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탄사격장서 총 겨눠보니… 전문가 도움 초보자도 쉽게 체험
가늠쇠·가늠자 수평 일치시키고 방아쇠 당기면 끝

 

떨리는 손을 쥐어잡고 방아쇠를 당겼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떨리는 손을 쥐어잡고 방아쇠를 당겼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다리를 어깨너비로 벌리고 왼손으로 권총 손잡이를 잡았다. 오른손은 왼손 아래를 감싸 쥐었다. 숨을 멈춘 뒤 검지로 방아쇠를 천천히 당겼다. ‘탕’ 소리와 함께 탄피가 튀어나왔다. 화약 연기가 코를 찌른다. “명중! 10점 만점입니다.” 생전 처음 쏴본 총인데, 점수가 높게 나왔다. 집중력과 짜릿함을 즐길 수 있는 레저스포츠, 실탄 사격을 직접 체험했다. 

실탄 사격을 하러 간 곳은 서울 충무로에 위치한 ‘명동실탄사격장’. 실탄 사격은 사격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면서 진행된다. 때문에 초보자도 쉽게 체험할 수 있다. 1896년 제1회 아테네올림픽대회부터 사격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어 스포츠의 하나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스위스에서는 국민들이 스포츠 사격을 생활스포츠로 즐기고 있다. 

10년 경력의 사격 전문가 구형진 실장이 노란색 고글과 방탄조끼, 귀마개 등 안전장비를 건넨다. 권총을 손에 쥐니 긴장감이 더해졌다. 

구 실장은 “한쪽 눈을 감은 후 가늠쇠를 가늠자 홈 중앙에 수평으로 일치시킨 후 표적 중앙 부분을 조준하라”고 말했다. 생전 총을 제대로 구경조차 해본 적이 없어 무슨 말인지 도대체 알아들을 수가 없다. 구 실장은 “군대를 다녀온 남자의 경우 한 번쯤 쏴봐서 이해를 하지만 여자분들은 대부분 처음이라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큰 원이 사수의 눈에 가까운 가늠자, 중앙의 돌기가 총구 쪽의 가늠쇠”라고 설명했다. 

 

(맨 위부터) 구형진 명동실탄사격장 실장이 권총을 잡는 법을 설명하고 있다, 구형진 실장의 도움을 받아 총을 쏴 봤다, 실탄이 10점에 3발 맞았다.
(맨 위부터) 구형진 명동실탄사격장 실장이 권총을 잡는 법을 설명하고 있다, 구형진 실장의 도움을 받아 총을 쏴 봤다, 실탄이 10점에 3발 맞았다.

호흡을 멈추고, 표적 중앙 부분을 봤다. 하트 모양으로 생긴 명중 과녁을 선택했다. 첫 번째 총은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경찰이 사용하는 스위스제 시그 자우어(SIG-Sauer) P232. 손이 파르르 떨린다. 긴장 탓이다. 구 실장이 안쓰럽게 바라본다. 눈을 꼭 감고 방아쇠를 천천히 당겼다. 액션영화를 보면 주인공이 한쪽 손으로도 멋지게 총을 쏘지만 실상은 달랐다. 총이 흔들리지 않게 두 손으로 잡아야 한다. ‘펑’. 소리에 다리까지 후들거렸다. 7점, 8점…. 예상 밖의 높은 점수가 나왔다.

두 번째 총으로 바꿨다. 글락(Glock) 17C. 영화 ‘아저씨’에서 배우 원빈이 들고 다녔던 총이란다. 구 실장의 조언이 이어졌다. “다리를 어깨너비로 벌리세요. 장전된 총을 잡은 팔과 손목은 굽혀서는 안 됩니다. 쭉 펴세요 쭉!” 두 번째 총은 겁먹지 않고 쏘기로 결심한다. ‘나는 원빈이다, 원빈’ 주문까지 외웠다. 한쪽 눈을 똑바로 뜨고 집중했다. 펑펑, 한 번 두 번…. 총을 쏘니 구 실장이 놀란다. “10점 만점이에요. 이번에도 10점. 실력 있는데요? 처음 해본 것 같지 않은데….” 구 실장은 “사격에 서툰 초보자들은 표적에서 벗어나 허공을 향해 쏠 때도 있다”면서 “굉장히 잘하는 편”이라고 치켜세웠다. 

기세를 이어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구 실장은 리볼버 방식의 권총 루거(Ruger) GP-100을 권했다. 총구가 길다. 카우보이 모자라도 쓰고 쏴야 할 것 같다. 다시 심장이 두근거린다. ‘펑’ 총을 내려놓은 뒤에도 손에는 여전히 진동의 여운이 남아 있다. “제가 쏜 거예요?”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믿어지지가 않는다. 첫번째 두 번째 쏜 총보다 소리와 반동이 상당했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에는 단 한 자루만 있다는 ‘데저트 이글 골드(Desert Eagle Gold)’를 선택했다. 무게가 2㎏이 넘는다. 총을 제대로 들기도 버겁다. 이번에는 여성의 목을 조르고 있는 남성이 그려진 표적을 선택했다. 표적과의 거리는 국제규격인 7m. 실탄 두 발은 목에, 나머지는는 팔에 맞췄다. 아무리 그림이라지만 사람을 쏘는 것 같은 기분이다. 

 

(왼쪽부터) 기자가 쏜 표적을 걷어 점수를 매기고 있다. 이날 기자가 총(맨 위부터) SIG SAUER P232, GLOCK 17C, RUGER GP 100, DESERT EAGLE GOLD.
(왼쪽부터) 기자가 쏜 표적을 걷어 점수를 매기고 있다. 이날 기자가 총(맨 위부터) SIG SAUER P232, GLOCK 17C, RUGER GP 100, DESERT EAGLE GOLD.

사격이 끝난 후 구 실장이 표적을 걷어 곧바로 점수를 매겨줬다. 원형 표적은 중앙이 10점이며 바깥으로 갈수록 차례대로 9, 8, 7점이 매겨진다. 사람 모형 표적은 머리와 가슴 쪽 정중앙이 10점이고 중앙에서 멀어질수록 점수가 낮아진다. 내가 선택한 하트 표적은 100점 만점에 총 89점을 기록했다. 구 실장이 “처음 도전하는 경우 평균 60~70점대가 가장 많은데 높은 점수”라고 웃어 보인다. 액션영화 한 편이라도 찍어야 하나 싶다. 물론 단역, 엑스트라로.

“생각보다 안 무섭죠? 사격을 하면 스트레스가 풀립니다. 집중력을 길러주는 데 최고죠. 몸 상태에 따라, 총에 따라 쏘는 느낌이 다릅니다. 그래서 10년이 넘도록 저도 즐기고 있어요. 여성분들도 연인과 데이트 코스로 많이 오세요. 퇴근하고 오시는 직장 여성들도 상당하답니다.”

담대함을 기르고 싶을 때, 머리가 어지러워 아무것도 생각하기 싫을 때 다시 찾고 싶다. 아, 할리우드 배우 앤젤리나 졸리가 영화 ‘툼레이더’에서 들고 나왔다는 ‘H&K USP’ 총도 도전하고 싶다.

 

•실탄 사격을 체험하고 싶다면?

실탄 사격을 체험하는 비용은 평균 3만원대다. 명동실탄사격장은 회원 가입(가입비 1만원)을 한 경우 총 종류에 따라 2만원 혹은 3만원을 내면 된다. 기본 10발 기준. 무겁고 반동이 강한 종류의 총일수록 가격이 비싸다. 신분증 확인 절차를 거치며, 만 19세 이상 연령부터 사격장을 이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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