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토’로 소리꾼 이자람·연기자 김현숙 참여
‘언니’들의 조언에 멘티들 환호

“작품을 선택할 때 그 작품이 본능적으로 왜 끌렸는지 저 자신에게 늘 질문합니다.”(소리꾼 이자람)

“남과 비교하지 않을 때 행복합니다. 행복의 기준이 타인의 시선에 머물러 있으면 안 됩니다. 자기 자신에 대해 좀 더 진솔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세요.”(연기자 김현숙)

 

 

솔직하고 따뜻한 ‘언니’들의 조언이 이어지자 객석에서는 박수가 연신 터져 나왔다. 9월 22일 오후 7시 대학로 유니플렉스 2관에서 열린 ‘신나는 언니들 시즌3’ 공연은 멘토와 멘티가 꿈과 열정을 나누는 소통의 장이었다. 이번 멘토링 콘서트에는 소리꾼 이자람과 연기자 김현숙이 멘토로 나서 청춘들에게 격려와 위로를 건넸다. 

이날 사회는 ‘대찬인생’ ‘퍼펙트싱어VS’ 외 다수의 프로그램을 진행해 온 김현욱 전 KBS 아나운서가 맡았다. 객석에는 문화계를 지망하는 여대생뿐 아니라 새로운 도전을 꿈꾸는 직장인들이 눈에 띄었다. 

 

먼저 소리꾼 이자람씨가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방송작가이자 가수였던 아버지 이규대씨와 동요 음반 ‘내 이름 예솔아’를 내면서 주목을 받았던 그는 10살에 판소리에 입문, 당찬 행보를 이어가는 젊은 국악인이다. 그가 선보이는 ‘사천가’와 ‘억척가’는 국내외 공연 때마다 매진 행렬을 잇는 등 화제를 몰고 왔다. 브레히트의 ‘사천의 선인’을 각색해 만든 ‘사천가’ 공연에서 이씨는 배우(소리꾼)와 작, 작창, 음악감독 등 1인 다역을 소화한다. 

그는 ‘이자람식 판소리’가 탄생한 배경에 대해 “판소리와 자기 자신을 잘 들여다봤다”고 설명했다. 

“판소리로 표 팔기 가장 어려운 나라가 바로 한국입니다. 그럼에도 표가 팔렸기 때문에 저는 소위 성공했다고 알려지고 조명받기 시작했습니다. 전 왜 판소리가 (대중에게) 외면받고 있는지 들여다봤습니다. 결국 동시대와 소통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더라고요.  가장 좋은 대중화는 제가 작품을 만들어낼 때 대중이 따라오는 겁니다. 저는 작품을 선택할 때 그 작품이 본능적으로 왜 끌렸는지, 저 자신에게 늘 질문을 하고 그 답을 담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쏟아 부었습니다.” 

20년 넘게 판소리를 해온 그이지만 여전히 매일매일 연습을 하고 있다. 이씨는 “흥부가를 배우고 있는데 정말 재밌다”면서 “지금도 하루에 절반은 연습과 대본 작업으로 시간을 보낸다. 5~6시간의 연습이 저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 중 하나”라고 전했다. 

 

잘나가는 개그우먼 ‘출산드라’에서 연기자로 변신한 김현숙씨. 2007년 ‘막돼먹은 영애씨’가 방송된 이후 그는 시즌 13회를 이끌어왔다. 여주인공의 이름을 타이틀로 내건 국내 드라마 중 최장 기간 방영 기록이다.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김현숙은 형편이 좋지 않은 집안 사정 때문에 힘들었던 어린 시절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했다.

“생선가게, 주유소, 칼국수 집…. 정말 안 해 본 아르바이트가 없었어요. 재수 시절에는 하루 8시간씩 일하고 연기학원에서 공부하고 하루 평균 3~4시간만 잠을 잤죠. ‘내 인생은 왜 이래야 하나’ 울기도 했고, 원망도 했죠. 하지만 지금은 그런 과정들을 정말 감사하며 삽니다. 연기를 할 때 직접경험이 간접경험을 따라잡을 수 없거든요. 눈빛 자체가 다르니까….” 

꿈과 현실 사이에서 방황하는 청춘들에게 그는 자신의 데뷔 비하인드를 털어놓으며 “자신만의 때를 기다리라”고 조언했다. 개그맨 박준형의 권유로 KBS2 개그콘서트에 출연했던 그는 “대학을 다닐 때 박준형이 나를 눈여겨보고 방송을 함께 하자고 했지만 거절했다”면서 “그때는 일단 내공을 쌓고 준비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6년 후 그는 박준형의 재권유로 ‘출산드라’ 캐릭터를 히트시켰다. 

그는 “남들이 생각하는 때와 제 때가 달랐던 것 같다. 제가 생각했을 때 준비가 된 것 같으면 ‘예스’라고 하고 아니면 ‘노’를 외쳤다. 자신만의 때가 언제인지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자유로운 토크 콘서트 형식의 공연답게 관객들의 질문도 이어졌다. 이자람씨에게는 국악을 어필하는 법이나 판소리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요소 등 구체적 질문이 쏟아졌다. 김현숙씨에게도 ‘자신을 사랑하는 법’에 대한 질문부터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어떻게 할애하냐’며 조언을 구하는 멘티들이 눈에 띄었다. 

이씨는 “사천가, 억척가, 추몰, 살인 등 만든 작품 모두 본능이 움직였다. 그런 다음 왜 이 작품들이 날 건드렸는지 찾는다. 예컨대 사천가는 ‘내가 착하게 살았는데 왜 나는 힘들지’, 억척가는 억척어멈이 ‘왜 나는 억척스럽게 살아야 하지’ 하는 구절들이 마음을 움직이게 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매너리즘에 빠졌다 싶을 때는 예전에 했던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을 찾아본다”면서 “다시 한 번 되새김질을 해본다. 추억의 장소에도 가보기도 한다. 얼마전에는 고등학교 시절 했던 연극반 소강당을 가봤다. 울컥하더라. 평소에는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그냥 자신을 내버려둔다. 잘 노는 만큼 잘 쉬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결과만을 보면 안 된다. 과정을 봐야 한다. 냉정하게 자신이 잘하는 것도 돌아보고 자신의 내면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직접 질문을 했던 섬유예술을 전공하는 대학생 허란(23)씨는 “이자람씨를 좋아하는 팬이다. 이자람씨를 통해 국악을 알게 됐고, 자주 듣는다. 자유롭고 편한 분위기여서 좋았고, 질문 시간이 많아서 흡족했다. 앞으로 미술을 하는 사람으로서 지녀야 할 태도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문예창작을 전공하는 대학생 김나율(25)씨는 “‘결과만 보지 말고 과정을 보라’는 김현숙씨의 말이 와 닿왔다”면서 “두 게스트가 함께 나누고 소통하는 콘서트가 독특하고 색달랐다. 상반된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공연 말미에는 어쿠스틱 포크&록 뮤지션 빌리어코스터의 특별 공연도 펼쳐져 가을밤을 물들였다. 

‘신나는 언니들’은 문화계 여성 리더와 문화계 진출을 꿈꾸는 젊은 세대가 꿈과 열정, 리더십에 대해 일방적 강연이 아닌 양방향으로 소통하는 신개념 토크 콘서트로 ㈔여성문화네트워크 주관, 문화체육관광부·여성신문사가 후원한다. 문화계로 진출하려는 여성들에게 긍정적 롤 모델을 제시하기 위해 기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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