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도 눈 부릅뜨고 여야 혁신 경쟁 지켜봐야
혁신 잘한 정당에는 전폭적인 지지를

 

새정치민주연합은 18일 새로운 비대위원장으로 문희상(왼쪽 세번째) 의원을 추대했다. 전날 당무 복귀한 박영선(오른쪽 세번째) 원내대표는 비대위원장을 내려놓게 됐다. ⓒ뉴시스·여성신문
새정치민주연합은 18일 새로운 비대위원장으로 문희상(왼쪽 세번째) 의원을 추대했다. 전날 당무 복귀한 박영선(오른쪽 세번째) 원내대표는 비대위원장을 내려놓게 됐다. ⓒ뉴시스·여성신문

세월호특별법 문제로 인한 경색 정국이 풀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대위원장이 지난 9월 24일 가족대책위와의 면담에서 “국회의원이 의회를 떠나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측면도 있다”며 “그 점에 대해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국회 등원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국회 정상화의 돌파구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더구나, 그동안 파행 정국의 뇌관이었던 세월호 진상조사위원회에 기소권과 수사권을 부여하는 문제도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비대위원으로 임명된 당내 강경파 그룹의 대표인 문재인 의원과 정세균 의원이 한목소리로 “수사권·기소권을 고집하지 않아도 된다”고 언급했다. 다만, 문재인 의원은 “유가족들이 수사권·기소권을 양보하면 새누리당은 특검에 대해 신뢰를 어떻게 보장해 줄 것인지에 대한 대안을 내놔야 한다”고 밝혔다.

여당은 이런 변화 기류가 헛되지 않도록 특검 추천권에 대한 담대한 양보를 통해 국회를 정상화하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 김무성 대표가 대통령과 담판을 해서라도 대통령이 제시한 가이드라인을 풀고 여야 ‘2차 합의안+알파’를 도출해 정치 정상화를 이뤄내야 한다. 야당이 국회에 등원할 수 있도록 정치적 명분을 줘야 한다.

정치 상황이 이렇게 불투명하고 전국적인 선거가 없는데도 여야 모두 혁신을 위한 경쟁에 나섰다. 고목에 꽃이 핀 것처럼 참으로 기이한 일이지만 박수 받을 일이다.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새누리당 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무성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에는 김을동 최고위원이 앉아있다. ⓒ뉴시스·여성신문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새누리당 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무성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에는 김을동 최고위원이 앉아있다. ⓒ뉴시스·여성신문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자신의 잠재적 대권 경쟁자인 김문수 전 경기지사를 보수혁신 위원장으로 추대했다. 세간에서는 이를 두고 ‘문(김문수)·무(김무성) 합작’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은 한 술 더 떠 나경원 의원, 원희룡 지사와 홍준표 지사를 비대위원으로 영입하는 파격을 보였다.

새누리당 보수혁신위원회는 국민 눈높이에 맞는 새로운 정치제도와 정치문화, 정당의 본질적 목표인 정권 창출에 기여하는 혁신안, 현실 정치에 바로 적용 가능한 실천적 대안을 제시하는 것 등을 기본 방향으로 설정하고 6개월간의 대장정에 나섰다.

한편, 새정치연합도 ‘정치혁신실천위원회’를 설치하고, 4선 중진인 원혜영 의원을 위원장으로 임명했다. 문재인 의원은 22일 “우리 당은 더 이상 돌아갈 수 없는 상황”이라며 “우리가 여기서 다시 일어서지 못한다면 차라리 당을 해체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 혁신에 정치생명을 걸겠다”고까지 했다.

물론 여야가 혁신을 부르짖는 궁극적인 목표는 다르다. 새누리당은 정권 재창출, 새정치연합은 당 재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야가 동시에 혁신 경쟁에 나선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이런 혁신 경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참회 없는 혁신은 없다. 여야는 그동안 수없이 많은 혁신을 부르짖고 방안도 제시했지만 공염불에 그쳤다. 왜 이런 참담한 일이 벌어졌는지에 대한 반성과 혁신의 걸림돌이 무엇인지 냉정하게 파악하지 않고는 혁신이 성공할 수 없다.

둘째, 개혁은 총체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단순히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수준에 그친다면 국민이 체감하고 공감하지 못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대한민국 정치에서 한 번도 해보지 않았지만 반드시 해야 할 창조적 파괴를 시작해야 한다.

셋째, 실천 없는 혁신은 공허하고 무의미하다. 작은 혁신에서 시작해 큰 혁신을 이뤄내는 지혜가 필요하다. 문재인 의원이 “우리가 거듭 거듭 약속한 혁신 과제를 실천만 하면 된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넷째, 여야 간에 혁신에 대한 대타협이 있어야 한다. 혁신은 특정 정당의 전유물이 될 수 없다. 여야가 치열하게 혁신 경쟁을 해야 하지만 궁극적으로 머리를 맞대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담대한 정치 개혁 방안을 도출해야 한다.

국민들도 눈을 부릅뜨고 여야의 혁신 경쟁을 지켜봐야 한다. 망국적 지역주의 감정에서 벗어나 혁신을 잘한 정당에는 전폭적인 지지를, 잘 못한 정당에는 철저한 응징을 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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