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도희야’ 정주리 감독과의 만남
2014 ‘신나는 언니들’ 윈윈(WINWIN) 홍보기획단 2기 멘토 인터뷰

 

‘신나는 언니들’ 윈윈(WINWIN) 홍보기획단 2기 친구들이 8월 26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한 카페에서 영화 도희야 정주리 감독(가운데)과 만남을 가졌다. 정 감독과 나눈 2시간 여의 유쾌한 대화는 쏜살같이 흘러갔다.
‘신나는 언니들’ 윈윈(WINWIN) 홍보기획단 2기 친구들이 8월 26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한 카페에서 영화 '도희야' 정주리 감독(가운데)과 만남을 가졌다. 정 감독과 나눈 2시간 여의 유쾌한 대화는 쏜살같이 흘러갔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내가 본 영화의 감독님을 직접 만날 수 있다니 영광이었어요.”(김송·24·이화여대 사학과) “좋아하는 분야를 발견해 꾸준히 했다는 것이 인상적이에요. 충분히 방황하겠습니다.”(김소리·20·상명대 가족복지학과) “영상을 공부해서 그런지 감독님과 얘기를 나누며 많이 공감 됐어요.”(정원주·25·명지대 디지털미디어학과 졸업) “감독은 예민하고 신경질적일 것이라는 편견이 깨졌어요.”(송지원·20·상명대 가족복지학과)

정주리(35) 감독과의 2시간은 쏜살같이 지나갔다. “청년들과 만나고 싶었다”는 젊은 영화감독은 자리에 앉자마자 영화 ‘도희야’의 제작 과정부터 꿈을 찾아 방황했던 대학 시절, 감독으로서 앞으로의 계획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쏟아냈다. ‘아는 언니’같이 편안하고 유쾌했던 정 감독과 ‘신나는 언니들’ 윈윈(WINWIN) 홍보기획단 2기 친구들과의 인터뷰 내용을 담아봤다. 

- 영화 속 캐릭터가 뚜렷해 좋았다. 제작기간은 얼마나 걸렸나. 

 

9월 8일 첫 촬영 시작해 11월 2일에 마지막 촬영했다. 그 중 15일은 촬영안하고 쉬었다. 엄청 빠듯하게 짧은 기간 안에 찍었다. 영화에선 같은 마을로 보이지만 촬영 장소가 인천, 영종도, 강화도, 순천, 여수, 돌산, 금오도까지 흩어져 있어 이동시간도 꽤 걸렸다.

- 찍으면서 가장 어려웠던 장면은.

도희(김새론)가 의붓아버지 용하(송새벽)에게 술을 먹이고 도발하는 장면이다. 그 씬이 원래는 하룻밤에 다 찍어야하는 건데 결과적으로 3일이나 걸렸다. 배우들, 스탭들 모두 굉장히 힘들어했다. 

- 영남을 동성애자로 표현한 의도가 궁금하다.

도희와 영남(배두나)이 만나 교감할 수 있는 이유는 외롭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각자가 처한 외로움을 가장 극대화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도희에게 가해진 폭력과 외로움이 직접적으로 눈에 보이는 상황이라면 영남은 겉으로 보기엔 이 사회에서 성공한 인물이라 느낄 수 있지만, 속으론 썩어 문들어질 만큼 한없이 외로운 인물이다. 경찰을 그만두지 않고 끝까지 동성애자로서의 존엄함을 지켜내는 인물이여야 도희를 만나 뭔가 다른 교감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정주리 감독.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정주리 감독.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 첫 장편 영화인데

장편 영화 경험이 없어 겁 없이 달려들었는데 촬영 들어가서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보통일이 아니란 걸 알게 됐다. 촬영 중반쯤 여수 찍고 금오도로 막 들어갔을 때 이창동 감독님(‘도희야’ 제작자)이 내려오셨다. 촬영 과정에서의 문제도 다 알고계시고 학교 선생님이기도 해서 긴장하고 있었는데, 저한테 와서 손을 잡아주시면서 “힘들지”라고 격려해주셨을 때 순간 눈물이 핑 돌았던 기억이 있다. 영화 작업을 할 수 있었던 것은 90프로가 운이다. 좋은 배우를 만난 것도 그렇고 출중한 스태프들과 같이 작업을 했다. 저만 신인이고 처음이었다. 그 분들이 오로지 제가 하고 싶은 것을 하도록 정말 열심히 도와준 결과라고 생각한다. 

- 올해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돼 다녀왔다.

믿기지 않았다. 영화 작업 다 마치고 병원에 입원해 어깨 들어있던 철심 빼는 수술을 마치고 회복 중이었다. 자고 일어났더니 이준동 나우필름 대표님에게 축하 문자가 와있었다. 원래 출품한다는 얘기는 그 전에 들었고, 안됐다는 얘기 들으면 실망하실까봐 부담스러웠는데. 제일 먼저 두나 씨에게 소식을 전했더니 엄청 기뻐하는 문자가 날라왔다.(웃음) 칸에서의 상영이 외부에 영화를 선보이는 첫 자리였다. 영화를 마치고 일어났는데 위를 올려다보니 사람들이 우리를 내려다보면서 한참동안 박수를 치고 있었다. 저도 모르게 울컥했고, 새론이는 영화도 안봐놓고 울고 있었다. 두나씨도 감격해 있고. 그 순간에 우리 셋이 찡한 뭔가를 느낀 것 같다. 외신 기자분들도 대체로 영화를 잘 봐주셨더라. 

- 어릴 때부터 영화를 좋아했나.

중학교 3학년 때 극장에서 영화 ‘데미지’를 세 번 내리 연속본 적이 있다. 고향이 전라남도 여수인데 몇 없는 극장에서 단관이라 한 번 표 끊고 들어가면 안 나가도 됐다. 팝콘 세 개와 사이다 세 개를 먹으면서 영화를 보는데 뭐가 그리 인상 깊었는지. 줄리엣 비노쉬의 눈빛과 제레미 아이언스의 목소리, 그런게 아니었을까.(웃음)     

 

- 대학생활은 어땠나. 

영상매체에 관해 배우고 싶단 생각으로 성균관대 영상학과에 진학했다. 생긴 지 얼마 안됐고(정 감독이 2기) 애니메이션, 게임, 방송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고 있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본격적으로 영화 공부를 하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당시 캠코더가 보급될 때여서 소모임을 만들어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는데 학과 공부에 점점 소홀해지더니 급기야 제적까지 당했다. 재입학을 거절당했을 땐 서울 친척 언니집에 머물며 인문학 공부를 시작했다. 다시 학교에 들어갔을 땐 서양철학을 복수전공하며 영상학과 수업과 병행해 열심히 들었다. 대학 졸업 후엔 바로 영화감독이 될 것 같지 않아 언론고시를 준비한 적도 있다. 언론사 문화센터 3개월 과정 수업을 들었는데 도저히 아니더라.(웃음) 바로 그만두고 어머니 몰래 살던 전세방 빼서 만든 ‘바람은 소망하는 곳으로 분다’라는 단편영화를 포트폴리오 삼아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영상원에 들어갔다. 들어가서 만든 첫 작품이 ‘영향 아래 있는 남자’인데 날개를 달아주는 느낌이랄까. 의지와 만들고 싶은 시나리오만 있으면 출중한 동료들과 의향있는 배우들과 작업할 기회가 생겼다. 운 좋게도 부산국제영화제 선재상까지 받게돼 처음 제 작품을 들고 생애 영화제를 찾을 수 있었다.

- 영화 ‘도희야’ 이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 

난 오로지 관객, 학생이기만 했는데 이젠 직업란에 영화감독이라고 쓸 수 있으니까 분명 달라진 점은 있다. 하지만 여전히 난 관객이다. 영화를 만드는 유일한 기준도 관객이다. 계속 배워야 하고 좀 더 유연했으면 좋겠다는 갈증이 있다. 

- 요즘 대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 가지 참 안타까운 게 있다. 왜 다들 학교 도서관에서 토익, 회계원리, 공무원 시험을 공부하고 있을까. 제가 졸업할 무렵에도 그런 친구들이 훨씬 많았다. 그것도 분명한 목표 세우고 꿈을 향해 달려가는 것이겠지만 구체적으로 치열하게 생각해서 정하기 전에 먼저 주어진 꿈이 아닐까 생각한다. 더 늦기 전에 충분히 방황할 필요가 있다.

 

‘신나는 언니들’ 윈윈(WINWIN) 홍보기획단 2기 친구들이 8월 26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한 카페에서 영화 도희야 정주리 감독(가운데)과 만남을 가졌다.
‘신나는 언니들’ 윈윈(WINWIN) 홍보기획단 2기 친구들이 8월 26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한 카페에서 영화 '도희야' 정주리 감독(가운데)과 만남을 가졌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 최근 영화들이 지나치게 남성 캐릭터 중심이다.

 

심각한 문제다. 굉장히 오랫동안 지속돼 왔다. 영화 만드는 입장이 아닌 관객 입장에서 보더라도 너무 긴 시간동안 남성 캐릭터 위주의 영화가 판을 쳤고, 여성 배우도 사라졌다. 괜찮은 여배우들이 어릴 때부터 나와서 성장해야 하는데 지금은 20대 초중반의 좋은 배우들을 찾아볼 수가 없다. 여성 캐릭터를 발굴하는 시도가 늘어나야 한다. 개인적으로 올 하반기 개봉하는 전도연, 김고은 주연의 무협영화 ‘협녀’(감독 박흥식)가 기대된다. 

- 앞으로 각오는.

 

어렵게 발 디뎠으니 열심히 할거다. 어머니나 아이 엄마가 된 친구들은 아직도 이 일을 그만두길 바라지만(웃음).저보다 훨씬 재능이 많은데 아직 기회가 없어 고민하는 친구들이 많아 안타깝다. 겉보기에는 우리나라 영화가 성장하고 있고, 외연이 넓은 것처럼 보이지만 매우 척박하다. 이러한 상황을 변화시키는 데 조금이라도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할거다. 

- 어떤 감독으로 남고 싶나.

(한참 고민 후) 영화가 끝나고 극장을 나오면 잊어버리는 영화가 아니라 뭔가 남는, 좀 더 생각하게 되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 복잡하더라도 여운이 남는 영화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는 인간 존재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던질 수 있는 SF다.(웃음)

‘신나는 언니들’ 윈윈(WINWIN) 홍보기획단 2기는…

‘신나는 언니들’은 문화체육관광부와 ㈔여성·문화네트워크, 여성신문사가 추진하는 ‘2014 여성 문화인 네트워크 사업’으로 문화기획자를 꿈꾸는 대학생 및 취업 준비생에게 비전과 정보를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윈윈 홍보기획단은 지난 7월 1일 발대식을 갖고 공식 활동에 들어갔다. 총 4팀으로 2명이 한 팀을 이뤄 오는 11월까지 올해의 여성문화인상 시상, 팟캐스트 강연, 멘토링 토크 콘서트, 멘토 인터뷰, 멘토링 북 출판 등 다양한 사업을 함께 진행하게 된다. 정주리 감독과의 인터뷰 내용은 ‘신나는 언니들’ 공식 블로그(www.sinnaneunmentoring.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오는 9월 22일 오후 7시 대학로 유니플렉스 2관에선 일반인 300명을 대상으로 멘토링 토크 콘서트가 진행된다. 참가비는 무료이며 9월 초부터 공식 블로그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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