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신문 DB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여성신문 DB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비가 와도, 불이 나도 큰 걱정이다. 폭우로 인한 원전 중단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데 이어 원전들이 아주 기본적인 소방시설조차 제대로 갖추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8월 25일 시간당 100㎜ 이상의 폭우가 내린 부산에서는 고리 원전 2호기가 멈춰서는 사태가 벌어졌다. 냉각수를 끌어들이는 건물에 빗물이 흘러들어 취수 펌프가 작동을 멈추자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원전 가동을 수동으로 정지시킨 것이다.

한수원은 취수 펌프를 작동시키는 제어반의 위치가 너무 낮아 물에 잠겼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후쿠시마 사고 이후 국내 원전 안전점검을 할 때 제어반 위치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왜 발견하지 못했는지, 정부의 원전 안전 강화조치 전체에 대한 신뢰가 바닥에 떨어졌다. 그리고 100㎜ 조금 넘는 폭우에 원전이 중단될 정도라면 복합적인 재해가 발생했을 때는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 와중에 이번에는 국내 원전 24기 중 무려 20기의 소방시설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원전은 불이 나면 엄청난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어 아주 각별한 관리가 필요한 곳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언론사에 의해 공개된 정부의 특별조사보고서에 따르면, 거의 모든 원전이 아주 기본적인 소방 시설조차 제대로 갖추지 않고 있다고 한다. 그동안 보안 등을 이유로 외부 점검을 받지 않고 자체 점검만 했다가 지난해 12월 정부가 처음으로 특별조사를 실시해 비로소 이러한 실태가 드러나게 된 것이다.

한편 신규 원전 건설 예정 구역으로 고시된 삼척시에서는 원전 유치 철회에 대한 주민투표 준비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원전 건설 반대를 내걸고 당선된 김양호 삼척시장이 공약을 지키기 위해 애쓰고 있다. 삼척은 1990년대에 핵발전소 건설과 2005년 방폐장 건설을 막아낸 역사가 있다. 지난 8월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는 삼척시민 78%가 핵발전소 유치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불안한 원전 사건들이 줄줄이 터져 나오는 현실과 정부의 신규 원전 확대 정책에 반대하며 탈핵 시장을 탄생시키고 주민투표를 추진 중인 삼척 시민들에게 관심과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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