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재독 예술가 쾨펠연숙
작가이며 갤러리 운영하는 워킹맘
재독한인회 활동 활발

 

재독 예술가 쾨펠연숙 ⓒ권은주 기자
재독 예술가 쾨펠연숙 ⓒ권은주 기자

독일화단에서 활발한 활동으로 주목받고 있는 문인이며 화가인 쾨펠연숙(61·사진)씨 제14회 세계한민족여성네트워크(KWOIN·코윈) 개막식에서 만났다. 그는 지난해 독일 일간지 베를리너차이퉁(BZ)에서 문화상(미술부문·2013)을 수상했다. 이 상은 한 해 동안 문화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업적을 이룬 작가에게 시상하는 상이다. 

“제 그림들은 주로 통독 이후 변모하는 베를린 모습, 또는 사라져가는 이곳의 역사를 주제로 삼고 있어요. 인물부터 풍경, 동물, 정물 등 다양한 소재를 그리는데 유화를 중점적으로 하고 수채화, 묵화를 병행합니다. 요즘은 한국적인 묵화 작업에 집중하고 있어요.” 

그는 1984년 유학길에 오른 이후 평생을 독일에 머무르게 됐다. “낯설고 문화가 다른 곳에서  전업작가로 활동하며 한 분야에서 유명해진다는 것은 쉽지만은 않았지요. 나만의 길을 꾸준히 걸으면 꼭 무엇인가는 이룬다는 신념으로 열심히 노력해왔고 아직도 노력하고 있어요.”

그림을 그리고 시와 수필을 쓰는 한편 갤러리를 운영하며 후학을 기르는 쾨펠연숙(작가명 Sooki)씨의 활동 반경은 매우 넓다. 먼저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173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베를린 미술가협회 회장단 멤버이며 유럽구상협회 회장단 6명 중 유일한 한국인 작가다. 또한 월간 ‘문학바탕’과 월간 ‘신문예지’에서 수여하는 시부문에서 신인상을 받은 문인이기도 하다. 2006년에는 한인인권옹호협회 회장으로, 올해 2월에는 재독한국문인회 회장으로 선출됐다. 각 협회에서 활동 중인 그의 행보에는 늘 한국과 연관돼 있다. 

인권옹호협회장을 맡으며 2007년에 북한어린이기아돕기운동의 일환으로 자선음악회를 주최하고 그 수익금을 북한에 전달했으며 2010년에는 독립운동가이자 재독 작가인 이미륵 박사 60주기 추모행사인  ‘동서양 두 세계 속의 이미륵’을 테마로 베를린 교민들에게 이미륵 박사의 생애를 알리는 행사도 열었다. 현재는 9월 21일 손기정 옹의 마라톤을 기리는 의미에서 베를린한인회와 겨레얼살리기 베를린지부에서 주최하는 제3회 손기정마라톤대회에 추진위원회에 속해 있다. 

“베를린공대 건축학과 교수인 남편도 그림을 그려요. 작품에 대한 토론을 하며 지내는 시간이 많지요. 한국을 잘 이해하고 아주 좋아하지요. 예술인으로서 서로의 대화도 잘 통하지만 서로 작업을 하면서 직면하는 어려움들에 대해서도 상의할 수가 있어서 더욱 위로가 돼요. 남편은 제게 하루 4시간 이상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격려해요. 전업작가로서의 자세라는 거지요.” 남편(Prof. Matthias Koeppel)과 함께 그린 ‘브란덴부르크의 산상수훈’ 그림은 브란덴부르크 성당 미술관에 걸릴 예정이다.

38세에 결혼해 42세에 딸을 낳아 기르는 워킹맘이기도 한 그는 일과 가정, 육아를 병행하는 것이 역시 힘들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는 여성들이 결혼 후 가족을 위주로 가정 살림과 자녀들 교육에 전념하고 또 헌신하는 과정에서 자신감을 잃고 사회 속의 관계가 원활하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며 자신의 경력을 단절시키지 않으면서도 가정에 충실할 수 있는 직업을 찾으라고 권한다. “단체활동도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봐요. 자녀들이 성장한 후에도 왠지 텅 빈 것 같은 소외감에서 벗어나 나만의 작업 및 나만의 세계, 또 소속감이 우리의 삶에 큰 원동력이 된다고 생각해요. 봉사활동도 아주 중요한 경력단절 예방의 그 첫걸음이라고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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