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산느 게이의 ‘나쁜 페미니스트’에서 비롯
페미니즘 규칙 거부하는 페미니스트 정의

 

‘나쁜 페미니스트’의 저자 록산느 게이
출처 : 저자 웹사이트 www.roxanegay.com
‘나쁜 페미니스트’의 저자 록산느 게이 출처 : 저자 웹사이트 www.roxanegay.com

최근 미국 여성계의 가장 뜨거운 화두는 ‘나쁜 페미니스트’다. 39세의 신인 작가 록산느 게이가 지난달 출판한 에세이 ‘나쁜 페미니스트’(Bad Feminist)에서 소개된 이 말은 변화된 여성운동의 상징이자 젊은 세대가 자신을 표현하는 용어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퍼듀대 영문학과 교수로 올해 초 소설 ‘길들여지지 않은 나라’(An Untamed State)로 데뷔한 저자는 ‘나쁜 페미니스트’로 일약 스타가 됐고 타임지는 “올해는 록산느 게이의 해”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이 책에서 그는 페미니즘이 제시하는 각종 규칙을 따르지 않으면서도 페미니스트로 살아가고자 하는 자신을 ‘나쁜 페미니스트’라고 규정하고 정치에서 팝 문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한다. 그는 ‘페미니스트로서 당연히 해야 하는 올바른 행동’이라는 압박에 저항하기 위해 ‘나쁜 페미니스트’라는 꼬리표를 제안한다. 그리고 자신은 페미니스트 서적의 애독자도 아니고 분홍색을 좋아하며 여성을 비하하는 가사에 맞춰 춤을 추기도 하지만 자신은 페미니스트이며 양성평등을 위한 투쟁에 몸담고 있다고 말한다.

그의 이야기는 여성 블로거들 사이에서 유행이 됐다. “남자들이 던지는 휘파람이나 추파를 즐기는 나는 나쁜 페미니스트인가요?” “인생의 가장 큰 목표가 결혼해 아이 낳고 좋은 집에서 사는 것이라면 나쁜 페미니스트인가요?” “뷰티 에디터도 페미니스트가 될 수 있나요?” 등과 같은 질문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록산느 게이는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하면서도 완벽과 한결같음을 요구하는 페미니즘에 익숙하지 않아서 ‘나쁜 페미니스트’라 부르기 시작했다”면서 “이 용어로 인해 자신만의 페미니즘을 허락받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또한 어린 시절 페미니즘이 남자에 대한 증오를 의미한다고 생각했던 자신처럼 페미니즘을 오해하는 사람들에게 “자신과 같은 방식으로 많은 사람들이 페미니즘에서 진정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고 그 안에서 자신과 관련지을 수 있는 것을 찾게 되길 원했다”고 덧붙였다.

 

‘나쁜 페미니스트’ 책표지
‘나쁜 페미니스트’ 책표지

‘나쁜 페미니스트’에 대한 여성계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지만 이 용어를 면죄부로 사용할 것을 우려하는 시선도 존재한다. 페미니스트 잡지 ‘비치 매거진’의 설립자인 앤디 자이슬러는 “‘나쁜 페미니스트’와 같은 ‘초이스’(choice) 페미니즘은 우리가 한 수많은 선택에 대한 사후 비판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극단적인 예로 “매주 지역의 가족계획센터에 가서 ‘아기 살인자’라는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니까 저는 ‘나쁜 페미니스트’인가요?”라는 사례를 들기도 했다. 또한 ‘나쁜 페미니스트 고백’을 털어놓는 블로거들이 대부분 젊은 세대의 일정 수준 이상의 교육을 받고 경제적으로 안정된 백인 여성에 한정돼 있는 점도 지적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