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억 아시아인의 축제 2014 인천 아시아게임이 19일 개회식을 시작으로 16일간의 열전에 돌입했다. 제17회 인천 아시안게임은 1988년 서울, 2002년 부산에 이어 한국에서 3번째로 열리는 대회다. 한국 선수단은 아시안게임 역대 최다 규모인 38종목의 총 1068명을 파견한 이번 대회에서 중국에 이어 종합 2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 중반을 향해 가고 있는 인천 아시안게임 중간 성적표를 열어봤다. 

 

19일 오후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아경기대회 개막식에서 대한민국 선수단이 태극기를 흔들며 입장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19일 오후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아경기대회 개막식에서 대한민국 선수단이 태극기를 흔들며 입장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여성 돋보였던 개회식

‘45억의 꿈, 하나가 되는 아시아’를 주제로 내건 2014 인천 아시안게임의 개회식은 그 어느 때보다 ‘여성’이 돋보인 행사였다. 개회식 시작을 알린 ‘굴렁쇠 소녀’ 부터 마지막 성화 봉송주자인 배우 이영애, 문화공연의 주인공이었던 ‘심청’까지 개회식 중심에는 여성들이 있었다.

아시아 45개국의 글과 소리로 진행되는 카운트다운으로 시작된 1부의 백미는 굴렁쇠 퍼포먼스였다. 한국에서 벌어진 첫 국제종합대회인 1988년 서울올림픽 개막식에서 가장 깊은 인상을 남겼던 ‘굴렁쇠 소년’을 재연한 것. 서울 올림픽에서 굴렁쇠 소년이 ‘이념의 벽을 넘어 화합하자’는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했던 것처럼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는 리듬체조 유망주인 김민(인천 청일초등 6학년) 어린이가 ‘굴렁쇠 소녀’로 등장해 45억 아시아인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인천 아시안게임 기간 동안 불을 밝히는 성화를 점화한 영예는 배우 이영애(43)씨에게 돌아갔다. 이영애씨는 수영 꿈나무 김영호(12)와 리듬체조 유망주 김주원(13) 어린이와 함께 경기장 한편에 마련된 성화대에 횃불을 올려놨다.

개회식 문화공연의 또 다른 주인공은 효의 상징인 ‘심청’이었다. ‘가족이 되고 친구가 된 아시아’를 주제로 진행된 문화공연 3막에서는 과거에 함께 노래하고 춤추던 한 가족이었다가 헤어진 비류(인천의 옛 지명인 미추홀에 첫 발을 내디딘 주인공)와 심청이 다시 만나면서 흩어진 아시아를 인천에서 다시 하나로 뭉치게 해주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조직위는 “더 큰 세상을 향해 미추홀에서 첫발을 디딘 비류의 기상과 연꽃으로 환생한 심청의 효가 살아있는 인천은 다른 이들이 만나 친구와 가족이 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문화 공연의 대미는 국악인 안숙선 명창이 장식했다. 그가 한국적인 어머니의 노래를 부르는 가운데 아시아의 꿈을 담은 배를 맞이하며 모든 출연자들이 한목소리로 노래하고 춤추며 끝을 맺었다.

 

19일 오후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개막식에서 최종 성화주자인 탤런트 이영애가 다이빙선수 김영호, 리듬체조선수 김주원과 함께 성화에 점화전 인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19일 오후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개막식에서 최종 성화주자인 탤런트 이영애가 다이빙선수 김영호, 리듬체조선수 김주원과 함께 성화에 점화전 인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개회식이 마치 한류 행사 같았다는 혹평도 나왔다. 아시안게임에서 스포츠인이 아닌 사람이 성화 점화를 한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렵다. 이영애씨는 다양한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해 중국·일본 등 동아시아는 물론, 이란과 터키 등 서아시아까지 이름을 알린 한류의 선봉장 역할을 해왔지만, 최종 점화자로 어울리지는 않았다는 시선도 많다. 더욱이 조직위 실수로 비밀로 붙여져야 할 점화자가 공개되면서 뒷말이 더 많았다. 일부 외신들은 ‘한류 콘서트’ 같았다는 비판을 하기도 했다. 개회식에서는 싸이, 엑소, JYJ, 김수현 등 중국 내 최고의 인기 스타 등이 총출동해 콘서트 장을 방불케 했다. 일본의 뉴스통신사 지지통신사는 “체육적인 요소는 적고 대형 콘서트처럼 느껴졌다. 배우가 성화를 점화하는 것은 전례를 깨는 것이다. 성대한 체육행사가 영화제같이 느껴졌다”고 전하기도 했다.  

반면 중국의 CCTV는 “개회식 공연은 ‘이사아의 미래를 만나다’를 주제로 펼쳐졌으며 아주 오래전부터 소통하고 교류했던 아시아가 인천에서 다시 화합하고자 하는 소망을 담았다”고 평가했다. 

펜싱, 사격, 유도 등 여성 맹활약 

한국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종합 2위를 수성해 아시안게임 5회 연속 종합 2위를 달성하겠다는 각오다. 20일 우슈의 이하성이 장권 분야에서 ‘깜짝’ 첫 금메달을 시작으로 금빛 레이스가 이어지고 있다. 25일까지 금 26 은 23 동25으로 중국에 이어 종합 2위를 달리고 있다. 특히 펜싱, 사격, 유도 등에서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24일 열린 2014 인천아시안게임 펜싱 여자 플뢰레 단체전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한국 선수들이 관중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24일 열린 2014 인천아시안게임 펜싱 여자 플뢰레 단체전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한국 선수들이 관중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펜싱은 새로운 효자 종목으로 떠올랐다. 한국 펜싱이 아시안게임에서 획득한 역대 최다 금메달 개수를 8개로 늘리면서 새 역사를 썼다. 처음 목표였던 금메달 7개를 초과 달성했다. 여자 플뢰레 대표팀은 24일 단체 결승전에서 남현희(33), 오하나(29·이상 성남시청), 전희숙(30·서울시청), 김미나(27·인천 중구청)로 구성돼 중국을 32-27로 꺾고 대회 5연패 대업을 달성했다. 전희숙은 이번 대회 개인전 금메달을 차지하며 대회 2관왕에 올랐다.  

 

여자사격대표팀 김장미, 이정은, 곽정혜 ⓒ뉴시스·여성신문
여자사격대표팀 김장미, 이정은, 곽정혜 ⓒ뉴시스·여성신문

사격은 ‘아시아최강’을 자부하는 중국을 간발의 차이로 제치면서 금메달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25일까지 금메달 7개를 획득했다. 특히 단체전은 여자 선수들의 활약이 빛났다. 22일 여자 사격 25m 권총 단체전에서 김장미(22·우리은행), 곽정혜(28·IBK기업은행), 이정은(27·KB국민은행)으로 구성된 한국 단체팀은 금메달을 획득해 동메달에 머물렀던 2010광저우아시안게임의 한을 풀었다. 24일에는 나윤경(32·우리은행), 정미라(27·화성시청), 음빛나(23·상무)로 구성된 여자 대표팀이 여자 50m 소총 복사 단체전에서 1천855.5점을 올려 1천854.1점을 기록한 중국을 1.4점 차로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정미라는 갑상선암을 이기고 동료들과 값진 금메달을 따내 의미를 더했다. 25일에는 김미진(34·제천시청)이 사격 여자 더블트랙에서 금메달을 추가했다.   

 

23일 오후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안게임 유도 여자 단체전 결승전 경기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한국 선수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23일 오후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안게임 유도 여자 단체전 결승전 경기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한국 선수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유도도 금 5 은 2 동 6으로 총 15개의 메달을 획득했다. 특히 여자 유도는 전종목 메달을 획득하며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정경미(29·78kg 이상급)와 정다운(25·63kg급), 김성연(23·70kg급)은 각 체급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특히 정경미는 한국 여자 유도 사상 처음으로 아시안 게임 2연패에 성공하는 쾌거를 이뤘다. 여자 단체전에서도 금메달을 노렸으나 아쉽게 일본에 패하며 은메달에 차지했다   

김예지(20·포항시청)는 한국 조정 역사상 두 번째 금메달을 획득했다. 여성으로서는 처음이다. 김예지는 24일 충주 탄금호 조정경기장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조정 여자 싱글스컬 결선에서 8분46초52를 기록하며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한국 조정이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것은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남자 싱글스컬의 신은철 이후 두 번째다.

앞으로 양궁, 태권도 등 전통의 효자종목들이 남아 있어 종합 2위 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박태환과 함께 가장 관심을 끄는 손연재의 리듬체조 사상 최초의 아시안게임 금메달 도전도 관심사다. 

동네운동회 전락?...조직위원회 운영 미숙 도마

 

한국 선수들의 반가운 메달 소식과는 반대로 인천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의 대회 운영 미숙이 도마위에 올랐다. 개회식 때 성화가 꺼졌고, 발권기가 고장나기도 하고, 도시락에서 식중독균이 나오고, 자원봉사자들 관리가 잘 안되고 있다. 언론을 통해 알려진 내용만 추려도 국제적 망신을 초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기 운영에서도 문제점이 나타났다. 배드민턴 경기에서 정전사태로 경기가 중단되고, 심판들이 앉을 자리의 입장권을 일반인들에게 판매해 버린 웃지 못할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또 태국 야구대표팀이 밤에 야간 훈련을 하는데 조명이 켜지지 않아 연습을 못하기도 했다. 조명을 담당하는 사람이 퇴근을 했다는 이유였다.   

셔틀 버스를 이용하는 선수들이 제대로 탑승을 하지 못하는 상황도 종종 벌어졌다. 안내하는 사람들이 제대로 안내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장애인 주차장을 VIP용으로 이용해서, 정작 장애인들은 이용하지 못하는 일도 있었고, 운영위원들이 도박판을 벌이다 적발되기도 했다.  

한국 야구 대표팀 류중일 감독이 공개적인 자리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선수에게 훈련하는 공을 가지고 와 사인을 해 달라고 해서 연습에 방해가 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300억원을 들여 새로 지은 사격장에 락커가 없어 선수들이 불편을 겪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시민 의식이 아쉽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공장소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컵라면, 음료 등을 먹고 음식물 쓰레기를 주변에 버리는 사람들도 있다. 

이 같은 원인에 대해 예산 부족과 조직위원회의 이분화 문제를 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예산은 이미 예견된 상황이었고, 대회를 통솔하는 컨트롤타워인 조직위의 능동적 대체가 아쉽다는 지적이다. 지금이라도 남은 대회기간 동안 지적된 부분을 최대한 해결하는 모습을 보이는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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