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죽음, 자살이 1위…성적, 폭력 등이 원인
학교·가정·지역에서 튼튼한 관계망 마련 시급

 

지난 7월 31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주최로 열린 2015학년도 수시 대학입학정보 박람회를 찾은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지난 7월 31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주최로 열린 '2015학년도 수시 대학입학정보 박람회'를 찾은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수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청소년들의 자살률 역시 높아지고 그 연령 또한 점차 낮아지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

지난 8월 10일 여성가족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2014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청소년의 사망 원인 중 가장 많은 게 자살이었다. 9세에서 24세까지의 청소년 10만 명당 ‘고의적 자해’로 사망한 수는 8명으로 1위였고, 운수사고와 암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각각 4.9명, 3.4명 순이었다(2012년 기준). 또한 지난달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초·중·고등학생 자살사망 현황’을 보면 최근 4년간 청소년 558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중 고등학생은 363명, 중학생은 183명이었고 초등학생도 12명이나 포함돼 있었다. 19세 이하 청소년의 자살 기도 증가율도 최근 4년 동안 1.6배나 증가했다.

청소년들이 자살까지 생각하는 이유는 입시로 인한 성적과 진학문제가 주를 이루고, 가정불화도 주요한 요인으로 조사되고 있다. 최근 발표된 광주여성재단 김정란 연구원과 전남대 김혜신 박사의 ‘가정폭력 및 학교폭력이 청소년의 자살 충동에 미치는 영향’이란 연구논문에서는 가정폭력과 학교폭력이 청소년 자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광주광역시 거주 중·고등학생 1~2학년생 4757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지난 1년간 한 번이라도 자살 충동을 경험한 적이 있는 경우가 31.1%, 부모의 부부폭력을 목격한 경우는 51.1%, 부모로부터 폭력피해를 경험한 경우는 25.8%, 학교폭력 피해 경험은 22.3%였다. 폭력피해에 많이 노출될수록, 남학생보다는 여학생이, 저학년보다는 고학년이 더욱 자살 충동을 경험하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들이 자살까지 생각하게 될 때는 폭력피해 자체도 주요한 원인이지만 폭력피해 이후 주변 관계망의 부재 속에서 고립감을 느낄 때 더욱 자살 충동에 빠진다고 진단한다. 청소년상담기관인 탁틴내일 이현숙 대표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스스로 해결해나갈 능력도 없고 부모나 친구 관계에서도 고립감을 느낄 때 자살을 생각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대표는 “성폭력의 경우에도 피해 이후에 지지받지 못하거나 비난을 당할 때 자살을 생각하게 된다”며 “관계를 튼튼하게 형성해 힘든 것을 표현하고 주변으로부터 지원과 이해를 받으면 회복할 힘을 얻게 된다”고 강조했다.

푸른나무 청예단 최희영 상담지원팀장은 “학교폭력 피해에 대한 경험이 있는 학생들의 자살 충동은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며 “피해를 입어도 아무도 나를 도와주지 않는다고 비관해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제 해결의 중심을 당사자인 아이 중심으로 돌리는게 중요”하다며 청소년과의 소통을 강조했다.

박인주 생명문화 대표는 “청소년 자살은 입시 위주의 경쟁주의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로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일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공동체의식이 사라지고 나만 잘살자는 풍조에 내몰린 청소년들이 충격을 받으면 쉽게 자살을 택하는 것”이라며 “각자 가지고 있는 능력과 소양을 개발해주는 교육으로 변화하고, 무엇보다도 사회 전체가 생명을 중요시하는 문화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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