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촌은 화합과 우정 다지는 곳
문화교실 열어 한류 체험토록

 

“선수촌은 작은 아시아 마을입니다. 대회 기간 각국 참가 선수들이 사고 없이 잘 지내다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곳에서 친구를 만나고, 추억을 만들며, 한국 문화를 마음껏 즐길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제17회 인천아시아경기대회는 19일 개막하지만 45개국 1만4500여 명의 선수단이 머무는 보금자리 아시아드선수촌은 12일 개촌식에 이어 13일부터 선수들이 들어와 사실상 막을 올린 것과 다름없다. 이곳 선수촌장 이에리사(60) 새누리당 의원은 선수들의 안전과 생활을 책임지고 공식행사 주관 및 선수촌을 방문하는 주요 인사들을 영접하는 공식 대표자다.

최고의 하드웨어를 갖춘 인천 아시아드선수촌에 최상의 소프트웨어를 넣는 것이 이에리사 촌장의 목표다.

인천광역시 남동구 구월동에 위치한 아시아드선수촌은 아파트 22개 동 2220세대 규모다. 주변 경관과 잘 어우러진 숙소는 대회가 끝나면 일반에 분양되는 신규 아파트인 만큼 최신의 한국 건축기술을 자랑한다. 지금까지의 그 어떤 국제 경기대회 선수촌보다 쾌적하고 근사하다. 거주구역과 국제구역, 공공구역으로 나뉜 선수촌에는 모든 편의시설이 마련됐다.

한꺼번에 35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 식당엔 한식과 서양식, 할랄식(이슬람식), 동양식 등 매끼 80여 종의 메뉴가 뷔페식으로 제공되고 채식과 저염식, 환자식 메뉴까지 곁들인다. 9개 전문병원과 응급실, 입원실, 약국은 물론 세탁기 100대가 구비된 공동 세탁실과 피트니스 센터, 사우나실, 다양한 종교 공간도 마련했다.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에 위치한 인천아시안게임선수촌 내 NOC서비스센터 전경. ⓒ뉴시스‧여성신문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에 위치한 인천아시안게임선수촌 내 NOC서비스센터 전경. ⓒ뉴시스‧여성신문

선수 서비스센터에는 인터넷 카페, 우체국, 기념품 숍 등 편의시설과 함께 경기 전후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당구장, 탁구장, 스크린사격장, 족욕-반신욕장, 미용실, 네일아트, 극장, 라이브밴드 체험장 등도 구비했다.

1973년 사라예보 세계탁구선구권대회 여자단체전 우승의 주역으로 한국 구기종목 사상 최초로 세계 정상에 올랐던 이에리사 의원은 선수 은퇴 이후 국가대표 코치, 실업팀 감독, 국가대표 감독을 역임하며 수많은 국제대회에 출전했고 태릉선수촌장을 거치며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에 한국 대표선수단을 이끌고 참가했었다.

“선수들이 경기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분위기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보다 더 신경 써야 할 부분은 메달을 따지 못한 대다수 선수들입니다. 일찍 탈락한 선수들은 경기 이후 귀국할 때까지 시간이 많습니다. 그들이 대한민국을 즐기고 많은 친구들을 만나는 선수촌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한국 문화를 제대로 알고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케이팝 등 한류를 접할 수 있게 해야지요. IT 강국 한국의 참모습도 체험하게 하고요.” 이 촌장은 일찍 경기를 끝낸 다수의 선수들이 ‘아시아 체육인의 마을’인 선수촌에서 문화적 소통을 경험함으로써 인천이 평생 추억할 수 있는 장소가 되게 하겠단다. 특별히 문화체험교실을 열어 한류와 케이팝을 접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뿐만 아니라 선수촌에서 봉사하는 모든 이들도 한국의 브랜드 이미지를 만드는 대표임을 강조, 손님 맞이에 솔선수범을 보이며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격려하겠단다.

북한선수단의 참가에 대해서도 “체육인으로서, 촌장으로서 정말 환영합니다. 편안히 잘 지낼 수 있게 해야지요. 이번 아시안게임 참가를 계기로 남북 간 경직된 분위기가 해소되기를 바란다”며 체육인으로 최대한 도움을 주고 싶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86년과 2002년 두 차례 아시아 경기대회가 국내에서 열렸지만 선수 출신으로, 게다가 여성 선수촌장이 탄생한 건 이번이 처음. 이 의원이 새 역사를 또 한 번 썼다. “체육인으로서 아시안게임에 중책을 맡아 영광”이라며 “선수, 지도자로서의 경험, 선수촌장을 지내며 발휘했던 조직 운영 능력에 의정활동을 하며 가지게 된 큰 안목을 더해 선수들과 선수촌을 방문하는 손님들이 모두 내 집 같은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애쓰겠다”고 했다. 특히 지난 2월 장대높이 선수 출신의 이신바예바가 선수촌장을 맡았던 소치 동계올림픽을 참관하고 온 김영수 조직위원장의 적극 추천으로 ‘귀한 경험’을 하게 됐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또 인천시민들께도 최고의 성과로 고마움을 대신하겠다고 덧붙였다.

 

8월 26일 인천광역시 남동구 구월아시아드선수촌 보도진 공개행사에서 이에리사 선수촌장이 선수촌 식당에서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8월 26일 인천광역시 남동구 구월아시아드선수촌 보도진 공개행사에서 이에리사 선수촌장이 선수촌 식당에서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7월 초 남수단을 국빈 방문한 이 의원은 국가올림픽위원회(NOC) 창립행사에 참석해 IOC 가입을 적극 도와준 공로로 실바 키르 대통령의 감사패를 받았다. 두 차례 내전의 상처를 안고 3년 전 독립한 남수단은 치안이 불안해 외교통상부에서 여행제한지역으로 지정한 데다 교민도 선교사와 수녀 등 18명뿐이어서 방문을 망설일 만한 곳. 축구와 태권도 연맹만 있던 남수단에 탁구, 농구, 배구, 복싱 등 4개 종목 협회 창립을 도와 아프리카 지역체육연맹에 가입할 수 있게 했고, IOC 가입의 문도 열리게 됐다. 국내의 저개발국 지원사업과 연계해 선수 육성에 필요한 용품 지원도 도왔다.

“신생국의 스포츠 발전에 일조해 IOC 가입국을 늘리는 데 대한민국이 역할을 했고, 그 속에 제가 있었다는 게 자랑스럽다”는 이 의원은 “이제 우리는 도움을 받던 나라에서 도움을 주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효과적인 지원을 위해서는 물품 지원보다는 현장에 맞는 지원이 돼야 합니다. 우선 체육관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왔습니다.” 이 의원은 저개발국에 ‘작은 체육관 지어주기 사업’을 체육부에 건의, 현재 1호 실내 체육관을 남수단에 건립할 수 있도록 움직이고 있다.

체육인으로, 교수로 활동하다 태릉선수촌장을 역임하면서 우리 체육계의 현실과 세계 속 한국 스포츠 위상, 예산과 정책, 행정, 인사 등 전반적인 현주소를 알게 되면서 체육인들에게 필요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생각을 했고 사회통합위원회 활동 등에 참여하면서 공부 영역을 넓혀온 그는 2012년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됐다. 이제 스포츠 외교로 활동 영역을 더 키우고 있는 것이다.

 

선수촌 입촌을 앞둔 이 의원에게 건강관리에 대해 묻자 대표팀 지도자 시절 선수들에게 강조했던대로 “건강도 실력이다”라고 스매싱하듯 답했다.

이 의원이 다음에 쓸 새 역사는 무엇일까? “늘 공부하고 준비하고 있었기에 우연히 중책을 맡았을 때, ‘최소한, 실수는 하지 않겠다’는 자신감으로 최선을 다해왔다”며 그는 “리더를 꿈꾸는 여성이라면 ‘준비하면서 기다리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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