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위기와 ‘싱글세’
저출산 위기와 ‘싱글세’
  • 손숙미 / 인구보건복지협회 회장
  • 승인 2014.09.03 18:42
  • 수정 2018-01-16 17: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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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언론인 이리스 라디쉬는 그의 저서 ‘여성학교’에서 출산율 추락으로 ‘아이 없는 세상’이 되고 있는 독일 사회를 걱정한다. 더 이상 아무런 열매를 맺지 못하는 지금의 사랑과 세대의 사슬을 과감히 끊어버리고 있는 현실을 진지하게 성찰할 것을 강조한다.

우리나라의 출산율 하락세는 독일(TFR, 1.39)보다 더욱 심각하다. 2013년 합계출산율은 1.19명으로 이 지표는 우리로 하여금 ‘우리 사회에 아이가 너무 없다’는 것을 실감케 한다. 교실과 운동장, 거리에 넘쳐났던 아이들의 모습도 사라지고, 이들의 요란한 소리도 들려오지 않을 것만 같다. 정말 ‘아기가 울지 않는 나라’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앞선다.

보육인프라 구축,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강화, 육아휴직 장려 등 정부의 저출산 극복을 위한 다각적인 제도 개선에도 불구하고 초저출산율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은 기존 정책의 방향성과 효과성에 대한 새로운 과제를 던져준다. 최근 개인이 결혼과 출산을 미루거나 기피하는 현실에 대한 대책 마련의 필요성이 새롭게 부상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혼인율 감소, 미혼율 증가, 1인 가구율 증가 등의 지표들도 이러한 현실과 무관치 않다. 특히 1인 가구 비율은 23.9%(2010년 기준, 남15.1%·여49.3%)로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서 1인 가구 혼인 상태는 미혼이 44.5%를 차지하며 44세 이하 연령대의 경우 배우자, 이혼, 사별보다는 미혼 비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출산과 혼인이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주 출산 연령층의 미혼율 증가는 저출산에 대한 걱정과 비례한다. 또한 낮은 혼외 출산율에서도 보여지듯이 우리 사회에서의 미혼 엄마가 된다는 것, 미혼 엄마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큰 부정과 낙인을 안는 선택인가를 짐작할 수 있다. 이는 결혼을 전제로 한 출산이 정당화되는 우리 사회의 전통적 가족주의 측면을 잘 보여준다. 우리나라와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의 혼외 출산 비중은 2%를 넘지 않는다. 여기서 우리는 싱글의 포지션과 출산과의 관계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 싱글 포지션은 개인의 선택이지만, 결혼과 출산에 개입할 수밖에 없는 국가의 이해와 충돌하게 된다.

싱글은 ‘소득이 있는 49세 이하의 미혼 남녀’를 지칭한다. 싱글세는 이들에 대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세금 부과에는 누구나 민감할 수밖에 없으며 싱글세도 예외가 아니다. 싱글세는 매우 논쟁적일 수밖에 없다. 크게는 저출산 극복을 위해 사회 구성원 모두의 인구 안정화에 대한 의무 분담으로 정책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논리와 국가의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함으로써 개인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논리가 충돌한다. 작게는 ‘기생독신자’ ‘무임승차자’에 대한 저출산 시대의 불가피한 조치라는 관점과 ‘결혼 못 하는 것도 억울한데 세금까지 내야 하는 미혼’으로 낙인찍는 제도라는 관점이 충돌한다.

우리 사회에서 싱글세 논의는 2005년 잠시 표면화됐다가 진전되지 못하고 사라졌다. 그만큼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 어렵다는 점을 방증한다. 싱글세는 개인 삶의 방식에 대한 침해나 결혼과 출산을 강요하고자 하는 의도가 아니라 사회 구성원으로서 사회문제에 대한 책임의식과 결혼과 출산에 대한 사회적 의미를 부여하는 정책으로 인식되는 것이 필요하다. 예컨대 출산과 육아를 ‘손해’로 인식하는 분위기를 바꾸거나, 공동체의 미래를 위해 출산에 대한 부담을 같이 진다는 차원에서 ‘분담금’이라는 의미로 이해해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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