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 4년 과정, 전액 무료 기숙형 대안학교
빈곤, 가출, 미혼모 등 위기 청소녀 대상

 

강명옥 교장(왼쪽)과 강선미 이사장이 자오나 학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강명옥 교장(왼쪽)과 강선미 이사장이 자오나 학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학교 밖 위기 청소녀들을 위한 도시형대안학교가 10월 초 개교했다. 서울 성북구 정릉 3동에 자리한 이 대안학교는 천주교 ‘원죄없으신마리아교육선교수녀회’가 설립한 ‘자오나’ 학교다. ‘자오나’는 ‘자캐오가 오른 나무’의 줄인 말로 성서 속 인물인 자캐오가 나무에 오른 것을 배움을 통해 더 넓은 세상을 보려는 적극적 행동으로 의미화한 것이다.

자오나 학교는 가정폭력과 성폭력의 위험에 시달리거나 노출된 학교 밖 청소녀들, 특히 미혼모 청소녀들을 주 대상으로 하는 기숙형 대안학교로 중등과정 2년, 고등과정 2년(1년 3학기제) 최대 4년까지 수학할 수 있다. 학비와 기숙사 비용은 전액 무료로 정원은 30명이다.

지난해 8월부터 개교 준비에 들어간 자오나 학교는 이 수녀회의 창설자인 카르멘 살레스 수녀가 2012년에 성녀로 시성된 것을 계기로 설립이 추진됐다. ‘원죄없으신마리아교육선교수녀회’는 1984년 한국에 만들어진 후 어린이집과 공부방, 지역아동센터 등 교육사업을 진행해왔다.

수녀회 재단법인 이사장인 강선미 로사 수녀는 “아이들이 먼저 자신을 믿고 사랑할 수 있고, 어려움을 극복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교육 내용이 짜여져 있다”며 “세상에 태어난 것을 감사하고 꿈을 갖고, 가슴 뛰는 삶을 살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자오나 학교의 교육 목표를 이야기했다. 자오나 학교 교장인 강명옥 안나 수녀는 “글로벌한 시대의 리더로 자라기 위해 외국어 교육과 외국 체험도 커리큘럼에 넣었다”고 교육 내용을 소개했다. ‘원죄없으신마리아교육선교수녀회’는 세계 17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국제 수도회이기 때문에 자오나 학교 학생들이 이 네트워크를 통해 외국어와 외국 체험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 자오나 학교에서는 우수 학생에게 필리핀, 중국, 일본 등 자오나 학교와 연계된 곳에 워크스터디(work study)를 통한 연수와 유학을 지원할 방침이다.

비인가 대안학교인 자오나 학교는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등 기본 교육 외에 아이들의 내적 치유를 돕는 ‘꿈꾸는 카메라’, 비폭력 대화 방법 외에도 바느질, 손작업 등 노동 수업까지 자오나 만의 특별한 커리큘럼을 준비하고 있다. 멘토링 형식의 교육 프로그램과 함께 스스로 기획, 생산, 판매, 저축, 기부로 연결해 신자유주의 경제체제에서 생존할 수 있고 더 나아가 이웃과 공생할 수 있는 역량을 길러주고자 한다. 강명옥 교장은 “학교의 커리큘럼이 싫어서 학교를 벗어난 친구들에게 기존 커리큘럼이 아닌 기본적인 학습권은 보장해주면서 치유와 회복을 위한 교육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명옥 교장(왼쪽)과 강선미 이사장.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강명옥 교장(왼쪽)과 강선미 이사장.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학교 수업과 기숙사 시설은 정릉 3동에 위치한 기존 수녀회 시설을 리모델링해 사용한다. 이 지역은 성북구에서도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역으로 청소녀들을 위한 배움터와 지역 네트워크의 허브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래된 수녀회 건물을 리모델링하는 데만 수억원의 비용이 들었다. 이 비용은 수도회 자체에서 충당했지만 학교를 운영하는 데 드는 비용만 1년에 최소 5억원가량이 들 것으로 예상돼 후원자를 모집하는 게 큰 과제다.

“정릉 성당 미사 시간에 자오나 학교 말씀을 드렸더니 연로하신 할아버지 한 분이 ‘나도 생활보호자라 매달은 못 도와준다’면서 주머니에서 2만원을 꺼내주셨어요. 그때 ‘저런 마음이 우리를 살게 하겠다’ ‘이 일이 앞으로 나아가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나눌 때 행복해지는 거잖아요.”(강선미 이사장)

“문제의 사람이 아니라 문제의 상황이 있는 것이죠. 상황이 달랐다면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과거의 아픔을 이겨내고 희망과 행복을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자캐오가 나무에 올라 구원이신 예수님을 본 것처럼 아이들이 학교를 통해 자신의 구원과 행복, 좀 더 큰 세상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강명옥 교장)

문의 02-911-7580, zaona2014@gmail.com

후원 국민은행 490701-01-1663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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