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오후 서울 롯데호텔에서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이 여성가족부 전직 장관들과 간담회를 가진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두번째 줄 왼쪽부터) 백희영, 지은희, 최영희, 강기원, 김금래. (앞줄 왼쪽부터) 이연숙, 김장숙, 김희정, 김윤덕, 권영자.(직함 생략) ⓒ여성가족부
지난 18일 오후 서울 롯데호텔에서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이 여성가족부 전직 장관들과 간담회를 가진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두번째 줄 왼쪽부터) 백희영, 지은희, 최영희, 강기원, 김금래. (앞줄 왼쪽부터) 이연숙, 김장숙, 김희정, 김윤덕, 권영자.(직함 생략) ⓒ여성가족부

정부 부처 중 여성가족부만큼 부침이 많은 부처가 없는 것 같다. 여가부는 지난 20년간 부처 명칭과 소관 업무가 정권이 바뀔 때마다 한 번도 빠짐없이 논의돼왔다. 1988년 정무장관(제2)실, 1998년 여성특별위원회, 2001년 여성부, 2005년 여성가족부, 2008년 다시 여성부, 2010년 또다시 여성가족부로 변경됐다. 과거 여가부에 지원자가 적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언제 또다시 폐지 대상이 될지 모른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지난 20년을 돌이켜보면 그도 그럴만하다. 가장 큰 충격은 1998년 민주당 정권이 집권하면서 정무장관실이 폐지되고 여성특별위원회로 격하된 일과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발과 함께 여가부를 폐지하려던 일이었다. 같은 정부 내에서도 수도 없이 업무가 이관되고 변동되는 과정을 겪다 보니 조직의 영속성이 없어보였던 것 같다. 사무관들은 정권이 바뀌면 또 폐지 논의가 나오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우려로 지원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지난해 수습사무관 부처 배치 시 지원자가 4.8대 1로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부처는 기획재정부 같은 경제부처가 아니라 바로 여성가족부였다. 이런 뜻밖의 현상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젊은 고시 출신 지원자가 적어 애를 먹었던 상황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 들 정도의 놀라운 변화다. 여가부가 세종시 이전을 하지 않고 서울에 잔류했기 때문이라고 하는 분들도 있지만, 실제 부임한 신임 사무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여성인권이나 다문화, 소외 청소년 등의 업무를 하고 싶어서 온 직원들도 많다. 

여가부가 세종시로 이전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아직도 많은 분들이 궁금해한다. 2007년 세종시 이전 논의를 하면서 원안에는 이전 대상 부처로 포함됐다가, 하루아침에 외교부, 통일부와 함께 잔류 부처로 바뀌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서울에 보다 많은 정부 부처들이 잔류하기를 원하는 야당과 협의하면서 자연스럽게 서울로 남게 됐다고 한다. 

여가부 폐지를 말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우리나라와 비슷한 경제 규모를 갖은 다른 나라에도 여가부가 있느냐고 묻는다. 지난 20년의 여가부 조직변천사는 여성정책사의 주요 내용의 한 부분이고 우리나라 여성의 사회적 지위 변동과 맥을 같이한다. 해마다 3월 유엔에서 개최되는 여성 관련 주요한 국제회의인 유엔 여성지위위원회의 주요 토론에서도 여성정책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여성정책추진기제(National Machinery for Women's Policies)를 강조하고 있다. 

입사 경쟁률이 높은 부처라는 것은 이제 조직도 안정되고 업무선호도도 높은 부처가 됐다는 증거다. 업무성격상 여가부는 여성들이 선호하다 보니 여성 지원자가 많고 실제 여성 직원 비율이 65%나 된다. 그렇다보니 어떤 시기에는 여성정책국에는 남자 직원이 1명밖에 없어 그 층에 있는 화장실을 혼자 독점하고 쓴다는 우스운 이야기도 있었다. 인사 배치 시 국장들이 남자 직원을 추가로 배치해 달라는 요청은 일상화돼 있다. 남녀가 균형 있게 배치돼야 일의 효율성이 제고된다는 주장이다. 

지난 7월부터는 여성발전기본법이 개정되어 정부위원회 위촉직위원을 구성할 때 전문인력 부족 등 부득이한 사유가 아니고는 특정 성별이 위촉직 위원 수의 10분의 6을 초과하지 아니하도록 돼 있다. 양성평등기본법도 내년 7월에 시행될 예정이니 여가부에도 양성평등정책을 선호하는 남성 직원들이 늘어 양성이 균형 있게 배치되어 일하는 날이 곧 오기를 기대해본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