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광운/변호사

“우리나라에 빌게이츠 같은 부자가 있습니까?” 최근 일본으로 역

사기행을 함께했던 역사소설가의 말씀이었다. 이분의 얘기는 빌게이

츠처럼 엄청난 재산을 가진 부자가 우리나라에 있느냐는 질문이 아

니었다. 수백억달러를 각종 단체에 기부하며 자선에 앞장서는 창조

적인 부자가 한국에 있느냐는 물음이었다. 듣고 본즉 우리는 답변이

궁했다.

주위를 둘러보아도 마땅히 “아무개씨 있지 않습니까”하면서 반문

할 만한 부자를 떠올릴 수 없었다. 수천명의 재벌과 부자들이 있지

만 ‘참 돈 잘 쓴다’며 존경받는 부자를 우리는 갖고 있지 않다.

무척 서글픈 일이 아닐수 없다. 오히려 다른곳에서 눈물나는 부자

얘기를 자주 접하곤 한다. 김밥 장사하며 평생 번 돈 10억원을 대학

에 기부했다는 지독한 구두쇠들의 미담들이 그나마 위안을 준다. 요

즘 시중에는 인터넷과 코스닥을 통해 떼부자가 되는 청년사업가, 주

식투자가들이 화제이다. 몇 년만에 수천억원의 부자가 되었다는 기

사에 온갖 눈길이 쏟아지고 있다. 부러움과 동경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떼돈번 청년 갑부가 멋지게 우리공동체를 위해 재산을

기부했다는 소식은 들어보지 못했다. 이것이 2000년을 맞이하는 대

한민국 부자들의 현주소이다.

최근 미국에서는 ‘멋진 청년갑부’들의 운동이 화제가 되고 있다

고 한다. 상속을 받거나 인터넷 관련사업을 통해 백만장자가 된 청

년갑부들이 모여서 ‘돈 잘 쓰기 운동’을 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새삼 부러움이 앞선다. 시선을 돌려 우리를 보면 부러움보다는 부끄

러움이 앞선다.

일천구백이라는 숫자가 2000년으로 바뀌는 산술적 변화 외에 무엇

이 어떻게 달라진다는 것인지 실감이 안난다. MBC ‘성공시대’라

는 인기 프로가 있다. 나는 한때 이프로를 즐겨보곤 했다. 출연한 분

면면이 각기 나름대로 각고의 노력과 열정으로 꽉찬 인생을 소개하

는 유익한 프로이기도 했다. 그런데 차츰 이 프로를 보면서 가끔 엉

뚱한 의문을 갖게 되었다. “사업을 하면서 제대로 세금을 냈을까”

“공무원한테 뇌물을 안 주었을까”라는 의구심이었다. 워낙 세상이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성공하면 대접받는 세상 분위기이다 보니 나

로서는 당연히 갖게되는 의문이었다. 새천년을 맞이하면서도 나는

나라가 엉망인 것은 어찌보면 각계 각층의 리더십이 부족하거나 결

함이 있는 데서 비롯되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이런 관점에서 사회지도자층을 보는 눈이 달라져야 한다고 믿는다.

첫째 세금을 잘 냈는지를 따져보자. 납세의무는 병역의무와 함께 우

리국가의 기틀을 떠받치는 기본이다.

이 기본기에 지도자가 솔선수범하지 않고서야 남한테 국가에 충성하

고 세금 잘내라고 할 수 있겠는가. 더군다나 수많은 근로자나 봉급

자들은 말그대로 유리지갑을 갖고 있는 탓에 100% 성실한 납부자들

이다. 이런 계층한테 지도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세금 문제가 완벽

해야 한다. 이점은 재벌이나 부자들도 마찬가지다.

둘째 21세기 한국 지도층을 보는 잣대를 수단과 방법이 얼마나 적

정했는가에 두어보자. 쉽게 말해 원칙대로 돈을 벌고, 원칙대로 업무

를 수행하여 높은 지위에 올랐는지를 눈여겨보았으면 한다. 이를테

면 재산을 형성하는 과정이 투명해야 한다. 부동산 투기로 재산을

모은 뒤에 공직자가 된들 누가 존경하고 따르겠는가. 온갖 탈법과

변칙으로 재벌이 된들 누가 벌만한 사람이 벌었다고 인정할 수 있겠

는가.

수단과 방법에서 완벽하지 않다보니 우리나라 부자중에도 빌게이츠

만한 부자가 나오지 않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새

로운 2000년에는 자신감 있는 부자, 떳떳한 부자들이 듬뿍 쏟아지는

세상을 꿈꾸어 보자. 원칙과 관련하여 한가지 추가하자면 이른바 마

당발이 더 이상 우대받는 사회가 되어서는 희망이 없다. 마당발이야

말로 매우 인간적인 모습이 아니겠는가 반문할런지도 모른다. 그러

나 나는 생각을 조금 달리한다. 마당발은 따지고 보면 공사를 구분

하지 못하는 위험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매사 좋은게 좋다고

하다보면 어떻게 원칙을 지키고 깨끗해질수 있겠는가. 공과사를 매

섭게 구분하는 분들이 더 이상 융통성이 없다느니 인간성이 덜 되었

다는 식으로 매도해서는 2000년대 한국의 존경받는 지도자는 나올

수 없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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