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여성 성폭력은 인도주의에 반해”
우리 대통령 최초로 국제무대서 일본군‘위안부’ 언급

 

박근혜 대통령의 유엔(UN)총회 연설 주제는 인권이었다. 그중 전시 상황에서의 여성 인권을 강조했다. 사진은 24일(현지시각) 뉴욕 유엔(UN)본부 총회 회의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는 박 대통령의 모습.
박근혜 대통령의 유엔(UN)총회 연설 주제는 '인권'이었다. 그중 전시 상황에서의 여성 인권을 강조했다. 사진은 24일(현지시각) 뉴욕 유엔(UN)본부 총회 회의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는 박 대통령의 모습. ⓒ뉴시스·여성신문

박근혜 대통령의 유엔총회 기조연설 주요 테마는 ‘인권’이었다. 국제사회에서 자행된 각종 여성인권 실상을 거론하며 특히 우리나라 대통령으로선 처음으로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국제무대 의제로 올렸다.

박 대통령은 9월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직접적으로 ‘일본’을 지칭하지는 않았지만 “어느 시대, 어떤 지역을 막론하고”라며 전시 여성에 대한 성폭력은 인권과 인도주의에 반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박 대통령의 발언은 외교 관례상 유엔 무대에선 특정 국가를 거론하지 않는 방침을 따른 것이다. 그러나 국제 정상들이 대거 모인 다자 무대에서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거론한 것은 기존 “위안부 문제 해결 없이는 한·일 관계 개선이 어렵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슬람 국가에 있는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의 아동·여성을 대상으로 한 테러 행위도 강력 질타했다. “인도주의에 관한 규범을 무시하고 어린이와 여성들까지도 무차별적으로 살해하는 테러 행위는 이슬람의 평화와 관용의 정신에도 배치되는 반문명적이고 반인륜적 행위로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북한 인권과 탈북자 인권, 북핵 문제 역시 인권 차원에서 거론했다. 박 대통령은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의 2월 보고서를 거론하며 “북한에서 반인도적 범죄에 해당하는 인권침해가 조직적이고 광범위하게 자행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번 박 대통령의 연설은 앞선 19일 모리 요시로 전 일본 총리가 2020년 도쿄올림픽 조직위원장 자격으로 한국을 방문해 박 대통령에게 전달한 친서에서 아베 신조 총리가 정상회담을 제안한 상태라 한·일 관계에 후폭풍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은 여성인권을 강조한 박 대통령의 연설에 환영 입장을 나타냈다. 새누리당 김현숙 원내대변인은 25일 논평을 통해 “특히 유엔 연설에서 대한민국 대통령 최초로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언급한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며 “지금까지 어떤 대통령도 하지 못했던 위안부 문제를 언급했다는 것 자체가 ‘위안부 문제 없이 한·일 관계 개선 없다’는 대통령의 굳은 의지의 표현이라 평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과 정의당 등 야당은 국내 정치 상황을 거론하며 ‘공허한 메아리’ ‘지루한 연설’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김정숙 한국여성단체협의회 회장은 “전 세계적으로 전시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폭행, 성희롱, 강제결혼 등 여성인권 탄압 사례가 많아 현재적인 문제”라며 “대통령이 이번에 일본을 언급하지 않았어도 가장 뜨거운 이슈가 바로 여성인권이다. 이제는 전 세계 여성들의 인권을 논할 때가 됐다. 그런 점에서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연설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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