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남자 7명이 정신장애여성 성폭행, 주민 분노
동네남자 7명이 정신장애여성 성폭행, 주민 분노
  • 여성신문
  • 승인 2005.05.12 16:29
  • 수정 2005-05-12 16: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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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으로 1월10일 소집된 마을 비상회의에 참석한

여성들이 불안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강릉시 외곽 옥계면 남양1리 1백 가구 3백여 주민들은 지난 10월부

터 성폭행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예전 경기도 화성사건의 재판이

아니다. 성폭행 사실이 인정된 20대부터 70대까지 7명의 남성들이

죄의식 하나 없이 버젓이 마을을 돌아다니고 있기때문.

사건의 발단은 지난 6월 동해시 거주 35세 남성에게 시집갔던 마을

주민 K(20)가 임신 7개월의 몸으로 10월 초 갑작스럽게 친정으로

쫓겨와 그 경위를 묻는 과정에서 엄청난 사실들이 속속 밝혀지면서

부터다. 중졸 학력의 K는 중학교를 6년 다녔을 정도로 정신능력이

좀 떨어지고, 부모를 비롯해 오빠 4명도 다소 모자란 사람들로 마을

주민들에게 인식됐기에 마을여성들은 아기아버지가 누구인가를 캐물

었다(실제로 K의 가족들은 사건이 터지고 나서야 K의 성폭행 사실

을 처음 알았다고 주장한다).

20-70대 마을주민 7명이

정신장애여성 계속 성폭행, 아기 출산

이를 통해 K가 초등학교 6학년이던 14세 때부터 시집에서 쫓겨온

10월 초까지도 마을주민 H(75)에게 지속적으로 성폭행을 당해온 것

을 비롯, H가 적극 권유해 6명의 같은 마을남성들과 약간의 돈을 받

고 성관계를 맺어온 사실이 밝혀졌다. 따라서 K조차도 유전자 감식

을 받기 전엔 아기 아버지가 누구인지 모르는 상태.

인간 이하의 범죄에 분노한 주민들은 이장, 부녀회장, 청년회장 등

이 나서서 K의 가족들을 설득, 고발을 결심하게 했다. 그러나 H를

필두로 나머지 여섯 남성들과 그 가족들의 끈질긴 위협으로 한달 후

인 11월 25일에야 강릉경찰서에 우선 H에 대한 고발장만을 접수시

켰다. 이후 ‘심신미약자에 대한 간음’으로 처리된 이 사건은 결국

공소권 없음으로 기각됐고, 12월 말 K가 H에게 2백만원을 받고 합

의서에 도장을 찍음으로써 사건이 일단락됐다.

현재 K는 마을주민들의 눈총을 피해 태백시로 가서 분만예정일보다

보름 앞선 1월 8일 딸을 출산하고 입양부모와 직장을 찾는 중이다.

이같은 사실을 제보받은 기자는 1월 10일 강릉 현지로 내려갔고,

현장취재에 동행한 강릉여성의전화 관계자들과 함께 경로당에 모인

마을주민 2백여 명과 면담했다.

마을주민들, 특히 2,30대 젊은 여성들이 느끼는 심리적 공포는 거의

위험수위였다. 이들이 한결같이 입을 모으는 것은 “대낮에도 늘 벌

거벗고 다니는 기분으로 치욕스럽다”는 것. 이는 K가 진술한 7명

의 ‘성폭행범’들이 어떤 법적 제재 가능성도 없게 되자 오히려

“우리를 비난한 이들을 혼내줘 마을을 쑥밭으로 만들겠다”고 위협

하고 다닌다는 것. 더구나 이들은 K가 미성년인 14세 때부터 몇천

원에서 1만원 정도의 돈을 주며 K에게 성관계를 유도해왔음에도 불

구하고 K가 돈을 받았기에 ‘창녀’라며, 자신들의 행위에 대해 일

말의 죄의식도 보이지 않고 있다. 사건 종결 직전 일부 지역신문에

이 사건이 보도되자 어느정도 위기감을 가지고 “아기 낳은 후 한달

간 기저귀 비용과 분유값을 대겠다”, “몸보신 보약을 사주겠다”,

“K 아버지의 농기구 외상값을 안받겠다” 등등 나름대로 합의를

시도하던 이들조차 “우린 아무 잘못 없으니 감옥에 넣을 수 있으면

넣어보라”고 큰소리치고 있다. 이들 성폭행범들 중엔 50대의 아버

지를 비롯해 20대의 아들, 30대의 삼촌까지 일가족이 끼어있어 K의

농락이 공공연히 ‘학습’된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까지 낳고 있다.

마을 주민들은 이같은 범죄가 법망을 빠져나가 은폐되고 이들 범죄

자들이 마을을 활보하고 다닌다면, 앞으로 부녀자와 어린이들이 언

제 성폭행을 당할지 모른다고 걱정하고 있다. 주범인 H의 집은 남

양분교 담과 바로 이웃하고 있어, 전교생이 십여 명 남짓 되는 학교

가 이 사건으로 인해 한층 더 폐교위기에 처하게 됐다.

‘심신미약자 간음’으로

법적 처벌없이 사건 종결

또한 농촌 특유의 지형으로 논과 밭, 야산 사이에 인가들이 드문

드문 있는데다가 빈집도 서너 채 정도 있어서 성폭행 장소는 곳곳에

널려 있다. 더구나 농번기엔 아침 일찍부터 어른들이 일하러나가 저

녁에야 귀가하므로 K처럼 자신들의 집에서조차도 충분히 성폭행을

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들 성폭행범들에 대한 정당한

처벌이 따르지 않는다면 마을남성들이 “여자는 우리 노리개감이니

까 아무 때고 원한다면 성폭행할 수 있다”는 생각까지 할 수 있다

고 30대의 한 마을여성은 염려한다.

또한 마을주민들은 K가 임신함으로써 성폭력 사실이 표면화됐을

뿐, 또다른 K도 여러 명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제기

하고 있다. 마을주민 절반 이상이 여성가구주들이기에 힘이 없고 열

악한 경제상황에서 성폭력을 당하고도 침묵할 수밖에 없는 여성들도

있을 수 있다는 것. 따라서 마을주민들은 현재 무엇보다도 이들 7명

의 성폭행범들이 죄의 대가를 받고 마을을 영원히 떠나주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마을주민들은 사건의 심각성에 비해 너무 쉽게 사건이 종결됐다며,

나름대로 유지를 자처하며 장성한 아들 다섯이 있는 H가 지연 학연

관계를 동원해 관계기관에 압력을 가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까지

하고 있다. 마을주민들은 K 가족이 합의를 본 H를 제외한 나머지 6

명의 가해자들에 대해 피해자 가족과 함께 연대해 공동고발장을 접

수시키고 사태 추이를 지켜보면서 필요하다면 시위라도 벌일 계획이

다. 이 사건이 제대로 처리되지 못한다면 마을사람들이 하나 둘 마

을을 떠나버려 마을이 공동화될 우려까지 낳고 있다.

이 사건을 맡았던 강릉경찰서 관계자는 K를 돕기 위해 ‘긴급체

포’라도 할 각오로 최선을 다했다는 입장이다. 학교 선생님들로부

터 “K가 의사표현, 문자 해독능력이 거의 없다”는 소견서를 첨부

해 ‘심신미약자에 대한 간음’으로 검찰에 사건을 송치했다는 것.

이 관계자는 “너무나 비인간적인 일들이 벌어졌기에 피해자에게 조

금이라도 보상이 가도록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현행 법상으론 K가

당한 일들이 교묘하고 K가 판단력이 없어 가해사실을 제대로 인식

하지 못하기에 성폭행으로 몰기엔 역부족이었다”고 토로한다.

한편, 마을 주민들은 K가 조사과정중 ‘성관계’란 단어를 이해 못

해 “그럼, 그 할아버지와 잤냐”고 물으니 “자지는 않고 (성행위

를) 했다”고 답했으며, ‘처벌’이란 단어를 몰라 “감옥에 넣어

혼내주랴”로 바꿔 물으니 고개를 끄덕거렸다고 전하며, K의 상황

을 안타까워 하고 있다.

'강릉=박이 은경 기자 pleun@womennews.co.kr'

-전문가의견-

법률전문가들은 K 사건의 경우 강릉경찰서식의 형법 적용보다는

정식으로 장애판정을 받아 전문가 소견서를 첨부해 성폭력특별법으

로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통상적 개념의 성폭력과 경찰에서 적

용하는 성폭력의 개념에 차이가 있어, 후자의 경우 폭행이나 협박을

수반하지 않는 경우 일종의 ‘화간’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는 것이

다. 최은순 변호사는 “공소시효를 넘기기 전에 하루라도 빨리 나머

지 6명의 남자들에 대해서도 피해자 가족들과 마을주민들이 공동고

발 조치를 취하고 수사기록을 정확히 남겨 후일의 민사소송에도 대

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가해자들이 무혐의로 처리될 수도 있기

에 역으로 무고죄로 고소당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현장취재에 동행한 장애인 상담전문가인 황옥주 강릉여성의전화 자

문위원은 “여러 정황으로 볼 때 K를 비롯해 가족들이 정상인이 아

닌 것 같다. K뿐만 아니라 가족들에 대한 지능과 정신상태에 대한

검사를 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강릉여성의전화는 앞으로

한국여성의전화연합의 지원 아래 여성단체들뿐만 아니라 장애인관련

인권단체들과도 연대해 사건해결에 적극 노력할 계획이다.

K의 사건은 현행 법상으로 적용이 미묘한 피해자에 대한 구제가

좀 더 명확히 규정 적용돼야 하고, 이들에 대한 수사기법이 좀 더

전문적으로 보완돼야 함을 시사한다. 나아가 이번 사건이 터진 남양

1리처럼 외부와 고립돼 노약자들에 대한 성폭행이 은폐돼 있는 마을

들이 또 있을 것이란 추측과 그에 따른 조사와 조치가 적극 필요함

을 암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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