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좁고 접근성 떨어져 아쉬워
체험형·디지털 전시 방식 눈길
여성사박물관 승격 위해 콘텐츠 강화해야
국내 최초로 여성의 삶과 역사를 다룬 전문 전시관 ‘국립여성사전시관’이 1일 경기 고양시로 이전해 새롭게 문을 열었다.
정부고양청사 1, 2층에 새 둥지를 튼 국립여성사전시관(관장 이성숙)은 1층 기획전시실과 2층 상설전시실, 아카이브실, 수장고 학예연구실로 구성돼 있다. 기존 서울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에서의 전시가 근현대 중심이었다면 고양시 국립여성사전시관은 고대부터 근현대까지 여성 역사를 보여준다.
전시 프로그램도 기존의 보는 전시에서 체험 전시 방식으로 재구성됐다. 여성 인문학 콘서트와 전시연계 교육, 어린이 체험교육 프로그램 등 아동·청소년 대상 교육과 주말 가족 참여형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특히 상설전시실에 마련된 디지털 미디어를 활용한 전시가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미디어 아티스트 이이남 작가의 작품인 ‘위대한 유산’은 투명 영상화면 전시 기법을 활용한 영상을 통해 고대부터 근대까지의 여성사를 담아냈다.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관람객이 시대별 의복을 체험해볼 수 있고, 터치스크린을 통해 분야별 역사 속 멘토도 찾아볼 수 있다.
1일 개관식에 참석한 여성계 원로들과 인사들은 대부분 국립여성사전시관이 역사 속에 묻힌 여성의 역할과 업적을 전시, 보존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연숙 전 정무장관은 “그동안 여성들의 역사가 전체 역사의 한 부분처럼 여겨져 왔는데, 국립여성사전시관을 통해 여성사가 일목요연하고 체계적으로 정리돼서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하지만 기존 전시관과 비교해 규모가 줄고, 접근성도 떨어진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지적된다.
정현백 참여연대 공동대표(국립여성사박물관건립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는 “전시 공간이 조금 좁아지고 위치도 서울에서 외곽 지역으로 옮겨지면서 접근성이 떨어진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현재 국립여성사전시관의 규모는 전시공간과 수장고 111㎡(약 33평)를 합쳐 약 826㎡(250평) 규모다. 대방동 국립여성사전시관과 규모 면에서는 826㎡(250평)로 비슷하다. 이에 대해 국립여성사전시관 측은 “대방동 전시관은 전시공간 외에 로비 등 기타공간이 포함됐고, 현재 전시관은 전시 전용공간이기 때문에 전시공간만 비교했을 경우 두 공간의 차이가 거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존 전시관보다 천장이 낮고, 1층과 2층으로 나눠져 있어 기존 전시관보다 좁다는 느낌을 받는 관람객들이 많았다.
아직은 여성사 전체를 다 담아내지 못한 부족한 전시 콘텐츠도 국립여성사전시관이 풀어야 할 과제다.
안명옥 국립여성사박물관건립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은 “2002년 처음 여성사전시관이 설립되고 최근 국립이라는 명칭도 달면서 점점 발전해가고 있지만, 아직은 임시 전시관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여성사를 학문적·역사학적으로 정리해 총망라해 담아내는 그때를 더 갈망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남윤인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이곳이 과거와 미래를 소통할 수 있는 교육공간이 되려면 체험할 수 있는 전시 콘텐츠가 강화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여성발전기본법 개정으로 국립여성사박물관 설립이 가능해진 만큼 국립여성사전시관이 독자적인 박물관으로 승격할 수 있도록 정부와 시민사회가 힘을 합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길정우 새누리당 의원은 “공간도 좁고 내용도 부족해 아쉬운 점은 많지만, 국립여성사전시관은 여성사박물관으로 향하는 과정”이라며 “여성뿐 아니라 남성들도 여성사에 관심을 갖고 여성사박물관을 만드는 과정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행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장은 “기존 전시관은 서울여성플라자 건물에 세 들어 있어 불안정했다면, 새로운 전시관은 규모는 작지만 안정되고 독립된 전시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며 “제대로 된 박물관으로 가기 위한 첫걸음으로 이곳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또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이 3, 4층에 위치해 있어 이곳에 교육받는 공무원들이 모두 여성사전시관을 관람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등 전시관 홍보에도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