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월 몸담은 개그, 연기 위해 돌아서
어려웠던 시절 연기에 도움돼

 

“이영애씨 아니에요? TV에서 아주 잘 봤어요.” 그를 알아보는 팬은 많았다. 김현숙이 아닌 이영애라는 이름으로 부르는 팬들은 연예인이 아닌 마치 동네 언니를 보듯 그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럴만 했다. 연기자 김현숙(37·사진)씨는 지난 2007년부터 tvN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의 주인공 ‘이영애’로 살고 있다. 무려 7년간이나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셈이다.

오는 22일 ‘신나는 언니들’ 시즌3 멘토링 콘서트 멘토로 나서는 김현숙을 만나봤다. 지난 7월 동갑내기 사업가 남편과 1년 열애 끝에 결혼식을 올린 그는 인터뷰 당일 밝고 편안해 보였다. 

“일이 끝나고 집에 오면 반겨줄 사람이 있다는 게 참 좋아요. 영원한 친구가 집에 계속 있는 느낌이랄까요. 확실히 안정감이 있죠. 20년 가까이 있던 불면증도 많이 없어졌고요.(웃음)” 

개그우먼 ‘출산드라’에서 배우 ‘김현숙’으로

김현숙은 2007년 ‘막돼먹은 영애씨’가 방송된 이후 시즌 13회를 이끌어왔다. 여주인공의 이름을 타이틀로 내건 드라마 중에서도 최장 기간 방영 기록을 세웠다. 외국이 아닌 국내에서는 ‘최초’라 할 수 있다. 

최장수 프로그램의 비결에 대해 묻자 김현숙은 “연출·시나리오·연기자·스태프 분들과의 호흡이 좋아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면서 “프로의 세계에서 하고 싶다고만 해서 다 되는 건 아니니까 참 감사한 일”이라고 말했다. 

지금은 ‘영애씨’가 더 어울리는 김현숙은 개그우먼으로 방송 활동을 시작했다. 2005년 KBS ‘개그콘서트’에 ‘뚱뚱교 교주 출산드라’로 등장한 그는 당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시청률이 최고 40%에 이를 정도였다. 하지만 본래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그는 ‘평생 연기를 하겠다’는 꿈이 있었고, 개그와 연기의 갈림길에서 연기를 택했다. 가족을 비롯해 프로듀서 등 많은 사람들이 말렸지만 ‘남의 시선’보다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다. 이후 김현숙은 뮤지컬 ‘넌센스 잼보리’, 영화 ‘미녀는 괴로워’에 이어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까지 연기자로서의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오히려 제게는 개그가 ‘외도’였어요. 딱 10개월 했으니까. 워낙 이미지가 강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개그우먼으로) 많이 기억하죠. ‘저는 끊임없이 연기에 대한 열정을 갖고 사이클을 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으니까요.”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김현숙은 형편이 좋지 않은 집안 사정 때문에 어릴 적부터 주유소, 음식점, 전화 상담 등 안 해본 아르바이트가 없다. 집안의 빚을 갚고 생활비는 물론, 의대생이던 오빠의 학비도 지원해줬다. 집안의 가장이나 다름없었다. 재수 시절에는 양파를 깎다 연기학원으로 달려가 입시를 준비하기도 했다.

그는 “어릴 때는 마주친 현실에 대해 비관도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하고 싶었던 것을 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중간 과정’이었다고 본다”면서 “배우라는 직업을 꿈꾸고 나서는 모든 경험들을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직접적인 경험만큼 좋은 게 없잖아요. 연기에서도 응용되는 부분이 굉장히 많았어요. 경험치에서 우러나오는 것은 눈빛조차 다르니까….”

 

청소년수련관 건립이 오랜 꿈

평범하지 않은 청소년기를 보내서일까. 그의 또 다른 꿈은 청소년들을 위한 수련관을 짓는 것이다. 그 역시 넉넉지 못한 환경에서 자라며 많은 방황을 했기에 청소년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남다르다. 

“수련관을 짓고 싶다는 생각은 오래전부터 하고 있었어요. 20년 넘게 청소년 상담을 하고 복지관도 운영했던 어머니의 꿈이기도 하고요….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나 힘든 친구들을 치유해주고 싶어요. 저 또한 어린 시절을 힘들게 지내 상처가 많았거든요.”

그의 삶에서 봉사는 빼놓을 수 없는 영역이다. 현재 하트하트재단 홍보대사로 활동하는 그는 발달장애 아동들의 오케스트라 프로그램 ‘하트하트 오케스트라’의 MC, 해외봉사 등을 5년가량 해오고 있다.

“사실 처음 봉사를 할 때는 남을 위해 한다고 생각했는데, 하다 보니 오히려 저를 위해 봉사를 하는 것 같더라고요. 열심히 살았지만 어느 순간 공허함이 찾아왔어요. 살다보니 삶 자체가 돌아보면 허무하더라고요. 봉사는 제 심장을 뛰게 하는 원동력이에요. 많은 사랑을 받은 만큼 베풀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는 그의 또 다른 분신 ‘영애씨’와 같이 꿈과 일, 사랑 등의 문제로 고민하는 여성들에게 당부해 주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성공한 사람도 각자 나름의 고통이 있었을 거예요. 과정은 누구나 있잖아요. 어려운 고비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부정보다는 긍정의 마인드를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봐요. 또 행복의 기준을 남이 아닌 자신에게 맞추라고 말하고 싶어요. 자기 자신을 더 들여다보는 거죠. 자신이 어떤 것을 하면 행복한지 그 기준조차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이 너무 많아요. 저 또한 꾸준히 하는 배우, 행복한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제가 행복해야 남이 볼 때도 행복하지 않겠어요?”

◆‘신나는 언니들 시즌3’ 멘토링 콘서트에 연기자 김현숙씨가 멘토로 나선다. 그가 말하는 ‘꿈, 열정, 리더십’은 9월 22일 오후 7시 서울 대학로 유니플렉스에서 들을 수 있다. 참가신청은 신나는 언니들 공식 블로그(www.sinnaneunmentoring.com)에서 하면 된다. 문의 02-2036-9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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