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속 여성 표현에 맞서는 ‘벌거벗은 진실’
여성 100명의 맨가슴과 그에 얽힌 사연 소개
가슴에 대한 콤플렉스에서 유방암 수술 경험까지

 

‘벌거벗은 진실’(Bare Reality) 프로젝트의 킥스타터 모금 페이지 화면.
출처 : www.kickstarter.com/projects/barereality/bare-reality-100-women-and-their-breasts ⓒⓒLaura Dodsworth
‘벌거벗은 진실’(Bare Reality) 프로젝트의 킥스타터 모금 페이지 화면. 출처 : www.kickstarter.com/projects/barereality/bare-reality-100-women-and-their-breasts ⓒⓒLaura Dodsworth

100명의 여성이 카메라 앞에 자신의 맨 가슴을 드러내고 가슴에 얽힌 개인의 경험을 털어놓았다. 그리고 이들은 여성들에게 질문한다. “당신은 자신의 가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사진작가 로라 도즈워스의 새 프로젝트 ‘벌거벗은 진실’(Bare Reality)은 다양한 사연을 가진 여성 100명의 가슴 사진을 모아 소개한다. 19세에서 101세까지 인종도 연령도 직업도 다른 이들이 드러낸 맨 가슴은 그 크기도, 모양도, 그 뒤에 숨겨진 사연도 각양각색이다.

성형외과 광고에서 모유 수유 셀카를 올린 페이스북, 유명 연예인의 드레스 노출 기사, 성형수술로 여성을 새로 태어나게 만들어준다는 방송 프로그램까지 최근 우리는 신문과 잡지, 방송, 광고, 인터넷 등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여성의 가슴과 관련된 내용을 매일같이 접하고 있다. 하지만 미디어에서 보여지는 여성의 가슴 이미지에 공감할 수 있는 여성은 몇이나 될까. 도즈워스 프로젝트는 이러한 미디어 속 여성의 신체, 그중에서도 가슴에 대한 표현 방식에 반발하며 시작됐다.

사진집 출간에 앞서 지난 8일 ‘뉴스테이츠맨’(New Statesman)에 기고한 글에서 작가는 “미디어 속 어디에나 여성의 가슴에 대한 이미지가 등장하지만 ‘진짜 가슴’을 표현하는 것은 터부시되며 브래지어와 옷 속에 꽁꽁 가둬놓고 있다”면서 “여성들이 자신의 가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가슴이 여성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그들의 경험을 통해 이해하고 싶었다”고 제작의 변을 밝혔다.

“진실한 사진을 통해 여성들의 인간성을 회복시키고 여성들의 가슴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며 미디어에 의해 조작된 ‘이상적인 가슴’이라는 판타지를 깨고 싶었다”는 작가는 프로젝트를 통해 여성 신체를 객체가 아닌 주체로 표현하고자 했다.

이번 사진집에서 사진보다 더 큰 울림을 주는 것은 사진의 주인공들이 털어놓은 각자의 사연이다. 작가는 프로젝트를 위해 2년간 다양한 여성들을 만나 인터뷰했다. 어떤 이들은 자신의 가슴이 자신감을 주는 원천이라고 했고 다른 이들은 가슴 크기 때문에 콤플렉스에 시달렸다고 고백했다. 가슴에 아픈 사연을 가진 이들도 있었다. 작가는 인터뷰를 통해 감동을 받고 영감을 얻었으며 때론 치유 받기도 하며 현실에 눈을 뜨기도 했다고 말했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54세의 한 여성은 유방암 때문에 한쪽 가슴을 절제해야 했던 경험을 이야기했다. 10년 전 유방암 진단을 받았고 종양을 제거했으나 효과가 없어 한쪽 가슴을 들어내는 절제술을 받았다. 그리고 수술 상처를 가리기 위해 성형수술을 하는 대신 꽃 모양의 문신을 새겼다. 그는 “나는 ‘행운아’”라며 “상처를 극복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지만 나는 문신을 하겠다고 결정한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제가 ‘전장의 상처’라고 부르는 이 문신이 없었다면 정신적인 충격을 극복할 수 없었겠지요. 거울을 볼 때 가슴이 있던 자리를 대신한 문신을 보면서 괜찮다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문신은 아름답고 자랑스러워요. 유방암을 겪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감출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고 싶습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여성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무슬림 터키인 아버지와 유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무신론자라는 독특한 이력의 21세 여성은 어머니의 강요로 체중을 줄여야 아름다워진다는 콤플렉스에 시달렸다. 최연소 참가자인 19세의 여성은 큰 가슴으로 신체적·정신적으로 고통 받다가 가슴 축소 수술을 받았지만 수술 후 가슴이 성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무성욕자가 되어버린 사연을 고백했다. 최고령 참가자인 101세의 여성은 나치 치하 끔찍한 경험부터 노년에 겪은 유방암까지 기구한 사연을 털어놓았다.

작가는 9월 한 달 동안 뉴스테이츠맨 사이트를 통해 ‘벌거벗은 진실’ 프로젝트에 참여한 여성들의 사연을 차례로 공개할 예정이다. 100번째 참여자이기도 한 작가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여성으로서 나 자신과 내 가슴을 더욱 사랑하게 됐다”면서 가슴과 관련된 아픈 사연을 가진 여성들에게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자신감을 주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벌거벗은 진실’ 사진집의 출간은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킥 스타터’를 통해 이뤄진다. 1000권을 목표로 구매 예약을 받고 있으며 추가되는 금액은 더 많은 책을 출간하는 데 쓰일 예정이다. 또한 이번 사진집이 판매될 때마다 권당 1파운드를 영국 유방암센터에 기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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