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 여성 비율 40% 역대 최대
의사결정·합의도출에 여성성 도움

 

유엔 안보리 소속 여성대사들의 활약모습.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실비아 루카스, 사만다 파워, 마리아 크리스티나 페르세발, 디나 카와, 조이 레이몬다 머모케이트. 
ⓒUN Photos/Evan Schneider, Paulo Filgueiras, Loey Felipe, Devra Berkowitz, Marco Dormino
유엔 안보리 소속 여성대사들의 활약모습.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실비아 루카스, 사만다 파워, 마리아 크리스티나 페르세발, 디나 카와, 조이 레이몬다 머모케이트. ⓒUN Photos/Evan Schneider, Paulo Filgueiras, Loey Felipe, Devra Berkowitz, Marco Dormino

1946년 1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첫 이사회가 열렸을 때 회의실 안에 있던 여성은 서기뿐이었다. 유엔의 가장 강력한 기관으로 꼽히는 안보리는 오랫동안 남성만으로 이뤄진 요새와 같았다. 이 요새가 무너진 것은 2010년 이사회에 여성 유엔 대사 3명이 등장하면서부터. 그리고 올해 안보리 이사국 15석 중 3분의 1 이상을 여성이 차지하며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내고 있다.

유엔 뉴스센터는 제69차 유엔총회 개막을 하루 앞둔 15일 ‘역대 최다 여성들이 유엔 안보리의 역사를 만들다’라는 제목의 인터뷰 영상과 기사를 발표하여 유엔 안보리의 변화의 바람을 소개했다.

국제 평화와 안전 유지의 제1차적 책임을 지고 있는 안보리는 5개 상임 이사국(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과 2년 임기의 10개 비상임 이사국으로 구성된다. 지난 8월 열렸던 안보리 이사회에 참여한 15개 이사국 대표 중 여성은 6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그 주인공은 미국, 나이지리아, 리투아니아, 아르헨티나, 요르단, 룩셈부르크에서 파견한 주 유엔 대사들이다.

실비 루카스 룩셈부르크 대사는 “여성들이 조국을 대표해 국제 평화와 안보를 다루는 유엔 기관의 일원이 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며 “여성들에게 아주 기본적인 기회조차 부여되지 않는 곳이 아직 많은 상황에서 안보리에서의 여성 대사들의 활약은 여성 임파워먼트(역량강화)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여성 대사 또한 한 나라를 대표해 파견된 만큼 자국의 이익을 무엇보다 우선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들은 6명의 여성 대사라는 존재가 안보리 이사회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나이지리아의 외교부 장관 출신으로 최초의 여성 유엔 대사로 임명된 조이 오구 대사는 “자국의 이익이 가장 중요하지만 인도주의적인 이슈를 다룰 때에는 여성적 접근이 의사 결정이나 합의 도출에 도움을 준다”면서 “여성들은 본질적으로 서로를 이어주는 가교를 만드는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합의를 찾아내고 평화를 이루는 접근법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만다 파워 유엔 주제 미국 대사. 미국은 이번 9월 안보리 이사회를 주관하고 있다. ⓒUN Photo/Devra Berkowitz
사만다 파워 유엔 주제 미국 대사. 미국은 이번 9월 안보리 이사회를 주관하고 있다. ⓒUN Photo/Devra Berkowitz

특히 분쟁지역 평화구축 과정에서의 여성의 참여와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 여성 대사들은 북한이나 수단과 같은 국가들에 경제 제재를 부과하는 부속 기구부터 대테러위원회나 대량살상무기확산 방지위원회 등 안보리 내 주요 기구들을 맡고 있기도 하다. 미국의 사만다 파워 대사는 “여성 대사들은 한결같이 평화 구축 과정에 여성 참여 확대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면서 “여성 참여가 더욱 더 지속가능하고 평화로운 사회를 만드는 데 공헌한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6명 중 가장 최근인 8월에 합류한 요르단의 디나 카와르 대사는 “여성이라는 점이 국가와 정부를 대표하고 있다는 사실을 바꿀 수는 없지만 문제에 대한 접근법을 변화시켰다”면서 “정부 입장만 주장하기보다는 문제를 넓게 파악하고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를 연구한다”고 밝혔다.

현재 유엔 내 193개 회원국 중 여성 대사를 파견한 나라는 31개국으로 아직 적은 숫자이지만 안보리의 여성 비율 40%는 계속 증가하고 있는 유엔 대 여성 대사 및 고위 외교관의 위상을 보여주는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

오그우 대사는 “젠더 이슈는 세계 평화와 안보, 발전에 공헌하며 축소되지 말아야 할 중요한 문제”라며 “지구상 어떤 나라도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여성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역설했다.

 

마리아 크리스티나 페르세발 유엔 주재 아르헨티나 대사의 활약 모습. 
ⓒUN Photo/Loey Felipe
마리아 크리스티나 페르세발 유엔 주재 아르헨티나 대사의 활약 모습. ⓒUN Photo/Loey Felipe

유엔 안보리의 변화는 2006년 취임 직후부터 줄곧 여성 사무부총장을 임명하는 등 지속적으로 양성평등 인사정책을 추진해 온 반기문 사무총장의 영향도 크다. 반 총장은 유엔 내 고위직 여성 비율 40%를 목표로 제시하며 양성평등 개혁 바람을 일으켰으며 2011년 여성 관련 기구를 통합한 유엔여성(UN Women)을 출범시키며 양성평등 정책의 가치를 더욱 높였다.

한편 유엔여성도 최근 새 사업을 시작하며 새로운 도약의 길을 열었다. 이번 사업의 테마는 여성의 경제적 임파워먼트다. 성 인지 기업 및 여성기업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내용으로 한 ‘여성의 경제적 임파워먼트를 위한 지식 관문’이라는 이름의 온라인 비즈니스 플래폼을 11일 정식 오픈했다. 이 사이트를 통해 기업가는 자신의 기업의 양성평등적 특성은 물론 조직의 목표나 상품, 서비스까지 소개할 수 있다.

품질레 음람보응쿠카 유엔여성 총재는 “사기업은 여성들이 더 잘 일할 수 있는 회사와 경제를 만드는 데 꼭 필요한 부분”이라며 “이번 사이트를 통해 성공 사례를 나누고 대화에 참여하며 글로벌 차원에서 해결책을 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의도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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