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화 국회의장 “여성 전략공천? 나는 반대한다”
정의화 국회의장 “여성 전략공천? 나는 반대한다”
  • 엄수아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14.10.02 11:17
  • 수정 2018-01-24 13: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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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스스로 지역에서 능력 인정받아야

 

정의화 국회의장은 성평등 사회는 이미 도래했다며 여성 스스로의 능력 개발을 강조했다. 사진은 25일 정 의장이 여성신문과 인터뷰를 하는 모습.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정의화 국회의장은 성평등 사회는 이미 도래했다며 여성 스스로의 능력 개발을 강조했다. 사진은 25일 정 의장이 여성신문과 인터뷰를 하는 모습.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국회가 가까스로 정상화됐다. 세월호 참사 167일 만이다. 세월호 정국이 파행을 거듭하면서 국감도 미뤄지고 처리해야 할 법안도 쌓였다. 새누리당은 지난 9월 26일 단독으로라도 본회의를 열고 90개 안건을 처리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정의화(65) 국회의장의 고민도 깊었다. ‘9분 국회’란 오명을 얻고 여당 내에서 비난은 물론 의장 사퇴결의안을 제출하겠다는 으름장까지 놓았다. 국회 정상화의 숨은 주역으로 꼽히는 정 의장을 본회의가 열리느냐 마느냐 하는 긴박감이 감돌던 9월 25일 국회 의장실에서 만났다. 짧은 인터뷰 동안 여러 번 보좌진 메시지가 전달됐고 전화기가 울렸다. ‘정신없다’는 말은 딱 이런 때 쓰이는 듯했다. 이런 상황일수록 진심을 엿볼 수 있는 법이다. 정의화 의장의 성평등 의식을 알아보기 딱 좋은 때였다.

-여성 정치력 확대를 위해 국회가 앞장서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

“지난 재·보궐 선거에서 나경원, 정미경, 권은희 후보의 당선으로 19대 여성 의원은 49명으로 늘었다. 양적으론 많이 증가했다고 볼 수 있지만 당내외 영향력은 그에 미치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여전히 비례대표 제도를 통해 억지로 해오고 있다. 당분간은 그대로 가야 할 것이다. 하지만 남성들을 빼내고 여성을 넣는 여성전략지구 선정에 대해선 반대한다. 이제는 얼마 안 가서 여성과 남성이 경쟁해서, 여성 우위가 될 것이다. 여성들이 스스로 지역에서 능력을 인정받아 당선되는 숫자가 늘어나고 있다.”

-왜 여성 정치인 배출이 어려웠나.

“첫째 금권선거 때문이다. 금권선거에서 여성이 이길 수 없었고, 술을 많이 하는 잘못된 선거 풍토도 문제였다. 잘못된 사회 풍토 때문에 여성이 근접하기 어려웠다. 이제는 금권선거가 거의 없어졌다. 여성이 제대로 자기 능력을 발휘하고 이름을 잘 알리기만 하면 당선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 자유민주주의의 자유와 평등 정신에 따라 본인 능력을 함양해 여성들이 자력으로 발전하는 게 중요하지 제도는 지금 있는 것으로 충분하다.”

-당내 공천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보지는 않는가.

“그만큼 자원이 없다.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면서 지역에 이름이 알려지고 국회의원이 돼야 보람이 있지 억지로 한다? 그것을 바란다면 잘못된 수구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이다.”

-사회지도층일수록 젠더의식이 중요하다고 본다.

“젠더이퀄리티(성평등의식)요? 이 시대에 국회의원이 젠더이퀄리티 없는 사람이 있나? 우리가 개발도상국 시절인 60~70년대와 지금은 다르다. 지금 젠더이퀄리티가 문제 되는 곳은 후진국, 저개발 국가, 교육 받은 사람이 적어 문맹률이 80~90%인 곳이다. 대한민국은 문맹률이 거의 제로(0)다.”

-성추행으로 고소당한 박희태 전 국회의장의 해명을 보면 젠더의식이 없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여성은 남성에 대해 성폭행하는 사람이 없는 줄 아나? 갈수록 더 많아진다. 물론 신분이 높을수록 조심해야 한다. 아무리 동생 같고 손주 같고 하더라도….”

-여성의 일·가정 양립의 어려움을 해소할 법·제도는 충분하다고 보는가. 

“세계적으로 대한민국은 소멸 국가에 들어간다. 그 이유는 세계에서 우리 민족의 출산율이 낮기 때문이다. 그게 법만 갖고 되겠나? 사회적 분위기를 바꾸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부부가 하나의 가정을 이루고 사는 것이 삶의 행복이다. 가정이 편하고 충효정신이 살아나야 나라가 편하다.”

정 의장은 지역구인 부산 중구·동구에서 4명의 여성 후보를 공천했고, 김은숙 중구청장이 6·4 지방선거에서 3선 여성 구청장으로 당선된 만큼 더 이상 남녀 차별 논쟁은 불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런 논쟁보단 남녀 불문 ‘능력’을 강조했다.

5선 지역구 국회의원이자 국회 수장으로 20여 년 정치권에 있으면서 '제도를 넘어서는 사람의 신의와 능력이 중요하며 배려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정 의장이 여성과 관련해 제출한 법안으로는 육아휴직 범위를 만 6세에서 만 8세로 확대한 국가공무원법, 지방공무원법, 교육공무원법 개정안이며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양립지원에 관한 법률을 19대에서 다시 대표 발의했다.

“제가 지역구에 가면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은 사람입니다”라며 여성 인기에 대한 자신감을 당당하게 내비칠 수 있었던 것은 그간 스스로 보여준 여성 정치력 확대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기 때문일까? 정 의장 눈에는 한국의 성평등이 이미 완성돼 있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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