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다닌 제약회사 그만두고 3년간 약초 공부
창업 첫날 매출 8000원, 10년 만에 연매출 30억
일관된 품질로 쌓은 신뢰가 인기 비결

 

신세진 인사동비솝 대표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신세진 인사동비솝 대표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어성초, 인진쑥, 하수오, 민들레, 병풀…. 한약이나 한방차에만 들어가는 줄 알았던 이 약초들이 천연비누 재료로 쓰이고 있다. 신세진(42·사진) 인사동비솝 대표는 지리산에 들어가 3년간 약초 공부에 몰두한 끝에 10년 전 천연 한방비누를 개발했다. 10년 넘게 다니던 중견 제약회사를 그만두고 도전한 일이었다. 인사동의 가게 귀퉁이 3.3㎡(1평) 남짓한 공간이 첫 인사동비솝 매장이었다. 

“천연 제품을 개발해보자는 제의를 받아 지리산에서 약초 공부를 하며 기초를 쌓았어요. 쉽지 않았죠. 3년간 공부를 하고 2004년 인사동에 매장을 냈는데, 첫날 올린 매출이 고작 8000원이었어요. 비누 딱 한 개를 판 거죠. 하지만 실망하지 않고 다시 제품 개발에 매달렸어요. 당시 인사동에 학생들이 많은 점에 착안해 여드름에 좋은 비누를 개발했죠. 그게 바로 인사동비솝의 대표 제품인 ‘어성초&황백 비누’예요.”

제품이 입소문을 타면서 인사동비솝도 승승장구했다. 한 달 매출 1000만원을 올릴 만큼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처음 천연제품 개발을 했던 분이 제품의 소유권을 주장하면서 신 대표는 창업 2년 만에 가장 큰 고비를 겪었다.  

“당시 많은 상처도 받았지만 그만큼 많은 교훈을 얻었어요. 1년간 일을 잠시 쉬면서 마음을 다잡았죠. 그때 한국여성발명협회를 알게 된 건 큰 행운이에요. 여성발명창의교실의 강사로 서면서 발명에 관심 있는 여성들에게 천연 비누와 화장품 만들기를 알려줬어요. 그 과정에서 제가 할 일이 무엇인지 깨닫게 됐고, 다시 시작하고 싶다는 마음도 품게 됐고요. 천연 비누 아이디어도 많이 얻었죠.”

 

신세진 인사동비솝 대표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신세진 인사동비솝 대표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매장의 문을 연 신 대표를 반긴 건 다름아닌 단골 고객들이었다. 인사동비솝 비누를 사용하던 소비자들이 그를 잊지 않고 찾은 것이다. 신 대표는 소비자들의 든든한 신뢰를 등에 업고 회사를 키워갔다. 현재는 성북동에 본사를 두고, 인사동과 동소문동에 단독 매장을 운영하며 연 매출 30억원을 올리고 있다. 중국 수출과 JW중외제약과 협업을 통해 영유아 피부 관리제품 ‘하이맘’도 출시했다.

그는 제품 개발도 멈추지 않았다. 2009년 세계여성발명대회에서 천연제품으로 금상과 동상을 수상했고, 2012년 여성발명경진대회에서는 여성가족부장관상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에서 예술문화명인으로 인증받았고, 최근엔 벤처기업으로도 지정됐다. 지난 8월에는 여성소기업인 리더십을 주제로 미국 국무부 초청 국제방문자리더십프로그램(IVLP)으로 미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지난 10년 동안 제품 원료를 바꾸거나 줄이지 않고, 품질을 그대로 유지해왔어요. 원료 값이 2~3배씩 올랐지만, 제품 가격도 올리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소비자들이 있었기에 인사동비솝도 있는 거죠. 10년간 변치 않는 품질이야말로 소비자들을 붙잡을 수 있는 힘이라고 생각해요.”

인사동비솝은 충분한 상담을 거쳐 소비자 맞춤형으로 제품을 만든다. 피부 상태는 개개인마다 다르고, 피부 트러블 상태도 같지 않기 때문이다. 이 덕분에 한 번 인사동비솝 제품을 쓴 소비자는 꾸준히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중학교 때부터 비누를 쓰던 학생이 이제는 군대에 가서도 보내달라고 요청할 정도다. 

올해 창업 10년을 맞은 인사동비솝은 또 한 번 도약할 준비를 하고 있다. 한옥건축 전문가인 남편 김형석(건축부문 대표)씨와 함께 남양주시에 친환경 한옥 문화체험 마을 ‘다래와 수동’을 조성하며 친환경 건축 문화사업까지 영역을 확장해나가는 중이다. 그곳에 연구소와 친환경 힐링센터, 친환경문화체험관 등을 만들어 주민들이 더불어 사는 공동체를 만들 계획이다.

5세 아들을 둔 워킹맘인 그는 경력단절 여성들에게도 관심이 많다. “지난해 한미여성리더십세미나에서 각계 많은 여성들, 워킹맘으로 꿋꿋이 자신의 일을 해나가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혼자 일하는 세상이 아니다’라는 생각을 갖게 됐어요. 무엇보다 더불어 사는 것이 중요해요. 그래서 현재 마음 맞는 분들과 경력단절 여성들의 자립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어요. 제 경험과 노하우를 더 많은 분들과 나누고 도움을 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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