서울 송파구 장지동 송파산모건강증진센터에서 열린 2014 임산부의 날 행사에서 한 남성이 임신체험복을 착용해보고 있다.
7일 서울 송파구 장지동 송파산모건강증진센터에서 열린 '2014 임산부의 날' 행사에서 한 남성이 임신체험복을 착용해보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임신한 근로자를 위한 제도가 시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여성 근로자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제도가 있어도 임신하거나 육아휴직을 사용하려면 상사 눈치부터 봐야 하는 차가운 현실 탓이다. 연장근로가 많고, 대체인력이 없는 열악한 근무 환경도 임신부 근로자들의 사표를 부추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민현주 의원이 여론조사 기관에 의뢰해 일하면서 임신과 출산을 경험한 여성 28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출산휴가를 사용한 비율은 35.1%로 나타났다. 육아휴직을 사용한 비율도 30명(10.6%)에 불과했다. 출산휴가를 사용하지 못한 사유로는 ‘임신 중 일이 힘들어 퇴직해서’란 답이 48.9%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출산 전후 휴가를 가기 힘든 회사 분위기로 출산을 앞두고 퇴직해서’(24.7%), ‘임신하면 퇴직해야 하는 분위기라 임신 중에 퇴직해서’(15.7%) 순이었다.

민 의원실에서 진행한 심층 인터뷰에서는 몰인정한 현실을 마주할 수 있다. 근로자 200명 규모의 중소 건설회사에서 사무직으로 근무하던 A(33)씨는 출산휴가 후 곧바로 육아휴직을 사용했지만 7개월 만에 복직할 수밖에 없었다. 임신 중 보직 변경이 없고, 임신부 앞에서 담배를 피우는 등 임신부를 전혀 배려하지 않는 회사 분위기에도 참고 일했지만, 육아휴직 대체인력을 채용하지 않은 탓에 동료들이 A씨의 업무를 나눠서 해야 했기 때문이다. A씨는 “저 대신 일할 대체인력을 쓰지 않아 동료들이 불만이 많았다”고 했다. 복직 직후 회사 사정이 어려워지자 구조조정 1순위는 암묵적으로 A씨가 지목됐다. “육아휴직을 사용했고, 아기 엄마여서 아기가 아프다고 하면 (회사)에 빠져야 할 일도 있고, 그런 게 회사에서는 눈치가 보였나 봐요. 그 이유밖에 없죠.”

부동산 기업에서 파견직 근로자로 일했던 C(26)씨는 “정규직 동료 비서에 비해 낮은 임금과 파견 신분으로 임신 중 회사 다니기에 눈치가 보여 사표를 냈다”고 했다.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제도 등 법으로 보장된 모성보호제도가 근로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현실은 한국여성노동자회 고용평등상담실 평등의전화 상담 내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고용평등상담실 평등의전화가 1월부터 8월까지 전국 10개 고용평등상담실 평등의전화에서 받은 상담 사례 1964건 중 모성권 관련 상담은 709건으로 36.1%를 차지했다. 모성권 상담의 내용은 육아휴직이 316건(44.6%)으로 가장 많았고, 출산전후휴가가 259건(36.5%)으로 뒤를 이었다. 임신·출산 관련 불이익, 임신·출산 해고도 각각 48건(6.8%), 25건(3.5%)에 달했다. 임산부의 날은 출산을 장려하고 임산부를 배려하기 위해 제정한 날이라고 하는데, 임신한 여성 노동자들의 현실은 여전히 암울했다. 

광주여성노동자회에 상담을 요청한 한 여성 노동자는 “5년 여간 근무한 회사에서 출산전후휴가를 요청했더니 한 달만 쉬고 나오라고 했다”며 “노동법엔 90일이 보장돼 있으니 60일만이라도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했더니 곤란하다며 한 달만 쉬고 출근하라고 강요한다. 알아서 그만두라고 하는 것 같기도 하다”고 토로했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출산휴가는 1인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이고 여성 근로자가 임신한 사실만 입증하면 고용 형태가 어떻든지에 상관없이 사용자에게 청구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그러나 고용노동부는 출산휴가를 주지 않는 사업장에 대한 질의회시(2006. 2.17)에서 “사업주에게 적법한 산전후휴가를 요구하고 만약 사업주가 부여하지 않을 경우에는 사업장 관할 지방노동관서에 민원을 제기해 도움을 받으라”고만 하고 있다. 

한국여성노동자회는 “고용노동부가 뒷짐을 지고 있다 보니 출산전후휴가를 사업주가 안 주려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에 대한 상담이 많을 수밖에 없다”며 “출산전후휴가나 육아휴직 전후에 해고되는 경우가 많아 실업급여라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문의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민 의원은 “현재처럼 모성보호제도 휴가 사용자 수만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고용보험과 건강보험을 연계해 사용 가능 대상자 중에 실제로 얼마나 사용하는지 조사할 필요가 있다”며 “고용노동부는 법으로 보장된 제도들이 현장에서 정착되도록 관리 감독을 강화하고, 이행 여부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점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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